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예술인의 연합무대 ‘우리는 하나’공연이 펼쳐졌다. 공연이 끝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8.4.3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예술인의 연합무대 ‘우리는 하나’공연이 펼쳐졌다. 공연이 끝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8.4.3

[천지일보=이솜 기자]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은 한국의 대중문화가 마지막 국경에 다달았다. 바로 북한이다.

북한의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사이 출생한 세대)가 K-Pop(케이팝) 등 한국의 대중문화에 빠르게 흡수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도전이 되고 있다고 11일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케이팝과 한국의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가 USB 등 플래시드라이브로 중국에서 밀반입되면서 북한 젊은이들의 마음을 빼앗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몇 달 사이 김정은은 노동신문을 통해 “자본주의 문물의 침습을 막지 않으면 결국 물먹은 담벽처럼 무너지게 된다”는 등 자본주의 문화를 ‘악성 암(vicious cancer)'이라고 규정하며 강도 높은 문화 침략 근절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김정은의 이 같은 경고는 북한 경제가 허덕이고 있고 서방과의 외교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NYT는 “그러나 독재자일지라도 대세를 저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아마 북한 젊은이들은 외부 영향을 더 수용하게 될 것이고 북한 사회에 대한 김 위원장의 확도한 장악에 도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이팝을 북한으로 밀반입하는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탈북자 출신 정광일씨는 NYT에 “북한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김정은에게 아무런 빚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김정은이 가족 통치의 미래를 위한 기반을 잃고 싶지 않다면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이념적 통제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가족은 3대째 북한을 통치해왔으며 북한 내 밀레니얼 세대로부터의 충성심은 종종 시험대에 올랐다. 이들은 1990년대 후반 정부가 식량 지원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수백만명이 사망하는 기근의 시기에 성년이 됐다. 이들의 가족들은 중국에서 밀수된 물품들이 있는 시장에서 끼니를 어렵게 이어갔는데, 동시에 이들은 테이프와 CD로 밀반입된 K드라마를 통해 남한 사람들은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북한 당국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북한은 작년 12월 새 법을 재정했는데, 남한의 오락물을 보거나 소유하는 사람들은 5년부터 최대 15년까지 노동 수용소 노동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 법의 최고 형벌은 5년이었다. 이 새로운 법은 또한 ‘한국식으로 말하고 노래하는’ 죄에 대해 최대 2년의 노동형을 선고할 수 있다. 또한 김정은은 작년 수차례 자본주의 문화를 철저하게 근절하라고 명령했다.

아시아프레스 인터내셔널의 지로 이시마루 편집장은 NYT에 “김정은에게 남한으로부터의 문화적 침략은 참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아시아프레스가 밀반출한 북한 정부 문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컴퓨터, 문자 메시지 등에서 한국의 콘텐츠와 억양이 발견됐다. 예를 들어 북한의 여성들은 과거 데이트하는 상대를 두고 ‘동지’라고 불렀지만 K드라마를 본 후에는 상대를 ‘오빠’ 또는 ‘허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김정은은 이런 언어들을 ‘변태적’이라고 부렀으며 남한에서 온 괴뢰 사투리를 모방하다 붙잡힌 사람들의 가족들은 경고의 의미로 도시에서 추방될 수 있다는 내용도 문서에 담겼다.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이 2018~2019년 탈북자 11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북한에 사는 동안 남한의 예능 프로그램을 자주 봤다고 답했다. 정씨는 현재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는 북한 장교와 남한의 재벌 상속녀의 사랑 이야기인 ‘사랑의 불시착’이라고 전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