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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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미국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15%나 급등했지만 미국 정부가 개입하지 않겠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개입하면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온다고 봤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시장경제에 맡겨서 자연스럽게 적정가격에 수렴하게 둔다고 했다. 가격이 급등하면 건설업자들이 집을 많이 지어서 공급을 늘리기 때문에 가격이 하락한다.

우리나라에서는 5월 28일 주택에 대한 임대사업자 세금 혜택을 없애기로 했다. 불과 4년 만에 임대주택 제도를 모두 폐기한 것이다. 정부 정책은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정부는 25회나 부동산규제 정책을 펼쳤지만 오히려 주택가격만 상승했다. 세입자와 무주택자가 더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시장경제에 맡겨두고 정부가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바로 시장경제에 우수한 점이다.

한국보다 잘 사는 싱가포르에는 최저임금제도가 없다. 최저임금은 정말 좋은 제도다. 그러나 최저임금 이하에서 일을 하고자 하는 노인이나 비숙련 노동자들에게는 오히려 실업을 촉진한다. 그 이유는 시간당 5000원만 받고 일을 하고자 하는 노인들이 있지만 정부가 최저임금을 8600원으로 정해서 그 이하로 급여를 주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아파트 경비원들이 해고를 당한 것도 정부가 최저임금제를 강제 규정했기 때문이다.

시간당 최저임금을 시장경제에 맡겨 뒀다면 그렇게 많은 해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약자를 돕는다는 취지로 최저임금제를 시행했지만, 너무 급격하게 올라 오히려 일자리를 잃게 만들었다. 요점은 정부가 최저임금제, 주52시간제, 부동산 규제정책 확대 등 시장개입은 오히려 적정가격 왜곡을 가져오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오늘날 중국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만든 것은 바로 시장경제이다. 북한이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것이 바로 장마당이다. 시장경제 우수성은 본인이 납품해야 할 것을 제외하고, 초과된 것은 시장에서 팔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장마당이 발전한 것이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는 스위스에서 공부한 유학파 출신이다. 시장경제를 잘 보고 배우는 사람이다. 북한도 시장경제를 도입해야만 경제가 정상화 될 수 있다.

시장경제 우수성은 중국을 보면 가장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선전이라 부르는 이 도시를 중국에서는 심천이라고 한다. 선전은 홍콩의 건너편에 있다. 선전은 1979년 당시만 해도 인구 30만명의 어촌이었다. 등소평은 시장경제를 도입한 이후 선전을 가장 먼저 개방해 경제특별구역으로 정하고 개혁과 개방을 실험했다. 이 성공모델이 오늘날 중국 전체의 성공모델이 된 것이다. 이 도시는 중국의 경제 발전을 가장 빨리 시작한 곳이다. 중국은 1968년 문화혁명과 수백만명이 아사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어려운 시대를 중국의 작은 거인이라 불리는 등소평이 이어받았다. 1978년 주석에 취임한 등소평은 중국을 방문한 경제학자 하이에크를 찾아가 중국의 14억 인구를 먹여 살리는 방법을 물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하이에크는 경제 발전을 원한다면 “시장 경제를 도입하라”고 조언을 했다. 시장경제(市場經濟)는 사유재산를 바탕으로 개별 경제주체들이 시장에서 만나 경쟁에 의해 형성되는 가격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경제 활동을 전개하는 경제 체제이다.

등소평은 하이에크의 조언으로 “백묘흑묘”로 대변되는 실용주의 노선과 시장경제를 활성화 했다. “흰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이론이다. 중국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만 잘산다면 시장경제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등소평은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중국의 해안도시인 선전부터 발전을 시켰다. 1992년 등소평은 남순강화(南巡講話)를 했다. 이는 선전을 포함한 해안도시를 둘러보면서 개혁개방 등 경제발전을 독려한 것을 말한다.

2020년 기준으로 미국의 GDP는 24조 달러, 중국의 GDP는 18조 달러로 세계 2위다. 미국의 인구가 3억명인데 비해 중국 인구가 14억명이나 되기에 실질구매력은 중국이 앞서고 있다. 2021년 미중 갈등도 미국 중심의 패권주의에서, 중국이 미국을 초격차로 따라오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시장경제 도입으로 발전한 중국의 시진핑은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대응하고 있다. 중국의 정치체제는 사회주의이지만, 경제체제는 시장경제를 도입한 독특한 정경분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4차 산업의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문제가 없다면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중국의 결제시스템은 대부분 QR코드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카드로 결제되지만, 중국은 카드시장을 건너뛰고 QR 결제로 직행했다.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세계적인 기업들을 보면서 오히려 중국의 규제완화가 부럽다.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유경제, 원격의료 등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 가야 한다. 1876년 세계의 변화에 동참하지 못하고 문호를 닫았다가 아픔을 겪었다. 우리나라는 교역이 국가 GDP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개방된 경제다. 한국은 교역을 확대하고 시장경제를 더욱 활성화해 세계 초강대국이 돼야 한다. 지금이 그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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