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통일운동가인 태종호 한민족통합연구소 대표가 지난 1일 본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통해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6.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통일운동가인 태종호 한민족통합연구소 대표가 지난 1일 본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통해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6.3

태종호 한민족통합연구소 대표
 

최근 ‘통일기행-국내편·국외편’ 출간

30여년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활동

“역사를 바로 알아야 통일 지혜 얻어”
 

“국가 유지하고 나갈 유일한 길 ‘통일’”

“통일되더라도 상당기간 두 정부 유지”

통일 최고 걸림돌 ‘남남갈등’으로 지목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한반도는 언제나 강대국에 의해 환란에 휩싸였고, 주변세력이 바뀔 때마다 선택의 강요에 시달려 왔죠. 우리에겐 자강(自强) 외에 정답이 없어요. 자강의 첫걸음이 바로 한반도 통일(統一)입니다.”

시인이자 웅변인, 통일 운동가인 태종호(71) 한민족통합연구소 대표는 지난 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통일의 당위성을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30여 년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전국을 직접 발로 뛰고, 남북을 오가며 체험하고 느낀 분단 극복과 바른 통일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세월을 보내왔다.

“제가 전국을 돌면서 5000회 정도 강연을 했는데, 강의와 질의응답 2시간만으로 우리나라 분단과정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아쉬움이 늘 있었어요. 어떤 한 부분만 갖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는데, 청중이 이해하기 위해선 처음부터 끝까지 과정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역사를 완전히 소화해야 통일을 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지론을 바탕으로 태 대표는 최근 ‘태종호(太宗鎬)의 통일기행(統一紀行)-국내편·국외편’을 출간했다. ‘역사를 바로 알아야 통일 지혜 얻는다’란 주제가 달린 국내편을 통해 1875년 일제의 침략부터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까지 143년의 격변 과정을 풀어냈다.

국외편에서는 ‘세계를 바로 알아야 민족 번영 이끈다’란 주제 아래 격변의 시대인 1990년대 초, 한중 수교 당시의 중국을 비롯해 공산주의 종주국인 러시아, 분단국에서 통일국가로 탈바꿈해 도약하는 베트남과 독일, 동유럽 사회주의국가인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의 방문기를 담아냈다.

태 대표는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가 평화스럽고 문화민족으로서 긍지도 있고 정말 좋은 조상의 얼을 이어받았는데, 지금 왜 이렇게 분단이 됐으며, 어떻게 해야 바른 통일이 될 수 있는지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세계를 알아야 민족번영을 이끌 수 있다. 우리나라가 정말 명당자리다. 인류 역사의 불가사의는 한반도라고 했다”며 “지리적인 여건이 훌륭해 많은 수난을 겪었는데, 세계 움직임을 통찰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6.25전쟁 와중에 태어난 태 대표는 한때 정치에 입문했다가 큰 좌절을 겪었다. 이후 1990년대 초쯤 정치를 하는 것보단 고(高)가치라고 판단한 통일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100% 해야 한다. 국가를 유지하고 역사를 제대로 지키면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통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은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통일을 반대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온다. 이를 두고 태 대표는 “학자마다 다르긴 하지만, 우리가 통일비용보다 통일을 해서 얻는 편익이 몇 배로 더 높다는 건 이미 통계적으로 나왔다”며 “경제뿐 아니라 다른 것까지 합치면, (통일의 당위성은) 더 말할 게 없다”고 했다.

한편에선 통일을 이룰 경우 엄청난 혼돈이 올 것이란 우려를 내놓는다. 그래서 태 대표는 이상적인 통일 방안에 대해 “그 기간이 어느 정도라고 단정은 못하지만, 통일이 되더라도 상당 기간 두 정부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이후 점차 좁혀 나가면서 나중에 통합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어 “통일 합의를 하더라도, 정부를 한시적으로 따로 유지해 가면서 교류해야 한다”며 “그러면서 법령이나 토지 문제 등을 조금씩 정비해 그것이 끝난 이후 남북이 서로 왕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 민족은 아직도 70년 분단을 감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된다. 태 대표는 “그런 주장을 적극 지지한다. 북한의 도발 등이 없다면, 종전선언은 미국으로선 상당히 매력적인 카드”라며 “종전선언을 하면 평화협정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평화협정을 하고 종전선언을 하고 우리나라에서 70년 묵은 때를 벗겨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를 두고선 “북한이 매력을 느낄 만큼 뭔가를 주지 못했다. 이번에 종전선언 카드가 있었다면 북한이 혹했을 것”이라며 “그러면 북미대화가 급진전될 수 있었다”고 내다봤다.

태 대표는 북한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선 이런 전망을 내놓았다.

“북한이란 나라를 보면 세계에 편입하는 데 결격 사유를 갖고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큰 것이 세습정치에요. 그런데 김정은 시대로 와서 그것이 마감되지 않겠느냐는 예측은 가능합니다. 거기엔 김정은의 건강 문제도 있고 백두혈통을 이어나가기 위해 앞으로 20년 정도는 기다려야 해요. 20년이란 시간이 가는 중에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올 거예요. 조금 시간은 걸려도 북한은 변화할 수밖에 없고, (국제사회에) 편입할 수밖에 없으며,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태종호의 통일기행-국내·국외편’ ⓒ천지일보 2021.5.24
‘태종호의 통일기행-국내·국외편’ ⓒ천지일보 2021.5.24

통일을 염두에 뒀을 때 대(對)중국 정책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태 대표는 “(우리나라는) 지리적 여건상 강대국에 포위돼 있어 눈치를 안 보고 자율적으로 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중국에도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한다. 우리 국민이 단결해서 중국의 외압 등이 있으면, 똘똘 뭉쳐서 막아낼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국민이 통합되고 단결돼야 하고, 나아가 남북대화가 원활하게 이뤄져서 상당 부분 밀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태 대표는 남남갈등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강연 전에는 (청중에게) 통일의 최고 걸림돌이 뭐라고 보는지 물어요. 그리고 나선 가장 무서운 게 꼭 ‘핵’이라고 보는 것인지 물어요. 제가 보기엔 핵보다 더 무섭고, 지금 시급히 해야 할 건 통일도 아니고, 핵을 없애는 것도 아니고, 남남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우리나라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선 북한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한다고 했다. 태 대표는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에 아쉬움이 있다. 트럼프 정부 말기에도 말할 기회가 있었는데 놓쳤다”며 “중국에서 압박을 가해와도 의식하지 말고 할 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지도자로서 좀 더 강해져야 한다는 주문을 하고 싶다”면서 “차기 지도자는 누가 되더라도 그런 점을 감안해야만 우리가 국가를 제대로 유지하고 통일도 하고 종전선언도 하고 평화협정도 맺을 수 있다. ‘눈치보기’ 식으로 간다거나, 너무 저울질하는 식으로 가다보면, 휴전 100년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시대에 태 대표는 언론기고와 책을 집필하는 데 집중해 왔다. 지난해 비대면 강연을 주로 하고, 대중 강연은 2번밖에 못했다고 한다. 태 대표는 “제 생애에 통일되는 걸 보고 갔으면 원이 없겠다. 그러니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하려고 한다”며 “연단에서 강연을 하다가 쓰러지는 게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태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통일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우리는 유일하게 남북이 분단된 상태입니다. 외국에선 한반도 통일을 저해하고 있어요. 어떤 나라도 우리나라 통일을 도와줄 나라는 없다고 봅니다. 결국 강대국의 완결은 통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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