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페라 <메밀꽃 필 무렵>의 작곡가 우종억(80) 씨가 자신의 음악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리얼 인터뷰] 오페라 ‘메밀꽃 필 무렵’ 작곡가 우종억 
트럼펫으로 시작… 신중하게 곡 만들어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무려 6년이나 걸렸다. 그는 관현악·성악·피아노곡 등 다양한 음악을 작곡했으나 오페라는 처음이었다. 평소에도 신중하게 곡을 만들지만 호흡이 긴 오페라이기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오페라 <메밀꽃 필 무렵>을 작곡한 우종억(80, 전 계명대 교수) 작곡가의 이야기다.

우 씨에게 음악은 평생의 반려자다. 오페라 작곡을 흔쾌히 승낙한 것도 끊임없이 음악만을 연구한 덕분이다. 그는 오페라곡을 쓰기 위해 10년 전부터 준비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등 극장에서 기존·창작 오페라를 꾸준히 감상했다.

그는 “대본을 받자마자 쓸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오페라를 그냥 본 것이 아니라 분석·공부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꼼꼼히 봤기 때문”이라며 “그간 제자들이 작곡한 작품들이 호평을 받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내 작품이 국제적으로 평가 받아왔다. 이 때문에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려고 혼신의 힘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우 씨는 즉흥적으로 작곡하지 않고 신중하게 곡을 만든다. 평소 음을 어떻게 구성해야할지 끊임없이 생각한다. 최근 완성한 ‘트럼펫 협주곡’은 무려 30년이나 걸렸다. 이 곡의 경우 그가 오페라 <메밀꽃 필 무렵>만큼이나 심혈을 기울인 곡이다.

“제가 트럼펫으로 음악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이 때문에 트럼펫 곡을 쓸 때 다른 때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란 생각이 들더군요. 작가의 정신세계를 소리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글을 쓸 때와 같이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그가 트럼펫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것은 군악대에 들어가면서부터다. 당시 전국에서 음악 수재들이 군악대에 다 모였다. 그는 작고한 임원식 선생(KBS 초대 상임 지휘자 겸 작곡)을 비롯해 전봉초 전 서울대 명예 교수, 이재옥 서울대 명예교수, 지휘자 임원식, 첼로 전봉초 테너 김신환 등을 군대에서 만났다.

우 씨는 작곡뿐만 아니라 지휘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오랫동안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지휘자로 무대에 섰다. 그러면서 음악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열정이 자연스레 생겨났다. 이는 수십 년간 음악 창작활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대구를 중심으로 국내와 일본 미국 호주 폴란드에서 실내악곡과 관현악곡을 발표했다. 교향시곡 ‘달구벌’을 비롯해 일본 유학 당시 만든 관현악곡 ‘운율’, 바이올린 협주곡 ‘비천’ ‘현악4중주곡 제1번’, 교향곡 ‘아리랑’ 등을 작곡했다.

우 씨는 자신을 ‘대기만성’형 음악가라고 말한다. 혜성처럼 나타나 음악계를 깜짝 놀라게 하지 않았다. 오직 한결같이 곡을 만들어 왔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그는 음악계의 모범생이라고 평가 받는다.

원로가 바라보는 국내 클래식계 상황은 어떠할까. 그는 시대가 바뀐 만큼 클래식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의 사고도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클래식을 어떻게 연주하느냐는 옛말입니다. 이제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죠. 그간 우리가 배운 서양음악 기술은 놀랄만합니다. 이제 우리 것을 만들어 세계에 내놓아야 할 때인데 아직 창작 마인드가 부족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는 우리 음악계에 ‘다양화’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외국에서 국내 작품을 연주할 때 서울뿐만 아니라 각 지역이 지닌 개성을 발휘해야 음악계가 발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는 지난 2002년 한국과 중국, 일본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작곡가협회를 설립했다. 그해 동아시아 국제현대음악제를 창립하는 등 아시아 창작음악발전을 위해 활동했다.

우 씨의 음악활동은 현재진행형이다. 음악은 그에게 공기와도 같다. 한평생을 음악에 몸담아 왔지만 열정이 식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를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사람 마음을 감동케 하는 음악을 만들어야죠. 그만큼 신중하게 작업해야죠. 사람들의 듣기에 좋으면서 감동을 줄 수 있는 음악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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