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농업기술원 작물개발과 이진홍 연구사. ⓒ천지일보(뉴스천지)
농업경제학 이진홍 박사 인터뷰
“옥수수 밭 호미질하다 농업에 애정 느껴”

농촌 향토음식과 도시 대기업의 만남 ㆍ 지역 자원 상품화로 프렌차이즈 성공

[천지일보=김지현 기자] “도(都)ㆍ농(農) 상생이라는 말처럼 농촌이 잘 살기 위해서는 도시와의 연계사업이 필수적이죠. 농촌 지역의 향토음식이 프랜차이즈사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기업의 외식사업 노하우를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개발과 이진홍 농업경제학 박사의 말이다. 이 박사는 “향토음식의 프랜차이즈사업 성공에 대한 노하우는 지역의 자원과 대형 외식업체의 상품화 능력을 결합한 메뉴, 레시피, 서비스 등을 공동 개발하는 과정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친환경 유기농과 발효식품을 테마로 한 홍보ㆍ마케팅을 추진하고 로컬푸드와 연계된 한식 프랜차이즈 창업을 지역민이 주도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박사가 이같이 농촌이 행복해지는 방법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대학시절부터였다.

“고향이 서울이라 농사가 뭔지 잘 몰랐어요. 대학교 1학년 때 여름방학 농촌 봉사활동으로 강원도 홍천 옥수수 밭에서 처음 호미질을 해보면서 농업에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됐지요.”

농촌 봉사활동 당시 춘천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에 재학 중이었던 그는 그 옥수수 밭에서 마신 술 한 사발의 꿀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온몸이 땀에 젖도록 잡초를 뽑고 나서 동네 어르신이 주전자로 건넨 옥조주(옥수수로 빚은 술)였다.

이 박사는 “옥수수 밭에서 땀을 흘려보기 전에는 농부의 땀과 고통을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보지도 못했고 농사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때부터 쌀 한 톨의 소중함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고 농업인이 고통을 감수하며 땀을 흘린 만큼 그 대가를 받을 수 있고, 농촌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농촌지도공무원 시험을 치러 농촌지도사가 됐고 강원도 고성 농민청 농영경영분야로 첫 발령이 났다. 발령 후 이 박사는 쇠고기를 맛있게 만들기 위해 거세․비육제 관련 기술 등을 농가에 보급했다.

원주시 농업기술센터에서 근무할 때는 장미공원에서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치우고 비료를 주며 장미를 관리했는데 당시 너무 힘들어서인지 이 박사는 지금도 장미가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던 오정희(현재 42세) 씨와 결혼 후 경기도 파주 농업기술센터에서 함께 일하게 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친환경 농업에 대한 법과 제도만 있을 뿐 그 기술이 농촌 현장에 보급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에 이 박사는 2000년 ‘친환경농업연구회’를 조직해 스스로 농업에 대한 연구를 하며 파주시에 우렁이 농법을 처음으로 보급했다. 벼에 유해한 제초제 대신 잡초를 갉아먹는 우렁이를 이용한 ‘친환경왕우렁이쌀’을 생산하는 데 기술을 지원하고 지역 소비자단체와도 연계해 판매가 잘되도록 도왔다.

또 그는 2005~2006년도에 ‘파주 개성인삼축제’를 기획하고 주관했는데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30~40만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는 이 박사가 적용한 ‘노이즈 마케팅’ 홍보전략이 대성공을 이룬 결과였다.

‘노이즈 마케팅’이란 논란거리를 만들어 관심을 모으는 것인데 ‘포천 개성인삼조합’에서 파주시로 항의가 들어왔고 그로 인해 ‘파주 개성인삼축제’는 저절로 홍보가 됐다.

이 박사는 파주시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주민들이 어려움에 닥쳤을 때는 지원을 나가 소독 등 봉사활동으로 돕기도 했다. 당시 파주시로부터 진급이 잘되는 행정직으로의 전직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농업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이론적 연구를 하고 싶었고 그 연구를 통해 얻어진 현장성 있는 정책과 기술을 농민들에게 보급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2006년 12월 경기도 농업기술원의 작물개발과 농업연구사가 된 이후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 이 박사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 프로젝트 중 하나가 ‘새싹 채소 개발’에 관한 것인데 농림부에 정책 건의를 해서 500억의 자금 지원이 확정된 상태다.

또 그는 ‘항토음식 자원화 사업’으로 선진적 비즈니스 모델 몇 가지를 제안하고 농림부에 정책 건의를 했다. 그 가운데 충북 제천의 황기 순을 비빔밥 재료로 쓰는 레시피를 개발하고 제천 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해 기술이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감기 예방과 보양식으로 알려진 황기로 만든 ‘황기 순 비빔밥’은 ‘안테나 숍’을 통해 도시 구매력이 확인됐고 프랜차이즈사업을 개발 중에 있다. ‘안테나 숍’은 제조업체들이 자사 제품에 대한 소비자 평가를 파악하거나 타사 제품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운영하는 유통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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