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구 북구청 앞에서 이슬람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왼쪽). 같은 날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는 무슬림 단체 등이 이슬람사원 공사 재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연합뉴스, 뉴시스)
16일 대구 북구청 앞에서 이슬람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왼쪽). 같은 날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는 무슬림 단체 등이 이슬람사원 공사 재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연합뉴스, 뉴시스)

대구 북구 이슬람 사원 건축
민원 폭발에 결국 공사 중지 
무슬림, 인권위에 진정 제기  
“종교 자유 침해 멈춰달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너 같은 무슬림이 우리나라에 있으면 힘들어진다’ ‘한국에 있는 모든 교회들이 너희(무슬림) 때문에 위험하다’ ‘너희 같은 무슬림이 오면 여성들이 다 힘들어질 것이다’ 

2009년 시리아에서 공부하러 한국에 온 무슬림 A씨는 한국에 온 뒤 이러한 협박 메시지나 연락을 무수히 받았다고 밝혔다. 바로 그가 ‘무슬림(이슬람 교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시리아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들이 멋있고 친절해서 한국도 좋은 나라일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런 기대를 품고 온 한국은 사실 그렇지만은 않았다”고 토로했다.

무슬림 A씨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에서는 이슬람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구에서 이슬람 사원 건축이 주민들의 반발로 넉달째 중단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슬람 사원 관련 갈등은 대구 북구청이 지난해 9월 경북대학교 서문 주택가에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 건축을 허가하면서 시작됐다. 이슬람 사원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근 주민들이 단체로 반발에 나섰고, 결국 구청은 2월 이슬람 사원 건축 공사 중지를 통보했다. 이에 대해 지역 무슬림들과 시민단체 등에선 “종교의 자유 침해”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갈등이 번졌다.

대구 북구 대현동 주민 50여명은 16일 오전 대구 북구청 앞에서 이슬람 사원 건축허가 취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주민 의견 청취도 없이 무책임하게 건축허가를 내주는 것이 말이 되냐”며 “생존권과 재산권 침해를 받는 주민들의 편에 서서 이슬람 사원 건축 허가를 취소하라”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각, 무슬림 단체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는 북구청의 이슬람 사원 건축 중지는 인종차별과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공사 보류를 시킬 수는 있어도 강제로 중지를 명령하는 근거도 이유도 없다”며 “이는 이슬람교 재산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종교 자유를 탄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공사 주변 지역에 배포된 유인물과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에 이슬람교 혐오를 조장하는 문구가 담겼다”며 “종교 자유와 문화 다양성을 부정하는 극단 세력의 주장은 배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국내에서 이슬람교 관련 시설과 관련해 논란이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엔 한 지자체가 주민 불안 등을 이유로 이슬람교 재단법인 설립을 불허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부 무슬림인과 전문가들은 이슬람에 대한 반감이 ‘무지’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이번 대구 이슬람 사원 건축을 두고도 주민 사이에선 무슬림이 일대를 장악하면 슬럼화(지역의 주거 환경이 나쁜 상태로 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온라인에선 ‘저거(모스크) 세우고 반드시 참수 생겨난다’ 등과 같은 반응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무슬림 A씨는 “이슬람에 대한 오해가 너무 크다”며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공부와 경험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설이나 장소 등 현실적인 문제가 아닌 ‘이슬람’ 종교를 이유로 들며 사원 건축을 반대하면 안 된다”며 “이슬람뿐 아니라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은 ‘평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후 북구청 회의실에서 열린 이슬람 사원 건축주와 반대 주민 간 회의에서는 북구청 측이 건축주에 “대로변의 상가 건물이나 빈 건물에 새로 모스크를 지어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건축주 측이 해당 위치 등으로 옮기는 것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갈등의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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