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수(義手)

유승우(1941 ~  )

  사람이 만든 물건입니다.
  어른들은 모른 척 하지만
  어린 아이들은 알아봅니다.
  여섯 살짜리 어린 아이가
  내 왼손을 만져 보더니
“할아버지 이거 가짜 손이죠?”
“그래, 너 어떻게 알았니?”
“이 손이 차가우니까요.” 라며
  아이가 쪼르르 가버립니다.
  그렇습니다. 물건에는
  피가 통하지 않습니다.

 

 

[시평]

‘의수(義手)’, 팔이나 손이 없는 사람을 위해 고무나 나무, 금속 등으로 만든 인공 손을 말한다. 손이 없는 사람, 팔이 잘려나간 사람들이 부착하고 다니는 인공 손. 인간이 오늘과 같이 높은 문명을 지니게 된 원인 중, 중요한 하나는 인간이 서서 다니는 직립동물이며, 그래서 손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만큼 중요한 손이, 팔이 없어서 임시방편의 손 아닌 손인 의수를 껴야 하는 아픔은 아픔을 넘어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승우 시인은 6.25 전쟁 중에 비행기 폭격으로 인해 한 팔을 잃었다. 6.25 전쟁 때 겨우 열 살 정도의 소년이었을 유승우 시인. 어린 시절 한쪽 팔이 없는 소년으로 아픈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 대학에 진학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또 대학의 교수를 하면서 의수를 했을 것이다. 70년 그 이상을 없는 팔로, 때로는 의수로 살아온 유승우 시인.

아무리 오래 부착을 하고 다녀도 의수는 ‘피가 통하지 않는 의수일 뿐이다.’ 그저 딱딱하고 차가운 고무나 나무, 금속일 뿐이다. 결코 팔이나 손이 되지 못하는 의수를 평생 착용하고 마치 자신의 또 다른 팔인 양, 또는 다른 손인 듯 살아왔던 것이다.

어린 아이의 말과 같이 비록 따뜻한 피는 흐르지 않아도, 그래서 차가운 사물로 만들어진 팔이지만, 따뜻한 피가 흐르는 자신의 또 다른 팔인 양, 그렇게 유승우 시인은 오랜 시간을 의수(義手)가 아닌, 진정한 자신의 팔과 함께 살아온 것이리라. 길고 긴 시간, ‘의수’라 아닌 ‘진정한 자신의 팔’로 함께 살아온 것이다. 마치 따뜻한 피가 흐르는 팔인 양.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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