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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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 G7 정상회의 참석과 유럽 2개국 국빈 방문 성과를 소개하며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과 국격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은 세계로부터 인정받는 나라가 됐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설명이 아니어도 우리는 한국이 이미 여러 지표에서 국제사회의 상위 그룹에 진입했음을 알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이 세계로부터 인정받는 나라가 된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한국은 2018년에 소위 ‘3050클럽(인구가 5천만명을 넘으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국가들을 가리키는 용어)’에 진입했으며,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총 GDP는 세계 12위를 기록했다. US News & World Report가 매년 발표하는 종합국력 순위에서는 올해의 경우, 8위로 평가됐다. 또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1년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인구 2천만 이상 29개국 중 역대 최고 평가인 8위를 유지했다. 객관적으로 보아 이미 한국은 G7 정상회의에 초청을 받는 것과 관계없이 국제사회에서 어느 나라도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올라 있다.

그런데 현 정부의 대외적인 행동은 종종 한국의 위상과 국격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2020년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민소득에서 한국은 일본을 앞질렀는데 한국은 여전히 일본에 대해 ‘돈 달라고 요구하는 나라’이다. 식민 지배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더라도 1965년 청구권협정과 2015년 위안부합의와 같은 이미 이루어진 국가 간 합의를 무시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기 어렵다. 일본과의 공식 합의 내용이 불만족스럽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한국 내부의 문제이며 국가 간 합의 내용을 수정하려면 국내 법원의 판결이 아니라 정부 간 외교로써 풀어야 한다. 일부 여권 인사들과 언론은 이번 영국 G7 정상회의에서 스가 총리가 문 대통령의 대화 시도에 응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사전에 양측 사이에 회담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었다면 그렇게 비난할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현재 양국 사이 현안인 징용공과 위안부 배상 문제는 다자회의에서 회의 중 잠시 만나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국내적으로 홍보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부끄러운 일이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에서는 홍보 사진으로 정상 단체 사진을 올리면서 문 대통령이 중앙에 나오게 하려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을 사진에서 뺀 것으로 드러났다. 남아공에 알려졌을 경우 그들은 당연히 불쾌했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국력이 세계 10위권인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의식 수준이다. 한 마디로 사진 중앙에 나오는 것을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고 주저 없이 남의 나라 정상을 사진에서 뺀 것이다. 정부는 또한 이번 정상회의에서의 좌석 위치 등과 관련해 문 대통령의 위치에 대해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그런데 이는 담당자들이 무지하거나 국민이 무지할 것으로 생각한 결과이다. 의전의 세계에서는 의전서열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각종 행사에서 참석자들에 대해 줄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다자 정상회의 참석 정상들의 의전서열은 통상 대통령-총리 순으로 정하고 동일 그룹에서는 취임이 빠른 정상, 즉, 재임 기간이 더 긴 정상이 앞선다. 이는 쉽게 이해되는, 상식 수준의 규칙이다. 한국 정상은 대통령이고 재임 기간도 상당하므로 회의장 좌석 등에서 앞쪽에, 그리고 주최국 정상에 가깝게 자리를 받은 것이다. 홍보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국제의전에 대해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어 문 대통령의 오스트리아 방문과 관련해 정부 SNS에 독일 국기가 게시되는 실수가 있었다. 그리고 청와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방송에 출연해 “영국이 의장국인데 영연방 국가 3개국(인도,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빼면 한국이 유일한 초청국”이라고 했는데 이쯤 되면 잘못된 생각임을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 한마디로 말해서 아직 한국인들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열등의식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어떤 결과에 대해 근거 없이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실질보다는 외양을 중시하는 의식구조의 탓이다. 또 하나 생각해 볼 점은 ‘내로남불’의 판단이다. 이번 G7에서 스가 총리가 한국을 초청하는 것은 괜찮으나 G7의 확대는 반대했다고 일본에 대해 편협하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과 관련해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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