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not caption

하이브가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업체를 인수하는가 하면, 북미 현지 업체들과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SM을 비롯한 우리 엔터 기획사들이 미주 현지 업체들과 아이돌 그룹을 런칭하는 사례는 모두 상전벽해와 같은 일이다. JYP의 수장인 박진영은 일본에서 이상적인 직장 상사로 뽑히기도 했다. 니쥬를 선발 구성하고 런칭해서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일 가능해진 것은 케이팝의 위상이 그만큼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아이돌을 중심으로 케이 팝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을 때도 호평보다 비난이 더 많았다. 아시아에서 호평을 받은 케이팝은 특히 북미와 유럽에서는 더욱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의 비즈니스 모델의 흠결로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다. 특히 아이돌의 가창력이 떨어지며 예술성은 언급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창력은 물론이고 작사와 작곡 그리고 프로듀싱을 자유자재로 하는 아이돌은 매우 많아졌다. 더 이상 예술성을 그들에게 묻지 않는다.

기획사들의 지배구조는 불투명했다. 그것을 단적으로 압축한 단어가 바로 ‘노예계약’이다. 오랜 기간 불합리한 계약이 착취적이라고 해서 붙은 악명(惡名)이었다. 성착취적인 행태들도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규정됐다. 어느새 인권을 포함하는 사회적 가치를 지향해야 했다.

이제 케이팝은 세계 젊은이들의 처지를 대변하고 인종차별주의에 목소리를 내며 반독재 시위에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 그야말로 세계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거창한 이데올로기의 기치 아래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도 불우한 처지의 사람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해주기도 한다.

지배구조도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팬들조차 공정함을 요구한다. 팬들의 사랑과 지지로 인기를 끄는 그룹을 혹사하게 되면 당장에 팬들의 엄청난 반발은 물론 불매운동도 일어난다. 프로듀스 사태를 봐서 알 수 있듯이 방송사와 연계해 점수 조작으로 아이돌을 결성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됐다. 환경 문제에도 적극 동참한다. 팬클럽들과 아티스트들은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홍수와 가뭄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돕기 위해 위해서 기부를 한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세계적인 화두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케이팝은 약간 진일보해간 면이 있을 수 있다. 어느새 일반 기업이 케이팝에게 배워야 한다. 친환경 경영을 내세우거나 그러한 제품을 강조했던 기업들의 이율배반이 논란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그린 워싱 현상인데 다만, 케이팝도 이런 그린 워싱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4세대 아이돌의 경우에는 3세대 아이돌의 성공 법칙을 처음부터 바탕에 두고 출발한다. 당연한 노릇이지만 그것이 전부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대개 마케팅 전략으로 구사된다면 더욱 그러하다. 테크닉이 아니라 진심이 우선이어야 하고 보편적 원칙과 가치를 스스로 완전히 실현하고 있어야 한다. 최근에 메타버스가 크게 유행하고 있고 이를 팬커뮤니티 비즈니스에 연동하거나 융합하는 전략을 지향하고 있다.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로 생각됐지만 갈수록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면서 한쪽에서는 놀라움과 기대감 사이로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주가를 위한 인수합병이나 진출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아무리 구글의 전례를 따른다고는 하지만, 주가 견인을 위한 이벤트라면 그것이 ESG 경영과는 배치가 될 수 있다. 케이팝 기획사가 아마존 같은 플랫폼을 지향하며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되는 것을 팬들이 정말 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수익 규모를 통해서 어느 순간 팬심의 진심이 수치화 계량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

어느 한순간 무너지지 않을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홍콩의 사례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