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금융지주 회장 연임이 금융 공정·독립성 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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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앞두고 강력한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들어간 은행이 대출 접수 경로를 아예 차단하는 이례적 조치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은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세를 '자율적 규제'로 붙잡으라는 금융당국 압박에 따라 은행들은 우대금리는 지속해서 없애고, 대출 가능 한도도 낮춰 왔다. 사진은 지난 15일 오전 영업을 앞둔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모습. (출처: 연합뉴스)
연말을 앞두고 강력한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들어간 은행이 대출 접수 경로를 아예 차단하는 이례적 조치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은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세를 '자율적 규제'로 붙잡으라는 금융당국 압박에 따라 은행들은 우대금리는 지속해서 없애고, 대출 가능 한도도 낮춰 왔다. 사진은 지난 15일 오전 영업을 앞둔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모습. (출처: 연합뉴스)

지주 회장 임기 비판 목소리

회장 연임·대표 겸직 제한

“금융사, 정부의 돈주머니냐”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최근 정치권이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연임을 제한하고 임원의 겸직을 금지하는 법률 개정안을 내놨다. 금융지주 회장에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돼 공정성과 독립성을 해친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금융권은 정치권의 주장에 대해 오히려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한 것이 아닌 ‘금융권 길들이기’에 해당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기업이나 다름없는 금융사를 여전히 옥죄고 규제하면서 ‘관치금융’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연 정치권의 주장처럼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과도한 권한을 집중시켜 공정성과 독립성을 해치게 될까?

◆정치권, 금융지주 회장 법률 건의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와 함께 금융지주 회장에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돼 공정성과 독립성을 해친다고 주장하며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금융지주 대표의 자격요건을 규정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으로, 연임은 1회로 제한하고 총 임기는 6년을 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5대 금융지주 중 NH농협금융을 제외한 모든 금융지주사가 법 적용을 받게 된다. 이와 함께 현행 지배구조법상 보장하고 있는 지주 회장과 은행·증권·보험사 대표의 ‘자회사 대표 겸직 제한 예외 규정’도 삭제할 예정이다.

금융지주 회장 임기에 대해 정치권의 여야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사의 사모펀드 사태 및 내부부실 문제에 회장들이 책임이 있으면서도 연임을 하고 있고, 이러한 임기 연장에 사외이사들이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종합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연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 의원은 금융권의 사모펀드 사태에 회장들의 책임이 있으면서도 모두 연임을 통해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한정 의원 또한 지난달 18일 금융지주회사의 회장 또는 대표이사의 셀프 연임을 방지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금융지주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임추위에서 사외이사를 3분의 2 이상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회장의 영향력을 줄이고 임추위가 대표이사의 임기 연장에 들러리로 전락하지 않도록 방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3연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정치권, 관치금융 멈춰!”


금융권은 정치권의 주장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금융권이 가장 큰 이익을 본 업종으로 낙인찍히면서 정치권이 금융권 이익 공유제인 ‘이자멈춤법’을 제안하는 등 다양한 방법에서 압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민간 금융사의 인사권에 대해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관치금융을 넘어 정치금융까지 범접해 금융 산업의 성장을 막는 처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재난 상황으로 소득이 감소한 사업자가 대출 원금 감면 및 이자상환 유예를 신청할 수 있는 ‘은행법 개정안’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최대 1000만원까지 3% 저금리 대출이 가능한 ‘기본대출법’이 발의된 상황이다.

또 서민금융지원을 위해 금융권이 매년 2000억원 이상 5년간 출연금을 내는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와 전문가는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금융사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개입이 심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은행은 주인이 없는 기관으로 신한금융의 경우 제일교포가, KB금융은 외국인 투자자가 지분을 차지하는 것처럼 정부가 은행에 명령할 수 있는 근거는 약하다”며 “정부가 임원에 대해 법을 통해 금지하는 것은 관치금융에 해당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금융기관이 알아서 자율 경영을 하도록 해야 함에도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미국이나 중국처럼 은행 스스로가 책임져야 함에도 정부가 금융기관에 대해 경영이나 소비자 보호에 대한 개입을 하면서 큰 사고가 나도 금융사가 책임 면피를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는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로 정부와 분리된 기관임에도 필요하면 본인들이 길들이거나 압박을 주곤 한다”며 “금융권에 대한 정치권의 개입으로 인해 한국 금융업계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저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은 임기 동안 회사의 이윤을 만들어내는 등의 성과에 따라 주주들의 동의로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라며 “회장의 연임으로 권한이 집중돼 공정성과 독립성을 해친다며 금융권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처사”라고도 지적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마치 은행과 금융지주사가 정부의 ‘돈주머니’로 인식하는 것과 같이 보인다”며 “서민금융지원법 또한 본래 대상이 아니었던 은행, 보험사, 여신전문회사 등까지 확대한 것이 그러한 인식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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