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문학에서 종교란?… “의식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
[인터뷰] 인문학에서 종교란?… “의식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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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독서 경영 전문가로 알려진 안계환문명연구소 안계환 소장이 인문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 소장 자신에게 좋은 인문학 도구는 ‘지도’와 ‘현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21.6.14
작가이자 독서 경영 전문가로 알려진 안계환문명연구소 안계환 소장이 인문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 소장 자신에게 좋은 인문학 도구는 ‘지도’와 ‘현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21.6.14

[천지일보=이지예 기자] 십자군 전쟁영화 ‘킹덤 오브 헤븐’에서 관람객의 뇌리를 파고든 의미심장한 대사가 있다. 20만 대군을 끌고 쳐들어온 이슬람 ‘살라딘’과 예루살렘성을 지키는 ‘발리안’의 최후 협상에서 발리안이 살라딘에게 묻는 ‘예루살렘’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살라딘은 “nothing… and everything(아무것도 아니야. 모든 것이기도 하고)”라고 답한다.

예루살렘의 의미에 대해 모호한 답으로 의미를 포괄해버린 살라딘의 말처럼, 사람들은 ‘인문학’에 대해 좀처럼 정의 내리기 어려워했다. 수학공식처럼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이기도하고, 저마다 자신이 경험하고 생각한 것으로 인문학의 시류를 만들었다.

작가이자 독서 경영 전문가로 알려진 안계환문명연구소 안계환 소장은 과연 인문학을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 3일 천지TV 스튜디오에서 안 소장을 만났다.

먼저 안 소장은 ‘인문학’에 대해 “리더가 될 수 있는 공부이자, 자기 생각이 홀로 설 수 있는 공부”라고 말했다. 그는 “곧잘 한 단어에 꽂힌다든지 냄비근성이라든지 어느 한쪽으로 생각이 쏠리거나 치우치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이것은 ‘어른의 공부를 하지 못해서’”라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해온 안 소장은 한때 벤처 창업인이었다. 회사를 박차고 나오게 된 이유는 공부를 안 하는 상사를 공부하는 부하가 섬기기 어렵더라는 것이었다. 그만큼 그는 공부가 재밌었다. 게다가 강사로 뛰어보니 의외로 떨리지 않았고, 오히려 무대체질이었다. 대학 강단에서 강의도 하고 독서코칭 전문가로서 10여 년을 보낸 후 지금은 동서양의 인류문명을 종횡무진 탐구하며 다양한 콘텐츠로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 사이 낸 책이 벌써 10여권이 넘는다.

안 소장이 말하는 ‘어른의 공부’란 무엇일까. 이는 영어 수학 등 학교 공부가 아닌, 자기 생각이 홀로 설 수 있는 모든 공부를 뜻했다. 흔히 인문학 공부는 무엇이며, 무엇을 공부하는 것이 인문학이냐고 묻지만, 안 대표는 인문학 공부는 타인에 의해 주제가 정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디서 출발하든 그게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정해질 필요가 없다”면서 “책, 여행, 유튜브, 사람 가릴 것 없이 자기만의 주제를 찾아서 깊이 공부하면 그것이 인문학”이라고 강조했다.

안계환문명연구소 안계환 소장이 인문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6.14
안계환문명연구소 안계환 소장이 인문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6.14

-그렇다면 종교도 인문학인가?
그렇다. 나는 기본적으로 종교적 인간이 아니다. 종교적 인간의 전형은 우리 어머니 같은 유형이라고 생각한다. 젊어서 토속신앙을 가까이하시다가 마흔 넘어서는 교회를 가시더라. 깊이 무언가를 추구한다. 나는 귀신을 무서워해본 적도 없고 교회 정식 등록 교인이지만 무신론에 가깝다.

역사나 종교를 들여다보면 오류가 보이고 장단점이 보여서 생각과 마음이 어딘가에 빠지질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 종교도 이론을 주로 탐구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렇게 생각하는 나조차도 자유롭지 못한 게 종교다. 종교는 그 민족의 문화다. 때문에 문화는 종교이다. 유럽과 중동은 사실 그들의 종교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들을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사람들을 알려고 할 때 도교와 유교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철학자들 니체, 칸트, 데카르트 등 그들의 문법은 굉장히 이해하기 어렵다 느낄 것이다. ‘신’이라는 관용구를 빼버리고 인문철학으로 포장했기 때문이다.

유럽은 19세기 이전에는 다 기독교적 사고관 안에서 살았다. 20세기에 와서 강제로 그 주어인 '신'을 빼고 글을 보니 해석이 안 되는 것이다. 철학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종교적 사고관이 그 바탕에 있다. 종교가 없다고 해도 그 문화권 안의 종교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나도 그렇다.

