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부활절인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신도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1.4.4
 부활절인 지난 4월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신도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DB

코로나19 비정상·비대면 시대와 한국교회의 전망 발표

백석대 석좌교수 이상규 박사 국가가 종교 자유 침해

집단감염 이유로 권력 과도하게 행사하고 있어 지적

교회는 예배 모임 관련해 국가에 복종 의무 없다주장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예배 모임에 대한 국가의 명령에는 복종할 의무가 없다. 국가 권세에 속한 국민 생명 보호의 의무와 교회의 자율권이 충돌할 경우에도 교회의 권세가 우선적으로 적용돼 국가가 규제할 수 없다.”

백석대 석좌교수 이상규 박사는 24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코로나19가 불러온 비정상·비대면 시대와 한국교회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교회발 코로나19가 여전한 가운데 또다시 나온 대면 예배 주장이다. 그는 집단감염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국가의 공권력이 과도하게 행사돼 종교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회와 기도원 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이 계속되고 있고 대부분의 교회가 정부 지침에 따라 비대면 예배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개신교계에선 아직도 대면 예배를 ‘강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이들은 저항이 곧 신앙이라는 논리를 펴며 교회들과 방역 당국과의 대치를 부추기고 있다. 한국교회의 신뢰도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추락할 대로 추락하며 역대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수 교회를 포함한 종교계가 정부의 방역에 협조하며 코로나19로부터 해방을 위해 행동하고 있는 이때, 이러한 일부 개신교의 주장은 외려 개신교의 긍정적 인식을 저하시키고 부정적 인식을 야기할 수 있단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코로나 환경에서 국가와 교회와의 관계’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이상규 박사는 “방역 혹은 집단감염 방지를 이유로 국가의 공권력이 과도하게 행사되고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며 “(교회는) 예배 모임에 대한 국가의 명령에 복종할 의무가 없으며 국가는 예배나 집회에 대해 규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혁교회 전통과 서구사회 역사 등을 사례로 들며 국가 정부의 기능은 ‘참된 종교를 공적으로 보존케 하며 인간성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정의했다. 때문에 국가권력이 신교의 자유나 신앙 행위의 자유를 제한·금지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상규 박사는 “원칙적으로 국민의 생명 보호의 의무와 교회의 자율권이 충돌할 경우에도 교회의 권세가 우선”이라며 “다만 교회에서 공공의 이익이나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한 경우 등 사후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최소한의 국가 개입은 인정된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방역 지침을 지키는 교회에 대해서 안이하다고 지적하는 등 반기를 조장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도했다. 이 박사는 교회를 향해 “예배 모임 시행 여부를 국가의 판단에 맡겨서는 안 되고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며 “국가 권력기관은 현실적으로 현장 예배의 가치에 대한 신학적 판단을 할 수 없으므로, 예배 모임 실행 여부를 결정할 자리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교회가 정부의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지침을 준수하고 협조하는 일은 당연하지만 종교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예배금지, 교회당 폐쇄, 구상권 청구 같은 조치는 기독교에 대한 탄압일 수 있다”며 “유독 기독교회의 집회만 제한을 강제하는 것은 공정한 처사라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체 교회가 특별한 저항 없이 정부의 지침을 받아들인 것은 방역 지침에 순응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 종교의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는 안이한 대응이자 교회의 자율권에 대한 포기라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러한 인식은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초래할 수 있단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500명(제주 제외)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종교’와 관련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비종교인의 종교에 대한 호감도는 전체적으로 크게 떨어졌는데 그중에서도 개신교인에 대한 호감도는 불교·천주교와 비교해 가장 낮았다.

비종교인 가운데 호감 가는 종교가 없다고 답한 사람은 61%로 반 이상을 차지했다. 가장 호감 가는 종교로는 불교가 20%로 가장 높았고 천주교가 13%로 나타났다. 반면 개신교는 6%에 그쳤다.

코로나19 사태 속 일부 교회들의 일탈적 행동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것과 그럼에도 대면 예배를 강행하는 목회자들의 행태 등이 개신교의 호감도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실시한 종교인 여론조사에서도 개신교가 가장 꼴찌였다. 응답자들은 개신교의 이미지에 대해 ‘거리두고 싶은(32.2%) ‘이중적인(30.3%)’ ‘사기꾼 같은(29.1%)’ 등 부정적인 답변을 꼽았다.

교회발 감염은 현재도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구로구 소재 한 교회에서는 지난 13일 이후 교인 6명을 포함해 총 10명이 확진됐다. 이후 경기 부천시의 한 교회에서 14일 이후 11명이 확진됐고, 이어 경기 안산시의 한 교회와 관련해 지난 16일 이후 총 15명이 확진됐다.

한국교회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개의치 않는다는 지적이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교계의 대면 예배 고집은 방역에 협조하는 교회들에게까지 혼란과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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