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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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람들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를 불세출의 영웅으로 꼽고 있다. 보병 초급장교이던 그는 1800년, 이탈리아 원정 승리를 이끈 뒤 종신 통령(統領)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헌법을 고친 후 황제의 자리를 꿰찼으니 나폴레옹이 포병 중위에서 일약 프랑스 황제가 되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1년이다. 프랑스의 통령정부의 수반인 통령의 직위는 지금의 입장에서 세계 도처의 민주공화국으로 치자면 대통령에 맞먹는 지위지만 그보다는 제한돼 있다고 하겠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의 자리는, 프랑스의 막강 지위였던 통령에 큰 대(大) 하나를 더 붙인 격이니 공화국의 국가원수로서 위엄을 저절로 쏟아낸다. 그도 그렇지만 헌법에서 그 권력의 자리를 보장받으면서 국가를 대표하고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최고의 통치권을 가지고 있으니 단연 최고의 권력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외국의 대통령도 그 나라의 안팎에서 최고의 지도자로 군림하고, 또 대한민국에서도 대통령은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자리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고 권력자의 지위에 있다 하더라도 그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니 ‘권력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 동서고금의 역사와 교훈을 통해 잘 알려진 불변의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재임기간동안 권력이 영원한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따르는바, 황제자리를 영원히 누리며 장수할 것 같았던 중국 진시황제의 비참한 최후에서도 권력무상을 앎 직하다. 구태여 외국 사례나 먼 과거를 들춰낼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의 대통령 5년 단임제 하에서 권력의 부침(浮沈)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정치인들의 권력 추구가 임기 후 설령 독배가 된다고 해도 자신과는 무관할 것이라며 끊임없이 권력을 쫓는 경향은 아무래도 권력이 주는 마력 때문이 아니겠는가.

지금 대한민국은 제20대 대통령 자리를 놓고 출마자뿐만 아니라 정치권이 들뜨고 있고, 그 과정을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정권을 유지하려는 여당에서는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경선 에비후보가 등록하도록 돼 있고, 다음 달 11일 ‘컷오프’를 통해 본선 경선자 6명이 가려지게 된다. 약세인 후보군들은 단일화를 통해 당심 얻기에 골몰하는가 하면, ‘컷오프’에 다소 여유로운 후보들도 본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세력 확장에 온 힘을 쏟아붓고 있는 중이다.

그런 가운데 야권에서도 국민의힘 당내 출마 예상자인 원희룡, 홍준표 등과 합당이 점쳐지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나 당 바깥에서 중도세력까지 흡수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동연 전 부총리,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중 야권의 초점은 현재 야권주자 예상자 중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윤 전 총장에게 모아진다.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후 가끔씩 멘트 정치를 했던 윤 전 총장이 6월 29일 대선 출마선언을 밝혔으니 한동안 야권에서는 유력후보인 윤 전 총장이 과연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 열차에 올라탈 것인가를 놓고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나머지 야권 후보들은 국민지지도에서 한자리 지지율을 보이고 있으니 그만큼 윤 전 총장을 향한 구애는 뜨거울 수밖에 없다.

잠룡들의 대통령 되기까지는 고난의 험한 길이다. 대선일이 고작 8개월밖에 남지 않았으니 앞으로 하루하루가 후보군들에게는 소중한 날이고, 국민에게 좋은 이미지와 함께 자신의 강점을 알려줘야 한다. 또한 대선 후보 검증이란 이름으로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공작’ 수준의 공격까지 막아내야 한다. 벌써 유력 후보자들에 쏟아지고 있는 ‘공작’은 과거 안기부의 북풍이나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 대한 병풍보다 심했으면 심했지 덜 할 리가 없다. 그동안 보아왔듯이 ‘아니면 말고 식’ 공작은 그 실체를 포장해 밑도 끝도 없이 확산, 재확산될 것이다.

한국에서 대통령되기란 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참 어렵다. 역대 대선 사례를 경험했듯 다 이긴 전략 전투였는데, 허위사실 한 마디에 확 넘어가버렸다. 이런 과거를 가진 선거 흑역사가 부끄러울 뿐이다. 흔히 임금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게 아니라 국민의 감정을 자극했으니 승리를 눈앞에 두고 패배한 자들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그래서 선거는 투표함 뚜껑을 열어봐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정의와 상식선의 대선 풍토가 자리잡지 못했던 탓이기도 하다.

2022년 3월 9일, 대선을 8개월 앞둔 대한민국의 현실은 복잡하다. 가장 큰 문제가 코로나19로 경제난이 가중돼 실업자들이 넘쳐나는데도 국민은 이념으로 갈려져 갈등하고 있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문 정부 4년간 실정으로 정의와 공정이 무너졌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그러한 시기에 여야 대선후보군들은 자신의 강점보다는 자신의 상대가 될 대선 후보자를 향해 헐뜯고 비난만 퍼붓고 있는 서글픈 현실이다. 다가오는 대선을 국운변환의 계기로 삼아야 할 당위성이 주어진 지금, 급선무는 무너진 이 땅의 공정과 정의부터 먼저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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