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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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 6세기 인도의 고타마 싯타르타는 생로병사를 비롯한 각종 고뇌의 해결에 매달렸다. 그는 왕족으로서의 삶을 버리고 수련한 끝에 불교를 창시했다. 불교는 기독교, 이슬람교와 함께 3대 종교 가운데 하나가 됐다. 한대에 중국으로 전파된 이후 점차 중국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으며, 한반도와 일본으로 전파돼 사회생활의 각 영역에 깊이 침투했다.

삶과 죽음, 마음과 물질, 사유와 존재라는 생명의 근본적인 문제를 깊이 인식해 의학, 심리, 음식, 선정(禪定)과 같은 건강과 직결된 주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불교경전 가운데 상당히 많은 부분은 질병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됐다. 대장경 400여부에 의약위생, 생리병리, 심리건강, 수심양성에 관한 기록이 포함돼 있으며, 의학과 관련된 명사나 술어는 4600개에 달한다.

‘대지도론(大智度論)’에서는 질병의 원인을 외연(外緣)과 내연(內緣)으로 구분했다. 외연은 한열, 기갈, 부상과 같은 외부적 요인, 내연은 색탐, 분노, 공포, 지나친 사고활동과 같은 내부적 요인을 가리킨다. ‘마하지관보행(摩訶止觀輔行)’에서는 색, 성, 향, 미, 촉, 법 등의 ‘오진(五塵)’이 탐욕으로 변하면 상응하는 장부에 질병이 생기며, 생명현상은 모든 체내의 기관이 각자기능과 활동을 하면서 반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말과 삼국시대에 소승불교가 전파돼, 동의학의 ‘원기설(元氣說)’과 ‘음양오행론’을 흡수했다. 원기와 배합되면 심신이 평화롭고 욕망과 번뇌에서 벗어나지만, 그렇지 못하면 음양오행의 부조화를 이루어 심신의 평화가 깨져서 각종 욕망과 번뇌가 발생하게 된다고 했다. 불교에서는 질병을 몸의 병(身病)과 마음의 병(心病)으로 구분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건강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신체적 결함과 질병이 없는 상태일 뿐만 아니라, 생리적, 심리적인 상태와 사회적 적응력이 완전한 것을 건강이라 한다.”

불교에서 마음의 병은 탐욕과 아집, 공포, 우울함과 슬픔, 증오심 등으로 발생하는 고뇌이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심리적 요인이 병리적 결합이다. 몸의 병은 기육, 골격, 신경, 오장육부에서 발생하는 생리적인 질병을 가리킨다. 유능한 의사는 각종 질병의 원인을 정확히 변별할 수가 있어야 하며, 치료방법으로는 약물, 음식, 양생과 요가, 태극권과 같은 운동, 안마나 지압, 정좌(靜坐), 수관(修觀)과 같은 방법을 제시한다. 이러한 방법은 동의학의 양생치료법과 융합됐다. 불교에는 심리적 작용에 관해 상당한 연구가 진척됐다. 인간의 심리상황과 ‘고난’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 인생의 가치에 대해 독특한 판단을 내렸다. 사람들의 사상을 속박하는 준칙과 규범을 생동적이고 형상적인 심리학으로 해석했다. 마음의 병을 일으키는 번뇌는 무려 8만 4000종이나 된다고 했다. 번뇌는 모두 스스로에게 집착하는 아집(我執)에서 생긴다. ‘천태사교의(天台四敎儀)’에서는 그것을 치유하는 6가지 방법을 제시했는데 현대 심리학은 상당히 유사하다.

무절제한 식사는 질병의 원인이다. ‘선문일송(禪門日誦)’에서는 질병이 걸렸을 때에는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탕약이나 다름이 없다고 했다. 불교의 소식(素食)은 민간의 음식습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음식을 적게 먹어야 혈관이 튼튼해져서 혈압을 안정시킨다고 생각한다. 소식은 심혈관계통의 질환을 예방한다. 초기 불교는 생리적 고통이 심리적 고통으로부터 기인한다는 점을 과대하게 주장했지만, 선정법(禪定法)은 생로병사의 윤회와 재앙으로부터 해방돼 해탈에 이른다는 신비한 불교적 진리를 현실화했다. 선정 수련 과정에서 심신을 수련함으로써 고요한 상태에 이른다. 선정법 외에도 ‘육도(六度)’라는 수행방법이 있다. 보시(布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정진(精進), 지혜(智慧)를 통해 도덕적 책임을 다하고 봉사정신을 지니게 돼야 악을 몰아내고 선을 확대시킬 수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바이러스에 주눅이 든 세상을 육도로 극복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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