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인도 잠무 외곽의 빈민가에 있는 어린이들. 코로나19로 사망한 자신의 부모를 땅에 묻는 고아가 늘고 코로나19로 숨진 가족 구성원들이 많아지면서 모디 총리의 극성 지지층마저도 등을 돌리고 있다고 12일 CNN이 전했다. (출처: 뉴시스)
지난 10일 인도 잠무 외곽의 빈민가에 있는 어린이들. 코로나19로 사망한 자신의 부모를 땅에 묻는 고아가 늘고 코로나19로 숨진 가족 구성원들이 많아지면서 모디 총리의 극성 지지층마저도 등을 돌리고 있다고 12일 CNN이 전했다. (출처: 뉴시스)

힌두 민족주의로 폭발적 인기

코로나 생지옥에 지지자 변심

“주민들 모디 이름조차 혐오”

부모 시신 직접 묻는 고아들↑

“트럼프처럼 정치적 타격 有”

[천지일보=이솜 기자] 2014년부터 인도를 통치해 온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인기는 철옹성과 같았다. 인구 다수인 힌두교도는 모디 총리가 내세운 힌두 민족주의와 강력한 카리스마에 매료돼왔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가족이 코로나19로 숨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2024년 열릴 총선을 앞두고 당연시되던 모디 총리의 유임이 불확실하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양상이다.

모디 총리는 국가 보건위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앞서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선거 유세에 나섰고 확산세의 원인이 된 순례자 수백만명이 모인 종교 축제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지난 5월 하루 40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다. 코로나19 사망자는 지난 5월 24일 30만명을 넘어섰고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도의 화장장은 시신으로 넘쳐나고 보건 시스템은 거의 마비됐다.

브라운대의 현대남아시아센터 아슈토시 바르쉬니 소장은 12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대유행이 도널드 트럼프의 패배에 기여했듯 모디의 정치적 타격도 확실하다”며 “인도의 대부분이 그들이 사랑하는 부모, 형제자매, 자녀를 잃었기 때문에 크게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에서는 코로나19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된 아이들이 수천명이다.

이날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인도 2차 유행으로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어린이들도 1742명에 달하는 것으로 국가아동권리보호위원회가 집계했다. 부모 중 한명을 잃은 어린이는 7464명으로 파악됐다.

비하르주 작은 마을에 사는 14살 소년 니티쉬 쿠마르는 장례비용을 보태줄 어른이 없어 코로나19로 숨진 어머니의 시신을 16살 누나, 12살 여동생과 함께 집 뒷마당에 직접 묻었다.

얼마 전 6살짜리 쌍둥이 트리피와 파리는 코로나19로 죽은 어머니가 숨진 줄도 모르고 곁에서 잠들어 있다가 뒤늦게 발견되기도 했다.

관계자들과 비정부기구들은 부모 없이 남겨진 이 아이들이 방치되면서 착취와 인신매매에 취약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같은 상황에 실제 모디 총리의 지지자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비하루에 있는 차프라 지구의 전직 공군 장교는 처음엔 모디 총리가 변화를 가져오고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그에게 표를 던졌으나 코로나19 대처를 보고 마음이 변했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당신이 마을에서 모디의 이름을 말하면 사람들은 당신을 죽일 준비를 할 것”이라며 “주민들은 화가 났다. 모디의 이름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사설 구급차가 마을 주민을 90㎞가량 떨어진 병원으로 데려가기 위해 추가 비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기본 의약품의 수요가 커지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고 말했다. “돈이 있으면 산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고 그는 지적했다.

지난달 초 열린 주의회 선거에서도 이 같은 민심은 확인됐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 인도인민당(BJP)는 당시 선거에서 더 많은 의석을 얻었으나 최대 격전지인 웨스트벵골주를 비롯해 4곳에서 패하며 분노의 민심을 마주하게 됐다.

BJP의 골수 지지자들조차 모디 총리의 유임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전 가족이 BJP를 비롯한 힌두 민족주의 정당에 대대로 투표해왔다고 밝힌 한 남성은 올해 초 코로나19로 아내를 잃은 후 한때 존경했던 이 남자를 용서할 수 없게 됐다. 그는 CNN에 “나는 (아내를 위한) 산소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아무도 나를 도와주러 오지 않았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자국민을 걱정하지만 인도는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그들(모디 정부)의 손에 피가 묻었다. 그 피는 절대 씻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에 대한 비난이 커지는 가운데 모디 총리는 통제력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몇몇 현지 매체에 따르면 최근 델리에서는 모디 총리가 다른 나라에 백신을 수출했다고 비난하는 포스터를 붙인 혐의로 25명이 체포됐으며 죽어가는 할아버지의 산소통을 구한다는글을 트위터에 글을 올린 청년도 기소를 당했다.

CNN은 “모디의 미래는 그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 전염병에 대한 비난을 지역 지도자들에게 돌릴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모디 총리가 2018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국내 최빈층을 위한 의료 제도인 ‘모디케어’의 성공 여부도 현재 자금난이 심해 구체적인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인도 정부의 의료비 지출은 일반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 미만에 그친다. 미국(17%)과 영국(10%)과 비교하면 굉장히 적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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