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가 지난달 25일 새벽 2시 18분경 촬영한 사진. 손정민씨(누운 상태)와 손씨의 친구 A씨(앉은 상태). (출처: 경찰청 한강 대학생 사망사건 관련 설명자료 캡처)
목격자가 지난달 25일 새벽 2시 18분경 촬영한 사진. 손정민씨(누운 상태)와 손씨의 친구 A씨(앉은 상태). (출처: 경찰청 한강 대학생 사망사건 관련 설명자료 캡처)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서울 한강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22)씨의 아버지 손현(50)씨가 “경찰의 수사 진행상황 발표 내용 일부가 우리가 들은 목격자의 제보와 다르다”며 경찰 수사에 또다시 의문을 제기했다.

손씨는 29일 오후 자신의 블로그에 ‘증인과 브리핑’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우리에게 직접 제보한 목격자 2명과 지난 11일 연락해 (손정민씨 실종 당일인) 지난달 25일 오전 2시 18분께 촬영한 사진을 입수했다”면서 “이분들은 이후 우리의 부탁을 받고 경찰에 가서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 사진에는 손정민씨가 취한 채 잔디밭에 옆으로 누워 있고,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는 가방을 멘 채 손정민씨 옆에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이 공개되자 일각에서는 A씨가 당시 손정민씨 주머니를 뒤적거린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진과 관련해 지난 27일 서울경찰청은 중간 수사발표 언론 브리핑에서 “사진을 제출한 목격자는 A씨가 자고 있던 손정민씨 옆에서 짐을 챙기고 손정민씨를 흔들어 깨우는 장면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씨(22)의 아버지 손현씨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무릎을 꿇고 슬픔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1.5.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씨(22)의 아버지 손현씨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무릎을 꿇고 슬픔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1.5.8

하지만 아버지 손씨는 이날 목격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 공개하며 경찰의 발표에 의구심을 보였다.

그는 “이상하다. 목격 내용은 깨우는 모습이라고 발표하면서 사진 속에서는 A씨가 정민이를 방치한 채 자리를 싹 정리하고 핸드폰을 보는 모습”이라며 “뭔가 이상해서 목격자분께 실례를 무릅쓰고 다시 연락을 드렸다”고 했다.

손씨가 공개한 캡처 사진에 대해 목격자는 “주머니 뒤적인 게 깨우는 거라고요? 그건 전혀 깨우는 느낌이 아니었는데요?”라며 “주머니를 뒤적거린 이유는 저도 잘 모르는데 (경찰이) 저렇게 단정을 지어버리면 어떡하라는 건지”라고 했다. 이어 “(경찰에서) 정확하게 진술했는데 전달이 좀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손씨는 “여기서 증인의 진술이 경찰의 발표 시 어떻게 왜곡되는지 알 수 있었다”며 “나머지 증인은 우리가 만날 수도 없으니 당연히 저 발표가 맞는다는 확신이 생길 수 없고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이날 밤늦게 짧은 입장문을 내고 “지난달 25일 오전 2시 18분 목격자가 촬영한 사진에 대한 경찰 발표가 유족 측이 (목격자로부터) 들은 내용과 다르다는 주장과 관련, 경찰의 발표는 목격자 조사를 통해 확인된 내용임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강에서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신 뒤 숨진 채 발견된 고 손정민군 사건에 대한 의혹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천지일보 2021.5.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강에서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신 뒤 숨진 채 발견된 고 손정민군 사건에 대한 의혹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천지일보 2021.5.29

한편 이날 고(故) 손정민씨와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A씨 측 법률대리인 정병원 변호사(원앤파트너스 대표)는 “손씨와 술을 마시기 시작한 시점부터 ‘블랙아웃’을 겪어 8시간 동안 기억이 거의 없었다”며 손씨 유족이 제기한 여러 의혹을 반박했다.

정 변호는 첫 입장문 이후 12일 만인 29일 오후 두 번째 입장문에서 “지난달 24일 오후 11시 14분께 A씨가 손씨와 새로 술자리를 시작한 시점부터 이튿날 오전 6시 10분께 한강공원에 부모와 함께 방문을 마치고 귀가하기까지 기억이 거의 없다”며 집중수사를 요청하는 유족에게 ‘지나치다’고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이날 입장문은 A4용지 22페이지 분량으로 첫 입장문(17페이지)보다 길었다.

A씨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의 반박문에 대해 손현씨는 “숨이 막히고 머리 아파 끝까지 읽기가 어려웠다”며 “웬만하면 한 번에 읽는데, 또 술 얘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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