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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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참 신기한 프로그램이다. 코로나19 상황에도 여전히 방송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 상황을 단순히 멘토링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코로나19라는 외생적인 변수 때문에 골목 상권 자영업이 추락했는데 말이다. 그런 가운데 내생변수라고 하는 자영업자들의 태도나 운영방식 등에 대해서 멘토링하는 프로그램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점은 기이하다.

더구나 이 프로그램은 자영업자들은 보지 않는 프로그램이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물론 보는 자영업인들도 있는데, 방송에 노출됐을 때 반사효과를 생각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이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 가운데 미래 자영업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자영업을 하는 순간 골목 식당의 민낯을 알게 된다. 골목에 들어오기 전에는 낭만이 있지만 정작 그 골목에 살게 되면 현실을 인식하게 되는 것과 같다.

다 알다시피 백종원은 요리사가 아니라 비즈니스맨이다. 그것도 요식업을 전문으로 하는 비즈니스맨은 이윤을 남겨야 한다. 그의 음식들은 이윤을 최우선으로 하는 레시피를 우선하며 그 음식을 먹은 이들이 비만이나 당뇨 등 성인병에 걸리거나 그것은 그에게 관계가 없다. 너무 20세기 비평 마인드인가. 그런 것까지 요구할 시대는 아니라는 말에 동의할 수는 있겠다. 그런데 그가 시도해 망한 업종들도 많다. 하지만 이 같은 점을 지적하는 것은 골목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들뿐이다. 미디어는 물론이고 정치권까지 찬양하며 이른바 ‘핫 핸드 편향(Hot Hand Bias)’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는 일부 성공한 사례를 들어 그의 실패를 보지 못하거나 미래 결과를 잘못 호도하는 현상을 말한다. 방송에 비치는 백종원의 이미지는 미다스의 손처럼 보인다. 그가 어떤 말을 해도 그것은 존중되고 경전 문구처럼 된다.

하지만 그렇게 평가될 이유는 없다. 그가 프랜차이즈점을 많이 거느리고 있다고 해서 개별 골목 식당을 성공시키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의 능력과 별개인 상황도 많다. 골목 식당은 골목 식당의 코드로 움직인다는 점을 애써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또한 다양성이 기본인 시장에서 어느 한 사람이 수많은 식당에 멘토링을 하는 것이 과연 시장 메커니즘에 부합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가 개입한 식당이 혹여 잘되는 경우가 생기면 부각을 하겠지만 망하는 가게에 대해서 전혀 책임을 질 리도 없다.

한마디로 이 프로그램은 병영 체험 프로처럼 실제 군 복무는 없는 ‘쑈’다. 즉 자영업자가 될 리 없는 일반 시청자들을 위한 대리만족에 그친다. 자영업자들은 백종원을 골목 상권 파괴자로 부른다. 웬만한 요식업에 다 진출했고, 프렌차이즈점은 정말 힘든 조건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그런 무리한 조건을 통해 점주가 돼도 성공을 보장받을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 프로그램은 그를 신화화한다. 방송이 그렇게 할수록 그의 사업이 내포하고 있는 실패 확률에 대해서 무감하게 만들어줄 뿐이다. 만약 스스로 탄탄대로라면 방송에 진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가 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이다. 많은 음식 분야에 무차별적으로 진출하고 가혹한 프렌차이즈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성공 모델이다. 그러한 승자독식의 모델이 부러운 이들은 백종원을 우러러볼 것이다. 그런 존재가 되고 싶은 이들은 이 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퍼부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모두 알고 있다. 그런 단 하나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 수많은 골목 식당 사람들이 죽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을 말이다. 오늘도 백종원은 골목식당에 나와서 거의 신적인 존재처럼 자영업자들에게 훈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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