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31일까지 보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이번에도 야권의 동의 없는 ‘임명 강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까지 합치면 32번째다. 어쩌다가 정치권이 이런 식으로 가는지, 명색이 장관급 인사를 하는데도 매번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과연 이런 인사청문회에 어느 누가 관심을 가질지를 생각하면 부끄럽고도 민망하다. 그리고 이런 인사청문회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반문하고 싶다. 여야 간 싸움질만 부추기고, 국민에겐 허탈감만 안겨 줄 뿐이다. 하루빨리 인사청문회 제도의 근본적 개선이 불가피한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김오수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실망이었다. 변호사 시절의 도덕성 문제는 국민적 눈높이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소한 검찰총장 자격엔 흡족하지 않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검찰이 직면한 최대 현안인 검찰개혁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서는 미심쩍은 대목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입장은 명확치가 않다. 검찰의 조직개편에 대해서도 분명한 의지를 표명하지 않았다. 이런 내용을 인사청문회에서 밝히지 않는다면 인사청문회를 왜 하는지 묻고 싶을 만큼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검찰에겐 ‘검찰당’이라는 비난과 냉소가 우리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다. ‘정치의 사법화’를 걱정하는 대신 ‘검찰의 정치화’를 더 걱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검찰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김 후보자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검찰조직을 바라보는 국민의 우려를 생각해서라도 검찰총장 후보자 입장에서 지난날의 과오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사과, 앞으로는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겠다는 단호한 의지와 청사진을 밝히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명확치가 않았다.

김오수 후보자가 과연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마지막 검찰총장으로서 소임을 다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공고히 하고, 검찰개혁을 완수할 책임자로서는 많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야권의 동의를 받기엔 여전히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권 후보자가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다면 검찰총장 임명 이후가 너무도 중요하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국민적 불신과 조직 내부의 불화에 휩싸인 검찰조직을 이대로 끌고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검찰의 특권을 신봉하는 무리들이 조직 내에 수두룩하다. 한 건만 잡으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줄을 서서 국민적 명망을 얻고선 정치권으로 진출하려는 ‘정치검사’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김오수 후보자가 새롭게 판을 짜야 한다.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따라서 과거 어느 때보다 검찰총장의 책무가 무겁다는 사실을 부디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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