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시에서 무슬림 가족 4명을 살해한 증오범죄가 발생한 가운데 오샤와에 사는 키라 스테파니가 8일(현지시간) 자녀들과 함께 사건 현장을 방문해 추모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시에서 무슬림 가족 4명을 살해한 증오범죄가 발생한 가운데 오샤와에 사는 키라 스테파니가 8일(현지시간) 자녀들과 함께 사건 현장을 방문해 추모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캐나다서 무슬림 일가족 살해

경찰, ‘계획된 증오범죄’ 판단

한 해 종교적 박해 2000여건

“의원들이 허용한 환경” 비난

[천지일보=이솜 기자]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합니까?”

캐나다 대부분 지역에서 코로나19 규제가 여전히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가족들이 한 주를 마무리하며 저녁 산책에 나섰다. 그러나 온타리오주 런던시에서 산책을 다녀온 3대 가족이 계획된 범죄로 트럭에 치여 숨지면서 평화롭던 일요일 저녁은 피로 얼룩졌다. 경찰은 그들의 이슬람 신앙이 표적이 됐다고 밝혔다.

6일(현지시간) 남성 너새니얼 벨트먼(20)이 운전하는 픽업트럭이 일가족 5명을 들이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살만 아프잘(46)과 아니 마디하 살만(44), 딸 염나(15), 아프잘의 어머니 탈라트 아프잘(74)이 사망했다. 아들 페이즈(9)는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캐나다에서 무슬림에 대한 증오범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에는 퀘벡의 이슬람 사원에서 총기 난사로 6명이 사망한 바 있다.

런던 시의회의 모하메드 살리 의원은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여전히 이슬람 증오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우리가 직면한 도전과 현실은 우리 도시에 너무 자주 이슬람 증오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아주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8일(현지시간) 온타리오주 이슬람 사원 밖에서 아프잘 가족을 기억하기 위해 수천명이 모여 추모 행사를 가졌다. 이를 위해 대규모 집회를 금지하는 전염병 규제를 일시적으로 해제했으며 행사에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참석했다. 아프자 가족이 산책 중 살해된 시간인 오후 8시 40분에는 묵념이 진행됐다.

아프잘은 장기요양원에서 일했던 물리치료사였다. 아내 마디하는 토목공학 박사과정 학생이었다. 2007년 파키스탄에서 캐나다 영주권자로 입국한 아프잘과 살만은 현지 모스크에서 활동하며 여러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아프잘 부부는 이웃인 칸 가족과 친분이 두터웠다. 칸 가족 역시 파키스탄에서 이민을 왔다. 야스민 칸은 아프잘 일가를 가족처럼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모두 형제자매처럼 지냈다. 아프잘 가족은 동물이나 벌레조차 해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슬람 혐오는 현실이다. 인종차별은 실제 있다”며 “우리는 함께 서서 이 증오를 함께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에서는 몇몇 연사들이 나와 이슬람 증오를 종식시키기 위해 긴급국가회의를 열 것을 요구했다. 트뤼도 총리와 다른 정치인들은 후속 조치를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번 범죄가 이슬람 교도를 겨냥한 계획적이고 계획적인 행위라고 밝혔다. 용의자인 벨트만(20)은 범죄 후 사건 현장 근처에 있는 쇼핑센터에서 체포됐다. 용의자는 희생자들과일면식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7일 4건의 1급 살인 혐의와 살인미수 혐의 1건으로 기소됐다. 런던 경찰은 테러 혐의 적용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증가하는 무슬림 증오범죄

이번 공격은 이슬람교와 인종차별 사회에 공포와 슬픔을 확산시켰으나 이를 억제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와 당국에 대한 분노도 커지게 했다.

캐나다는 외국인이나 난민에게 관용적인 평판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그러나 NYT에 따르면 캐나다 보안 정보국은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외국인 혐오를 악화시켰으며 이는 국가 안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캐나다의 증오범죄는 트뤼도 총리 취임 후 급증했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해마다 종교적 박해와 관련된 증오범죄가 2000여건이나 발생한다. 2019년 캐나다에서 1946건의 증오범죄가 경찰에 신고 됐다. 종교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는 감소했으나 무슬림에 대한 범죄는 전년보다 10% 늘었다.

캐나다에서는 국회의원들부터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7년 85명의 당원들과 함께 ‘모든 형태의 종교·인종차별’을 비난하는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던 보수당 에린 오툴 대표와 더그 포드 의원은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프라우드 보이스’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캐나다 인종 관계 재단의 모하메드 하심은 “정책 입안자들은 증오범죄가 거리에 있든 온라인에 있든 자신들이 캐나다에 존재하도록 허용한 환경이라는 책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런던시는 뚜렷한 사회적 분열이 있는 도시다. 서쪽에는 무슬림 인구가 많고 금융 서비스 회사, 보험 회사, 웨스턴 대학 캠퍼스가 자리 잡았으며 동쪽에는 장갑차를 생산하는 제너럴 다이내믹스 공장을 포함한 중공업이 활발하다.

칸은 무슬림이 적은 동쪽 지역에서 히잡을 쓰고 있는 것이 불안하다고 느꼈으며 평소 낯선 사람들로부터 옷 때문에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했다.

무슬림 지지 단체의 대표이자 아프자 가족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나와즈 타히르 변호사는 캐나다가 증오방지법을 즉시 확대하고 증오 대책 회의를 여는 것 외에 온라인 통신을 감시할 수 있는 추가 권한을 경찰에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런던시 경찰국의 정신과 의사인 제이브드 수케라는 가디언에 “이러한 이야기들은 캐나다에 대한 사람들의 유토피아적 이미지를 산산조각 나게 한다”며 “캐나다에서 인종차별을 부정하는 것은 병적인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정치인들이 무엇인가를 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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