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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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은 건축물의 벽·복도·계단이나 그 밖의 설비 등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각 세대가 하나의 건축물 안에서 각각 독립된 주거생활을 하는 주택으로 아파트, 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 등이 해당한다. 공동주택은 다양한 성향과 의식구조를 가진 사람들이 공동으로 거주해 하루도 끊임없이 분쟁이 발생한다. 좁은 국토에서 많은 인구가 살 공간으로 공동주택을 지으면서 올바른 공동주택 문화나 제도는 더불어 발전시키지 못한 탓이다.

공동주택의 가장 대표적인 분쟁은 층간소음과 층간 흡연이다. 이외 반려견의 짖는 소음과 변 수거, 피아노 등 악기로 인한 소음, 민폐 주차,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 등도 단골 분쟁 대상이다.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이런 문제에 부모가 어떤 태도로 임하고 해결하는지는 자녀의 사회성과 인성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 공동주택에서 부모의 행실은 교사며 교과서다. 옳은 언행으로 모범을 보이면 훌륭한 스승이 되지만, 반대의 모습일 경우는 자녀의 인성을 망치는 주범이다. 공동주택이 인성교육 학교나 마찬가지이므로 소홀히 생각해서는 안 된다.

최근에 이슈가 된 층간 흡연 문제를 보면 ‘화장실에서 흡연해 연기가 환풍기를 타고 올라와 힘들다’는 하소연 글에 ‘그러면 더 비싼 아파트로 이사 가라’는 흡연자의 댓글이 달렸다. 자신의 흡연으로 고통받는 이웃을 단순히 이기적인 불평이라고 치부하며 조롱하는 부모로부터 자녀가 받을 인성교육은 뻔하다. 흡연자가 내 집에서 흡연할 권리가 있다면 비흡연자도 내 집에서 담배 연기를 맡지 않을 권리가 분명히 존재한다. 부모가 금연하는 게 가장 훌륭한 교육이지만, 흡연하더라도 이웃을 배려하는 흡연 자세는 자녀의 인성교육에 도움이 된다.

물론 세계 어느 나라도 개인 공간인 집안에서 흡연을 법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 하지만 단독주택이 아닌 공동주택에서 흡연은 이웃에게 가는 피해가 크다. 법을 떠나 위, 아래, 옆집이 모두 연결되는 구조를 가진 공동주택에 산다면 이타심의 문제로 흡연을 자제해야 한다. 이웃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외부에 나가 흡연하는 부모와 집안에서 피면서 이웃과 갈등을 일으키는 부모 중 어떤 부모가 자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지는 자명하다.

기호식품인 담배를 피우는 건 누구도 “피지마!”라고 강제할 수 없다. 개인에게 보장된 자유라도 타인에게 피해가 간다면 그 자유를 참을 줄 알아야 올바른 인성을 가진 사람이다. 공동주택에서 흡연으로 이웃에게 담배 연기와 재, 꽁초로 끊임없이 피해를 준다면 인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사람이다. 부모의 인성이 자녀에게 그대로 대물림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었다면 최소한 당당하지는 말아야 한다.

자녀에게 흡연족의 문제를 가르치려면 오전 일찍 강남역 같은 번화가 뒤편을 방문하면 된다. 멀리서 보면 식당이나 술집 앞이 하얗게 눈이 쌓인 듯이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면 전날 식사와 술을 마신 흡연자들이 버린 담배꽁초가 가게 앞마다 수천 개씩 버려져 있다. 주변 맨홀과 화단에도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은 큰 교훈을 줄 수 있다.

가장 민폐인 흡연자는 운전하면서 담뱃재를 차창 밖으로 털면서 흡연하다 마지막에 담배꽁초까지 길거리에 투척하는 사람이다. 불씨가 꺼지지 않은 담뱃재가 뒤따르는 차량으로 날아들기도 하고 화물차 화물칸이나 도로 옆 화단으로 떨어져 불이 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심지어 아내나 아이들을 태우고 흡연하는 운전자는 몰상식의 극치를 보여준다. 뒤에서 걷는 사람에게 담배 연기가 날아가도 신경도 쓰지 않고 걸으며 흡연하는 사람도 비슷하다. 민폐 행동을 습관적으로 하며 자녀에게 바르게 살라고 아무리 가르친들 자녀의 인성이 올바르긴 힘들다. ‘바람 풍’을 가르치려면 부모가 같이 ‘바람 풍’을 해야지 혼자 ‘바담 풍’을 하며 ‘바람 풍’을 가르칠 수는 없다.

필자가 아파트 회장을 할 때 진상 입주민을 많이 봤다. 그중에 사소한 문제로 끊임없이 입주자대표회의에 민원을 넣는 나름 배웠다는 젊은 부부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자녀에게 ‘사회에서 절대로 양보하지 말고 사소한 문제라도 짚고 넘어가서 우리의 우월함을 알려줘야 한다’라고 가정교육을 하는 듯했다. 부모가 교과서로서 자녀에게 보여주고 가르쳐야 할 인성은 타인에게 먼저 양보하고, 이해하며 배려하는 사회성 교육임에도 정반대의 모습만 보이는 건 정서적 아동학대에 가깝다. 공동주택에서 부모의 행실은 소중한 인성교육 교과서임을 명심하고 당장 부모 자신의 행실을 돌아보고 부끄러운 행동을 멈춰야 자녀가 인성이 올바른 아이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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