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15주 만에 0.1%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다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정부가 온갖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현장에서는 뚜렷한 효과를 보이질 않고 있다는 뜻이다. 동네마다 재건축, 재개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거래는 없고 호가만 높아지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자칫 금리가 계속 상승하거나 부동산 버블이 붕괴라도 한다면 그 이후는 생각조차 하기 힘들다. 국가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엄청난 가계대출규모에 대해 국제사회는 한국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을 오래 전부터 해 왔다.

지난 4.7 재보선에서 참패한 민주당은 부동산 시장 연착륙 없이는 내년 대선도 어렵다는 사실을 실감했을 것이다. 특히 평생을 열심히 일해도 서울에 집 한 채 구하기 어려운 현실은 청년층을 분노케 했다. 그 분노가 민주당에 약이 됐을까. 민주당 송영길 신임 대표가 곧바로 착수한 것이 당내 부동산특위 구성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을 놓고서는 당 내에서도 여전히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조만간 결론이 나오겠지만 특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기대 반 우려 반’이다.

20일 특위의 내부 논의를 보면 재산세 감면 문제는 완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재산세 감면 상한선을 기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이다. 강남3구 등에 압도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상류층 대책일 뿐이다. 대신 정부의 부동산 정책 원칙만 후퇴시킨 셈이다. 고무줄 늘이듯 쏟아내는 부동산 대책에 대한 정부의 신뢰만 떨어뜨리고 있다. 이제 금융과 공급 측면에서 특위가 또 어떤 악수를 내놓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조삼모사 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정책실패가 바로 부동산 시장 폭등의 주범이다. 보다 근본적이고 보다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결과 이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몰린 것이다. 그럼에도 특위의 논의 수준은 탁상행정에 가깝다. 더 멀리 보고 좀 더 본질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 내년 대선에서도 정권 재창출의 명분을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정부가 시행 중인 후속 대책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도 무방하다.

마침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달 발의된 토지초과이득세(토초세)법을 국회가 신속히 의결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20일 발표했다.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는 개인의 재산권 행사에 일정한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다. 물론 위헌도 아니다. 우리 헌법은 제23조와 제122조에 토지공개념 원리를 적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 특위에서도 토초세 입법화에 힘을 싣는 데 앞장설 필요가 있다. 투기로 온 나라가 펄펄 끓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정말로 걱정이 된다면, 내년 대선에서 부동산 민심이 정말로 두렵다면 민주당 특위부터 토초세 입법화에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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