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in] 한미정상, 北에 거듭 대화 ‘손짓’… 북한 반응 여부 주목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한미 정상이 대화와 외교라는 대북 접근법에 의견을 같이하고, 기존 북미·남북 간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국 정부가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협상 재개 의지를 드러냈는데, 다만 대화 조건으로 내세운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 등의 언급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공을 넘겨받은 경우라 실제로 호응하고 나설지는 의문부호가 따른다는 관측이 많다.

◆양 정상 “대북 접근법 공감”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저는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대화가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라는 믿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도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진전하면서 긴장을 줄이기 위한 실용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해 북한과 외교적으로 관여할 의지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주한미대사 출신인 성 김 인도네시아 주재 미국대사를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지명한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양국의 정상회담 결과물인 공동성명에선 “우리는 2018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선언 같은 기존 남북 및 북미 간 약속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 달성에 필수라는 우리의 공통된 신념을 재확인한다”고 선언했다.

한미 양국이 외교로 북핵 문제를 풀겠다는 원칙을 정상 차원에서 확인하는 등 북한에 대화 재개를 촉구한 것인데, 대화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판문점 선언을 존중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인데, 아울러 남북관계의 독자성을 일정 수준 인정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 이번엔 호응할까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우선 비핵화 약속을 하고, 실무 단계에서 사전 조율되기 전에는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지 않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한데다 공동성명에는 북한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인권 문제를 담아내기도 했다.

여기에 북한이 원하는 내용들이 거론되지 않은 가운데 실질적인 협상 방안도 공개되지 않은 만큼, 북한이 당분간 내치에 집중하며 미국의 의중을 분석할 것이라는 등 당장 대화 테이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23일(한국시간)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미 정상의 북미대화 의지를 높이 평가하지만,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만남 전에 비핵화에 관한 약속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향후 구체적인 접촉면에 따라 달라질 순 있겠지만, 현재로선 이 같은 정도로 북한을 협상장으로 유인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북한도 일단 미국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들겠지만, 특별히 달라진 게 없는 상황에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센터장은 다만 “북한 입장에선 실용적·외교적 접근이라는 말이 계속해서 나오는데, 미측이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보려고 할 수는 있다”며 “실무협상 단계까지는 아닌 브리핑이라든지 그런 방향으로는 이어질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