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not caption

헌법은 제15조에서 직업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전문분야의 직업은 누구든지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수 없다. 의료·법률·세무 등 전문분야의 직업을 선택하려면 전문자격사제도에 따라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이러한 전문분야는 그 분야에 해당하는 특별법이 제정돼 있어서 자격시험이나 실무수습 및 등록을 해야 직업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특정 분야는 전문자격뿐만 아니라 신체적 조건 등을 충족해야만 직업을 선택해 수행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법에 따라 안마를 의료행위에 준하는 행위로 보고 규율하고 있다. 의료법은 의료인의 범위를 정하고 의료인자격을 가진 사람 이외에는 의료행위를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법 제82조는 안마사를 규정해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시각장애인에 대해서만 안마사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같은 조 제2항을 보면 시각장애인으로서 안마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안마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 등에 따라 안마사는 시각장애인만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직업이다. 의료법 제82조에 근거해 제정된 안마사에 관한 규칙은 제2조에서 안마사의 업무로 안마·마사지·지압 등 각종 수기요법(手技療法)이나 전기기구의 사용, 그 밖의 자극요법으로 인체에 물리적 시술행위라고 했다. 이에 따라 안마사가 아니면 안마·마사지·지압 등을 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이런 법제도로 인해 스포츠마사지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수행하려던 사람들이 직업의 자유를 제한받게 되자 2003년 헌법재판소에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2006년 헌법재판소는 시각장애인만 안마사자격취득의 대상이 되도록 하는 의료법 규정은 시각장애인을 보호하고 이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입법목적의 정당성에 불구하고 특정 직역에 대한 일반인의 진입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위헌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안마사자격취득 대상자의 제한 규정이 효력을 상실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시각장애인의 생계보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사회의 강력한 여론으로 인해 국회는 의료법을 개정해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시각장애인에 한정해 안마사에 관하여 규정했다. 특정 분야의 직업에 대한 제한 여부는 국회의 입법형성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결정된다.

의료법이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어떤 기본권이든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제한이 정당하다면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 시각장애인 안마사 사건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안마업을 독점시키는 것은 신체장애자 보호에 대한 헌법적 요청으로 시각장애인의 생계,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시각장애인은 신체적 장애로 인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극히 제한돼 생존권 보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에 해당하는 반면에 일반 국민은 안마업 외에도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많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안마업을 시각장애인으로 제한한다고 해도 비시각장애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렇게 직업의 자유는 특정 분야에서 여러 조건을 고려해 선택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