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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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인구 200만의 가자지구를 열흘째 공습하고 있다.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어린이와 여성이 절반을 차지한다. 부상자가 1500명이 넘고 이재민이 5만명이다. 지난 한해만 해도 이스라엘에 의해 목숨을 잃은 팔레스타인 사람이 133명에 이른다고 한다. 아이들 28명이 포함된 수치다.

이스라엘이 지금까지 자행한 행위는 국제법 위반이고 전범행위이다. 아파트를 포함한 주거지와 상업시설, 심지어 병원과 보건소까지 공습했다. 코로나가 걱정된다고 한다. 이 많은 민간인들을 살상하면서 인권과 정의, 자위권, 평화를 외치는 것은 기만이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미국의 태도다. 지난 14일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습이 과도한 대응이 아니다” “누구든 자국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며 대량 살육을 자행하는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군을 두둔했다.

미국이 하는 행동을 보면 “그때 그때 달라요”다. 미국이 북한과 이스라엘을 대하는 태도를 보거나 우리나라가 제정한 대북전단 관련법을 두고 의회에서 청문회를 여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미국의 태도가 모순되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은 항상 인권, 민주주의, 세계평화를 앞세우며 자신과 맞지 않는 세력이나 국가에 대해 온갖 간섭과 개입을 서슴지 않는다. 그런 미국이 이스라엘이 어린이와 청소년, 시민들을 무차별 살육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정당화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 다르고 뒤 다르고 겉 다르고 속 다른 미국의 민낯이다.

미국과 갈등관계에 있는 북한 같은 나라에 대해서는 전광석화처럼 빠른 대응과 공조를 보이는 서방국가들이 이스라엘의 반인륜적 전쟁 범죄에 대해서는 방관하거나 두둔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독일 메르켈 수상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한다고까지 했다. 민주주의, 인권, 평화를 늘 입에 달고 사는 나라들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잣대를 몇 개씩 가지고 있다.

사람의 생명, 특히 민간인을 무차별 살상하고 주거지를 폭격해 일반 시민들과 어린이들을 죽이고 사람들이 사는 집과 상가를 파괴하는 이스라엘의 행태는 용서 못할 반인륜 범죄이다. 절대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유엔은 안보리 결의로 이스라엘에 대한 경제제제와 군사적 개입을 해야 한다. 평화유지군을 조직해 즉시 파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미국은 유엔 안보리 소집도 두 차례나 지연시키더니 성명서도 무산시켰다. 유엔이 미국의 입김에 놀아나고 나라에 따라 시기에 따라 그 때 그 때 다른 잣대로 대응하는 사이 유엔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이스라엘처럼 국제 인권 규범을 짓밟는 국가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유엔이라면 해체하는 것이 낫다.

한국 정부의 태도 역시 큰 문제다. 외교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가자지구로부터의 무차별적 로켓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고 했다. 양비론도 아니고 이스라엘 편을 드는 내용의 입장이다. 한국 정부의 반응을 보고 팔레스타인인은 물론 아랍권의 시민들이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당연한 반응이다.

이스라엘과 한국은 다방면의 교역을 하고 있다. 특히 첨단산업 분야와 방산 분야에서 양국 협력은 두드러진다. 이스라엘이 사람 생명 알기를 파리 목숨으로 여기는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도 기존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건 옳지 못하다.

한국정부는 가자지구 폭격이 3일째 되던 12일엔 이스라엘과 자유무역협정에 서명까지 했다. 규탄은 못할망정 하필 이 때 관계를 심화시키는 경제협정을 체결한 건가? 문재인 정부는 정신 차려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재인 정부가 보인 태도에 대해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아랍 인민들, 팔레스타인국에 정중히 사과드린다. 문재인 정권의 행태는 너무나 창피한 일이다. 문재인 정권이 취한 태도가 대한민국 사람 모두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

팔레스타인국과 팔레스타인 인민들의 정당한 투쟁에 지지를 보낸다. 이스라엘의 반인륜적이고 인종차별적이며 팔레스타인인의 인권과 주권을 부정하는 군사 행동을 규탄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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