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 공보실 29일 "정상회담 없다" 거듭 확인
회담 성과 조율 실패..보안 및 건강상 이유등 거론

(모스크바=연합뉴스) 한동안 성사설이 나돌았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의 정상회담이 무산된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적어도 이달 말이나 내달 초로 거론되던 회담이 취소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크렘린이 회담 계획 자체를 부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나탈리야 티마코바 러시아 대통령 공보실장은 29일 "오늘 극동을 방문하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일정에 김 위원장과의 면담은 들어 있지 않다"고 로이터 통신에 거듭 확인했다.

티마코바 실장은 전날 "극동 블라디보스톡을 방문하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현지에서 여러 행사에 참가할 예정이지만, 그의 프로그램에 김 위원장과의 회담은 잡혀 있지 않다"고 밝혔었다.

티마코바 실장은 이타르타스 통신에도 "대통령의 블라디보스톡 실무 방문 프로그램에는 어떤 국제적 행사나 면담도 잡혀 있지 않다"면서 이번 방문은 2012년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준비 상황 점검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렘린 측은 애초부터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 계획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여러 정보들을 종합해 볼 때 정상 회담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됐던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교도 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러시아 정부와 연해주 현지 관리들을 인용해 양국 정상이 이달 30일이나 내달 1일 블라디보스톡에서 회담할 것이라고 구체적 장소와 날짜까지 언급했었다. 실제로 러-북 국경 지역에선 김 위원장의 열차 여행에 대비해 철도 당국이 준비를 시작한 정황도 포착된다.

거의 성사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보이는 김 위원장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돌연 취소된 원인은 무엇일까.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모스크바의 한 소식통은 "러-북 양측 간에 회담 의제나 성과와 관련한 막바지 조율 과정에서 서로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외국 정상과의 회동에 각별히 신중한 김 위원장이 기대한 만큼의 성과 없이 정상회담에 나서려 하지 않았을 것이고, 내년 대선을 앞둔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외교적 고립에 처한 김 위원장으로부터 아무런 양보도 얻어내지 못하면서 선물보따리만 안겼다는 비판을 받길 꺼렸을 것이란 해석이다.

2012년 APEC 회담을 앞두고 동북아 지역의 안정 확보가 급선무인 러시아 쪽에선 북측에 한반도 사태 안정화를 위한 가시적 행동을 요구했을 수 있고, 내년을 강성대국 진입의 해로 선포하고 경제 복구가 절실히 필요한 북한은 러시아 측에 경제 지원을 우선적으로 요청했을 수 있다. 서로의 당면한 이해가 엇갈리면서 회담 성과를 사전 조율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이다.

김 위원장의 방러 계획이 미리 언론에 노출된 상황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 위원장이 애초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극비 회동을 추진했으나 회담 추진 사실이 언론에 노출돼 국제사회의 과도한 관심을 끌면서 보안상의 이유 등으로 계획을 취소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와 함께 지난달 7박 8일간의 중국 대장정 이후 김 위원장의 건강이 악화해 또다시 외국 방문에 나서는 것이 무리였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만일 보안이나 건강상의 이유라면 집중된 관심이 사그라들고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김 위원장이 조만간 또다시 러시아 방문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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