의료비 청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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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저렴하지만 병원 자주가면 4배 비싸져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7월부터 보험료는 낮은 대신 자기부담비율이 높은 4세대 실손 보험 출시가 출시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손해보험사 10곳과 생명보험사 5곳이 이달부터 4세대 실손보험을 판매한다.

4세대 실손은 메리츠화재·롯데손보·MG손보·흥국화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농협손보·한화손보·한화생명·삼성생명·흥국생명·교보생명·NH농협생명 등이 판매한다.

앞서 ABL생명과 동양생명은 만년 적자인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이번 출시에서 손을 뗐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실손 판매비중이 적은 점을 감안해 4세대 실손보험 출시에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손보험은 지난 1999년 출시된 이후 지난해 말까지 약 3900만명 가입하는 등 ‘제2의 건강보험’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손해율이 상승하고 보험료가 인상되는 등 운용상의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에게는 적자를 줄이고 가입자는 보장받는 만큼 보험료를 내는 이른바 ‘윈-윈’ 상품이라는 입장이지만 보험사들은 아직은 부담스런 분위기다.

더구나 보험업계는 3세대 실손 안정화 할인 특약을 두고도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3세대 실손에 도입한 한시적 할인을 4세대에서는 없애려고 했지만 ‘더 저렴한 보험료’를 내세운 금융당국이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금융당국은 소비자가 자신의 의료이용량에 맞게 보험료를 내도록 보장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기존 3세대 실손보험은 급여와 비급여 진료를 모두 묶어서 주계약으로 보장하고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 비급여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 특정 진료만 특약으로 분리해 왔다. 하지만 4세대 실손은 상품 구조를 급여(주계약)와 비급여(특약)로 분리하면서 필수치료인 급여에 대해서는 보장을 확대하되, 환자의 선택사항인 비급여에 대해서는 의료이용에 따라 보험료가 할인·할증되도록 한 것이 골자다.

곧 4세대 실손보험은 주계약에만 급여 진료를 넣고 나머지 비급여는 모두 특약으로 분리해 가입자가 선택하는 진료만 보장하게 만든 것이다.

기존 비급여 항목이었던 불임 관련 질환(습관성 유산·불임, 인공수정 관련 합병증), 선천성 뇌질환 등이 급여 항목에 새로 포함됐으며, 비급여 진료 중 도수치료, 영양제 등은 보장 범위를 축소했다. 도수치료의 경우 3세대에서는 조건 없이 연간 50회를 보장했으나 4세대에서는 연간 보장 횟수는 같되, 10회 받을 때마다 증상 완화 효과 등을 확인받아야한다. 또 영양제나 비타민도 약사법령의 약제별 허가 혹은 신고사항에 따라 투여된 경우만 보장된다.

특히 비급여에 대한 과잉의료이용이 억제되도록 현재의 포괄적 보장구조를 급여와 비급여로 분리했다. 보험료 상승의 주원인인 비급여를 특약으로 분리하고, 비급여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해 가입자 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직전 1년간 비급여 지급보험금에 따라 5등급으로 구분해 비급여(특약)의 보험료가 할인·할증된다. 보험금 지급(사고) 이력은 1년마다 초기화된다. 예컨데 2018년 지급보험금을 많이 받았다면 2019년 보험료가 할증되나, 2019년 무사고로 지급보험금이 없으면 2020년 보험료가 할인되는 식이다.

예컨대 비급여 지급 보험료가 100만~150만원 정도인 3등급과 300만원 미만인 4등급, 300만원 이상인 5등급의 할증률은 각각 100%, 200%, 300%가 적용된다. 반면 비급여 지급보험료가 100만원 미만인 2등급은 보험료가 유지되고, 지급보험료가 없는 1등급은 할인을 받게 된다. 할인율은 5% 내외다. 할증 등급이 적용되는 3~5등급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의 1.8%로 예상된다.

4세대 실손은 자기부담율 상향과 통원 공제금액 인상 등의 효과로 기존 실손보험 대비 10~70% 저렴하게 출시된다. 지난 2017년 출시된 3세대 실손 대비 약 10%, 2009년 이후 나온 2세대 대비 약 50%, 2009년 전 나온 1세대 실손 보다 약 70% 정도 인하된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평균 40세 남성의 월 보험료 평균이 1세대 4만 749원, 2세대 2만 4738원, 3세대 1만 3326원이었다면, 4세대 실손의 경우 1만 1982원으로 낮아진다.

또 누구나 쉽게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심사 절차를 최소화했다. 기존 가입자는 보장종목을 확대하거나 직전 1년간 정신질환 치료이력이 있는 경우 등 일부 사항을 제외하고 별도의 심사없이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할 수 있다. 전환 후 6개월 이내 보험금 수령이 없는 경우엔 계약 전환을 철회하고 기존 상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

아울러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하더라도 전환 전 계약(3세대 실손)의 무사고 할인 적용을 위한 무사고 기간을 인정받을 수 있고, 이미 전환 전 계약에서 무사고 할인을 적용받고 있는 경우에는 전환시점부터 1년간 다시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생보·손보협회 측은 “이번 출시되는 4세대 실손의료보험은 보장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 향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긍정적인 반응이다. 이어 “4세대 실손의료보험이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보험상품으로, 시장에 정상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보험업계는 지속 노력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그간 과잉진료를 보는 소비자들로 인해 보험사에 만년적자를 떠안기게 했던 실손의료보험이 4세대에서는 과잉진료를 방지하면서 보험사에 웃음을 짓게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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