-종교는 믿음을 전제로 하지 않는가?
나는 동서양 문명사를 가르쳐왔다. 그 공부를 바탕 해서 볼 때, 유럽의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그 수명을 다했고 경쟁력이 없다. 그들이 이때껏 잘 먹고 잘 살아 왔던 이유는 식민제국주의 아래 착취하고 약탈한 자원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유럽여행에서 보는 이질적인 풍경은 오후 서너시면 문 닫는 회사와 상점들이다.

그사이 우리 동아시아 민족들은 부지런히 살았다. 제조업, 자동차, IT 기술 할 것 없이 많은 기술에서 그들을 앞선 지 오래다.

그런 우리에게 단 한 가지 아쉬운 게 글로벌 마인드다. 제국이 돼 본 적이 없는 나라여서인지 뉴스부터가 다 한반도에 머물러 있다.

선진국 국민으로서 필요한 사고는 지구촌 전체이다. 지구촌에 대한 객관적 시각을 가지고 선도해 나가야 하는데, 넓은 시각 자체가 부족하다. 한류 콘텐츠? 그 분야에서 인기를 끌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좁은 안목을 넓히는데 가장 필요한 콘텐츠가 무엇인가.

다른 나라와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큰 키워드가 종교라는 얘기다.

때문에 나는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종교의 탄생 배경 등 그 본질에 대해 가르치고 논하려는 것이다. 종교를 배울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중동을 특히 잘 모른다. 손해인가?
큰 손해이다. 중동을 우리는 모를뿐더러 잘 못 보고 있다. 중립적이지 못하고 서구적 시각에서 치우쳐 봐왔다. 16억명의 이슬람을 다 테러범으로 보고 있는 이 상황은 정상적이지 못하다. 그래도 최근에는 유튜브와 SNS를 통해 다양한 시각을 경험한 덕분인지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다. 사람들의 댓글을 보면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 못 보고 있나?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모든 교과서에는 유럽의 세계관이 담겼다. 일본에서 유럽의 지식을 번역해 교과서를 만들었고 그것을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로 그대로 들여왔다. 해방 후에는 미국의 사고방식을 받아들였다. 우리나라 대학교수 70~80% 이상이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유학 생활을 한 사람들이다. 때문에 우리에게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사람들의 행태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행했던 모든 것이다.

이 사고방식에서 보면 이슬람 아랍 국가는 적국이다. 세상을 왜곡해서 보고 있다. 기독교인은 세계관에 더해 종교까지 가세해서 그 편협함이 더 심각하다.

서양문명은 이슬람 문명과 1000년 이상 전쟁해왔고, 기독교는 19세기 이전 피해를 많이 입었다. 20세기부터 역전이 된 것인데, 우리는 기독교와 서양문명의 가진 자의 입장에서 우리 생각과 관점이 정리된 것이다. 쉽게 말해 우리는 미국인처럼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종교 내 이단 분쟁에 대해서 어떻게 해석하는지?
경서에 대한 각자의 해석에 따라 교단과 교파가 나뉘는 것인데, 누가 누구를 이단이라고 말할 수 없다. 종교개혁 이후 즉 개신교는 다 같은 입장이라고 본다.

인간은 종교를 버릴 수가 없고 생각이 하나가 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싸우는 본질적인 이유는 정치적 헤게모니와 밥그릇 싸움이다.

인문학도 그렇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70억 개의 자기 생각이 생긴다. 다 자기 생각이 있다. 패권이 생기는 것도 사실 뚜렷한 해법은 없다.

-인문학의 푯대와 방향은 있어야 할 것 같다
인문학은 앞서 말했지만 자기의 주관을 세우고 생각을 갖기 위한 도구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맹목적으로 추앙하는 게 아니라 주관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길이다. 특히 인문학적 가치관이 없이 리더가 되면 큰 문제다. 편향되고 단절되고 소외되기 때문이다.

-안계환의 인문학 도구는 무엇인가?
나는 인문계열의 학자도 아니고 공대생 출신이다. 그렇지만 학자가 하지 못하는 인문학을 한다. 자기 전공이 아니면 관심을 두지 않는 학자들의 특유의 경계가 없다.

플라톤이 살던 시대는 철학 수학 과학을 한 사람이 다 했다. 19세기 이후 학문이 서로의 담장을 넘지 못한다.

학자로서는 맞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중의 입장은 다르다. 대중들에게 전달할 때는 칸을 넘어야 한다. 그 담장을 넘게 만드는 좋은 도구가 나에게는 ‘지도’와 ‘현장’이었다.

지도를 통해 문명의 발전과 쇠퇴를 들여다보니 정말 재미가 있다. 일차원적인 지도와 현장을 조합하면 정확한 시각이 생기게 된다.

언택트 시대가 와서 온라인 강연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온라인 강연은 이점이 확실히 있다. 하지만 인간은 비이성적인 존재기 때문에 지금 코로나 시대가 지나면 오프라인 문화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 본다. 온 오프의 적절한 조합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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