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말씀

이복현(1953 ~  )

 

 

여름밤은 온통 내게 맡겨라

별들도 잠 못 들고
깨어 듣는 나의 노래

마른 계곡은 소나기가 씻지만
근심 걱정 쌓인 가슴은
내 노래가 답이다

 

[시평]

이젠 한낮뿐만이 아니라, 밤에도 여름밤같이 제법 후덥지근하다. 어둠 속 멀리 농가 어느 물가에서 우는 개구리 울음소리도 청청히 들려오곤 한다. 개구리 울음소리는 여름밤의 정취를 한층 더 해준다. 개구리 울음소리. 조병화 시인의 문학관인 편운제(片雲齋)에는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는다’는 뜻의 ‘청와헌(聽蛙軒)’이라는 현판을 단 고풍한 양옥집이 있다. 그렇다.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다 보면, 후덥지근한 여름밤의 훈기가 가라앉고 청량한 느낌이 든다.

아마도 개구리들은 이런 자신의 울음소리를 스스로 자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개구리들은 자신의 소리가 울음이 아닌, 노래로, 아니 합창으로 마음껏 힘을 내서 개골개골 하고 부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름밤을 온통 내게 맡기라는 듯이, 개굴개굴 개골개골 입과 입들을 모아 합창을 해댄다.

그래서 밤하늘에 총총한 별들도 잠 못 들고 깨어나, 가만히 귀를 열고 듣는 개구리의 그 청아한 노래 소리. 이런 맑고 청량한 개구리 노래 소리를 듣다보면, 가슴에 겹겹이 쌓여 있던 근심 걱정, 모두 씻겨 그 노래 소리에 떠내려가는 듯하다.

그래서 개구리들은 더욱 신이나 입과 입들을 모아 울어 재낀다. 마른 계곡은 문득 소나기가 쏟아져 시원하게 씻어 버리지만, 근심 걱정 쌓인 가슴은, 근심 걱정으로 잠 못 드는 사람들의 가슴은 바로 ‘내 노래가 답이다’라며, 개골개골 개구리들, 한여름 밤을 울어 재낀다. 문득 시원한 바람이 어디에선가 불어오는 듯, 마음이 시원해진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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