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2021.6.22
(서울=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2021.6.22

한미일 협의 이어 이인영 만남

이인영 “대화국면 전환 분수령”

성 김 “남북 협력과 관여 지지”

문 대통령 예방‧서훈 실장 면담

김여정 담화… 대화 가능성 일축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 비핵화 등 대북 전략에 대한 한미 간 공조 강화 속 대화 재개를 놓고 북미 간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방한 중인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전날에 이어 22일에도 북한에 ‘조건 없는 만남’을 제시하며 공을 넘겼지만, 북한이 즉각 부정적인 모양새를 취하면서 양측 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조건 없이 만나자’며 일단 협상장에 나오라고 하는 반면, 북한은 대북 적대시정책을 철회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성 김, 北에 거듭 대화 촉구

성 김 대표는 전날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 이어 이날에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장관은 “지금은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위해 매우 중요한 정세의 분수령”이라고 언급했고, 성 김 대표는 “지금이 한국과 미국 모두에 중요한 시점이라는데 동의한다. 우리의 대화 제안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답변해오기를 바란다”고 거듭 밝혔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 양국이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공동 의지에 이견이 없다는 것”이라며 “남북 간 의미 있는 대화와 협력, 관여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과 성 김 대표가 기존 한미 워킹그룹을 종료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을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측이 워킹그룹을 폐지하기로 가닥을 잡은 데는 ‘남북관계의 걸림돌’이라는 남측 일각의 거부감과 함께 북측의 강한 반감도 고려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성 김 대표는 이 장관과의 면담 뒤 곧바로 최영준 통일부 차관과 대북정책 고위급 양자협의를 진행했다.

이날 오후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서훈 국가안보실장과도 별도로 만나 북한에 어떤 대화 유인책을 제시할지 등을 논의했다. 북미‧남북 대화 재개를 위한 한미 간 대북 협력 시계가 빨라지는 모습이다.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접견하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1.6.22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접견하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1.6.22

◆김여정, 美발언에 “잘못된 기대”

이런 가운데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이날 오후 ‘대화’를 언급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근 대미 메시지에 미 백악관이 ‘흥미로운 신호’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잘못된 기대”라고 지적했다.

김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입장을 흥미로운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했다는 보도를 들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김정은 위워장은 지난 17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차 회의에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했고, 이에 대해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20일(현지시간) ABC방송 ‘디스 위크’와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신호로 본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김정은 위원장의 ‘대화’ 발언으로 그간 한미 양측에서 고조된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을 일축한 셈인데, 성 김 대표가 전날 ‘조건 없이 만나자’고 촉구한데 대해서도 일단 거부하는 등 공을 다시 미국에 넘긴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미국과 대화를 서두르기보다는 우방인 중국과 더 가까워지는 방식으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 주재 북한 대사와 북한 주재 중국 대사가 시진핑 국가주석 방북 2주년을 맞아 나란히 상대 당 기관지에 기고문을 싣고 긴밀한 협력을 다짐하는 등 북중 밀착 행보가 눈에 띄게 가속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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