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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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부사관의 성추행 은폐 의혹 사건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요청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시작됐다. 앞서 극단적 선택을 한 이 중사는 지난 3월 2일 부대 회식에 참석했다가 귀가하는 차량에서 선임으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다. 이 중사는 해당 사실을 신고했으나 공군의 미온적인 태도와 회유 등으로 지난달 22일 마지막 선택을 했다.

3월 2일 원래대로라면 이 중사는 그날 야간 근무를 해야 했지만, 선임으로부터 다른 사람과 근무를 바꿔서라도 회식에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선임의 강요를 뿌리치지 못하고 참석한 회식은 부대 상사의 개인적인 술자리였다. 원치 않던 회식이 끝나고 부대로 복귀하는 차 안에서 끔찍한 성추행이 벌어진 것이다.

그 후 피해 사실을 알린 이 중사에게 돌아온 건 계속된 회유와 합의 종용 압박이었다. 대대장을 비롯한 부대 상관들이 이 중사 가족에게 약속했던 엄정한 조사와 처벌, 피해자 보호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 국민이 현재 국방부 조사본부와 검찰단 등이 꾸린 국방부 합동수사단의 수사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이 중사 사망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청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시작했다. 하지만 국방부 검찰단은 군 검찰 봐주기, 국방부조사본부는 군사경찰 봐주기로 보여주기식 수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군 수사당국이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해 사건의 전모를 재차 은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일부는 군이 스스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을 지켜만 볼 것이 아니라 이제 국회가 직접 나서 국정조사를 통해 이 중사 죽음의 원인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간 침묵됐던 미투 운동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수년 전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반복적으로 충남도 정무비서관을 성폭행해왔다는 주장이 나와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지금도 제2의 안희정, 제3의 이윤택, 제4의 박원순이 될 것이라고 숨어서 떨고 있는 성폭력 피의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최근 사회 속에서 어떤 형태의 조직이든 권력을 가진 사람이 가해자가 되면, 성폭력을 관행이라 주장하고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조작하고 공격성까지 띄는 피의자들도 발견할 수 있다.

현재 문화예술계에 이어 정치권, 심지어 교육계, 군에서까지 성추행, 성폭력을 폭로하는 증언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수많은 성추행, 성폭력 피해자들이 해당 문제가 더 커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쉬쉬하며 힘들게 견뎌내고 있다. 보통 피해자들은 자신이 근무하는 조직에서 피의자의 업무수행 중 무방비 상태에서 갑자기 사건을 당하거나 치욕적이고 정신적 충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가해자들은 월등히 우월한 지위를 이용, 권력에 의한 성폭력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고통 받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다. 사회도 피해자는 물론 우리 사회 구성원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 그동안 은폐됐던 피해 사실들이 폭로될 가능성이 확대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피해자들은 힘을 얻고 있다.

성범죄 피해자들은 지금껏 잊어왔던 혹은 참아왔던 사실을 고발하며 용기를 내고 있다. 기존 성폭력에 대해 미개했던 사회적 분위기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미투 운동을 통해 얼마나 변화될지, 갑질의 양태가 근절될지는 더 관심이 필요하다.

사법부에도 성범죄를 전담으로 다루는 재판부를 운용하고 여성가족부도 성폭력 특별신고센터를 통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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