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아랍의 봄'은 필연..아랍 정상에 한국 민주화 참고 독려

(아디스다바바<에티오피아>=연합뉴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지금보다는 좀 더 과감한 접근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남수단 독립기념식 참석을 위한 출장 중 9일(현지시각) 경유지인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공항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특히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경우 정치 문제와 지나치게 결부하는 관행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아울러 중동 시위사태와 관련, 아랍 정상들에게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참고할 것을 틈틈이 역설하고 있다며, 사태가 해결되는 방향으로 조금씩 진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반 총장과의 일문일답.

--총장께서는 유엔 사무총장 취임 초기부터 수단 및 다르푸르 사태 해결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다루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남수단의 독립기념식에 참석한 감회는.

▲남수단 독립과 관련해 유엔의 역할이 적지 않았던 상황에서 이런 역사적 순간을 맞이하게 된데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 수단 남북간 경계 획정 문제 등 미해결 문제가 남았지만 남수단이 예정대로 독립할 수 있었던 것은 유엔이 아프리카연합(AU)을 포함해 여러 관계국들과 긴밀히 협의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중동 시위사태가 리비아, 시리아, 예멘 등지에서 여전히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유엔은 사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남수단으로 출장을 오기 직전에도 리비아 총리와 전화를 했고, 트리폴리에 가 있는 유엔 특사를 통해서도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를 계속 진행토록 하고 있다. 리비아 사태의 최대 쟁점인 카다피 거취 문제 역시 유엔과 유럽연합(EU), AU 간에 입장이 근접하고 있다.

시리아 문제의 경우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도 수차례 통화했는데 인도주의에 위배되는 당국의 강경 시위진압을 억제하기 위해 조사단 파견을 추진 중이다.

예멘과 관련해서는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퇴진하고 권력을 이양토록 계속 촉구하고 있다.

--튀니지, 이집트에 이어 `아랍의 봄'이 다른 나라에까지 확산할 수 있다고 보는가.

▲당장은 어려워도 중동의 민주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라고 본다. 아랍 정상들과 통화할 때마다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이 1960년대 학생운동부터 시작해 독재정권에 대한 전 국민적인 저항이 있었고 민주화를 달성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행됐던 인권 유린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단죄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당신들이 언제까지 이 길을 피할 수는 없다, 국민 뜻을 거역하면 순간 위기는 모면할 수 있어도 추세를 되돌릴 순 없다는 점을 주지시키는데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이후 남북 관계가 크게 경색됐다. 현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남북 관계가 최악의 수준으로 경색돼 있는 상황인데, 한국이 정치력과 외교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국력까지 갖추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좀 더 과감하고 폭 넓은 대북 정책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도적인 지원 문제는 정치적 문제에 지나치게 결부하면 해결되기 어렵다. 물론 연평도 포격 등은 일방적 도발이었기 때문에 나도 분개했지만 남북의 미래를 위해서는 고통이나 아픔도 인내하면서 전진하는게 필요하다.

한국의 국격이나 위상이 예전과 다르게 많이 향상됐는데 이에 걸맞은 과감한 접근법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유엔 사무총장 임기 만료 전에 평양 방문 가능성은.

▲가능성은 늘 열어 놓고 있다. 그러나 평양 방문시에는 제반 여건이나 현안, 방문시 성취할 수 있는 문제 등이 조정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의 유엔 사무총장 연임 확정에 이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으로 많은 국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한국의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소감은.

▲스페인 총리와 면담 중에 유치 확정 소식을 전해 듣고 축하를 받아 기분이 좋았다. 여담이지만 유엔 사무총장 스포츠담당 특사가 독일 뮌헨 출신이어서 최근에는 동계올림픽을 주제로는 대화를 나누지 않았는데 발표가 있기 며칠 전에 "평창이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 평창의 유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

이제는 올림픽을 유치한데 만족하지 말고 역대 사상 가장 훌륭한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엔 사무총장 두번째 임기에 가장 주력할 부문은.

▲사무총장으로서 기후변화, 에너지 문제, 지역 분쟁, 사회 개발, 인권 신장 등 처리해야 할 글로벌 이슈가 많지만 2기 임기 동안 우선순위는 `지속 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에 두고 있다. 이는 개도국 선진국 할 것 없이 전 세계가 식량 부족이나 에너지 위기, 물부족 사태, 질병 등을 한꺼번에 같이 해결해 나가자는 취지이다. 내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관련 회의가 있을 예정인데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의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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