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이 24일 서울 송파구 쿠팡본사 빌딩 앞에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현장 실태 폭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공: 진보당)
진보당이 24일 서울 송파구 쿠팡본사 빌딩 앞에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현장 실태 폭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공: 진보당)

쿠팡 인권·안전 문제 지적

“이름아닌 번호뒷자리 불러”

“사람이 아닌 어플이 관리”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연쇄살인범보다 쿠팡의장 같은 사람이 더 무섭다고 생각합니다.”

진보당이 24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현장 실태 폭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이규랑(34, 남)씨가 2년 동안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겪은 일들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쿠팡은 지난 17일 덕평물류센터 화재사고 발생 후 사흘이 지나서야 강한승 대표이사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화재로 일터를 잃은 직원의 전환배치 및 고(故) 김동식 구조대장 유가족의 생계 지원 등의 사고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돈 몇 푼으로 덮을 수 없는 ‘거대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씨는 “사고 책임자 의장이 ‘의장직을 내려놓을 것’이라 말하기도하고 ‘미국에 상장한 외국기업’이라고 얘기하는 거 보면 수많은 알바생들, 로켓배송과 야간배송 때문에 무리하게 일하다가 죽는 사건에서 어떤 책임감을 느낄까”라며 “연쇄살인범보다 이런 사람이 더 무섭다고 생각한다. 자기들에게 딸려있는 노동자의 목숨이 걸려있는 것을 보면 책임감을 느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쿠팡에서 물류의 포장과 등록하는 일을 휴대폰을 통해 일해 오면서 겪은 쿠팡의 인권·안전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이씨는 “쿠팡은 사람이 노동자를 관리하지 않고, 어플이 업무지시를 하고 관리를 한다. 일하는 속도가 느리면 어플에서 빨간색으로 경고등이 뜬다”면서 “어플이 지정해주는 업무와 측정해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몇번 라인 빨리하세요’라고 방송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 한 채보다 더 큰 창고에서 핸드폰만 보고 일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있으나 혼자 일하는 것과 같다”면서 “소수의 업무관리자가 있으나 대부분 계약직사원이라 책임과 권한이 없어 문의를 해도 제대로 답변을 듣지 못해 몇 십분 헤맨 적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발생 시 ‘큰일 나겠다’고 생각했다. 대피 인솔자도 없고 출구도 많이 없으며, 사고 발생 시 대피하기도 어려운 구조로 돼 있었다”며 “예를 들면 3층이면 3-2층과 3-1층으로 철골로 나눴는데, 3-2층에 있는 사람은 출구를 찾아 계단으로 3-1층으로 내려오고 다시 출구를 찾아 나가야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휴대폰으로 일하지 않는 작업들은 핸드폰을 반납하다보니 사고가 발생해도 상황을 알 수 없다. 쿠팡에서 사람은 많은데 혼자 일하는 구조라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늑대 만난 양떼들처럼 혼비백산해 다같이 죽을 수 있다”며 “안전교육도 첫날만 받고 그 이후론 받은 적 없다”고 지적했다.

진보당이 24일 서울 송파구 쿠팡본사 빌딩 앞에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현장 실태 폭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이규랑씨가 발언하고 있다. (제공: 진보당) ⓒ천지일보 2021.6.24
진보당이 24일 서울 송파구 쿠팡본사 빌딩 앞에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현장 실태 폭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이규랑씨가 발언하고 있다. (제공: 진보당) ⓒ천지일보 2021.6.24

쿠팡 덕평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던 원은정(29, 여)씨도 쿠팡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 지적했다.

원씨는 “쿠팡에서 일을 하며 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일하는 사람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태도”라며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을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제 이름이 불린 적이 없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이름이 아닌 연락처의 맨 끝 4자리로 불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식사 시간 외에는 단 한번도 쉬어본 적이 없었다”며 “조금이라도 일의 속도가 늦어져 방송에서 ‘나의 전화번호가 불리면 어쩌나’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일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17일까지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일했던 김지영(가명)씨는 “쿠팡에서는 화재 당시 소화기·전 위치와 구조 등을 설명해주지도 않았다”며 “화재로 인해 사물함에 넣어둔 소지품을 보상해준다고 연락이 왔으나 언제 구입했는지 등 증명해야 한다고 연락이 왔다. 옷이나 이런 것을 언제 샀는지 어떻게 증명하겠냐”며 비판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로켓배송으로 표현되는 쥐어짜내기식 성과주의, 무한 속도경쟁에 죽음으로 내달리는 노동자, 소상공인의 인권은 손쉽게 지워지고 말았다”며 “쿠팡의 전체 물류센터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를 비롯한 정부와 노동조합, 시민사회의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김범석 쿠팡 의장이 최근 한국 쿠팡의 모든 공식 직위에서 물러난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려는 파렴치한 꼼수”라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쿠팡의 사악한 꼼수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지난 17일 쿠팡은 화재가 발생하자 직원들의 발빠른 대처로 근무자 전원이 화재 신고 후 5분만에 대피를 완료해 직원들의 인명 피해가 전혀 없었다”며 “그럼에도 노조는 쿠팡이 최소한의 사과조차 하지 않는 부도덕한 기업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쿠팡 측은 이날 다른 장소에서 공공운수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주장했던 것과 관련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의 근로환경이 열악하다는 폭로를 진행하는 이들이 쿠팡에서 근무한 모든 기간은 수 년 전 단 2일, 5일에 불과하다”며 “쿠팡에서 제대로 근무한 적도 없는 ‘전’ 일용직 직원을 내세워 거짓 주장을 계속하는 것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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