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타모니카=AP/뉴시스]1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방문객들이 도착한 친구를 반기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대부분의 경우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발표에 캘리포니아주 내 카운티들은 이에 대한 주 정부의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
[샌타모니카=AP/뉴시스]1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방문객들이 도착한 친구를 반기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대부분의 경우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발표에 캘리포니아주 내 카운티들은 이에 대한 주 정부의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

백신 접종자 ‘노 마스크’ 허용

월마트·스타벅스 등 규제 완화

뉴저지 등은 의무화 유지키로

“섣부른 결정” vs “과학에 기반”

CDC, 세부 지침 곧 공개 예정

[천지일보=이솜 기자] 1년 동안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려온 미국인들에게 갑자기 선택권이 생겼다. 마스크에 대한 연방 보건 지침이 갑자기 느슨해짐에 따라 미국인들은 새로운 계산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는 계산보다는 미로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새로운 출입구에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스스로 질문을 해야 했다. “마스크를 써야하나, 벗어야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은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는 미국 보건당국의 결정에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월마트와 스타벅스, 코스트코 등 업체들은 이에 대응해 마스크 의무 규정을 해제했다. 갭을 포함한 일부 업체들, 뉴저지와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들은 마스크 의무 규정을 계속 지킬 예정이다.

미국 주의 절반은 이미 마스크 규정을 해제했으며 17일(현지시간) 뉴욕주도 19일부터 마스크 지침을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인 37%가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쳤다. 지난 13일 CDC는 백신 접종을 완전히 마친 사람들에 대해 보건시설, 노숙자 쉼터, 감옥, 대중교통을 제외하고는 실내나 실외에서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자 미국인들은 일상에 한 발걸음 다가가게 됐다는 사실에 고무됐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지침 세부 사항들에 혼란을 표현했으며 과학, 신뢰, 사회적 규범, 정치에도 새로운 의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상 가까워졌지만… 시민들 ‘혼란’

미국에서 마스크는 끊임없는 논쟁과 분열을 낳았다. 코로나19 대유행 시작 이후 많은 보수주의자들은 얼굴을 가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격노했으며 진보주의자들은 종종 마스크를 쓰는 데 자부심을 갖고 서로를 비난했다.

그러나 1년 후 마스크 착용이 미국인들의 삶의 일부가 된 순간 정부는 의무사항의 정반대에 가까운 지침을 다시 내렸고 마스크 착용이 익숙한 동네, 상점, 가족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네바다주 링컨 카운티에 사는 페이스트리 가게 주인인 앤젤라 가바츠(34)는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지침과 관련 “처음에는 시민으로서 ‘정말 좋다, 1년 동안 외식하러 간 적이 없는데’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개인 사업주로서는 이 지침은 공포였다. 사람들이 마스크 없이 가게에 올 수 있다고 생각할까, 마스크 요구 사항을 제거해야하나. 두려운 시기에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단 한 가지(마스크)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CDC의 갑작스러운 지도 전환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이번 지침이 정말로 안전한지에 관한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의 게리 콘(56)은 NYT에 “백신 보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걱정된다”며 “경험적, 과학적 증거로 더 많은 것을 알기 전까지는 특히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초 마스크 착용을 중요시 여기지 않았던 일부 지역에서 이번 지침은 새롭지 않았다. 그러나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고 이를 잘 지키고 있던 지역에서는 이번 지침이 변화의 물결을 일으켜 찬반이 나뉜 상태다.

시카고 노스사이드의 한 카페에는 ‘백신 상태에 관계없이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안내판이 세워져있었으며 카페와 조금 떨어진 서점의 문 앞에도 ‘마스크는 여전히 필수다. 예외는 없다’라는 메시지가 붙어 있었다.

◆간호사노조 비난 “대유행 한복판인데…”

CDC의 지침은 백신 접종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열어놓고 있다.

또한 아직 백신에 적합하지 않거나 면역력이 떨어져 백신을 접종해도 잘 보호되지 않는 그룹에게 이러한 불확실성은 심각한 건강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12세 미만의 어린이는 백신을 접종할 수 없다. 암 환자, 장기 이식 환자, 다른 면역력이 손상된 사람들에게는 백신의 효과가 떨어진다.

17일 미국 최대 간호사 노동조합은 이번 마스크 규정 완화 지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진 로스 미 국립간호사연합(NNU) 회장은 CNN 뉴데이에 출연해 CDC의 지침이 국민과 간호사, 의료 종사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로스 회장은 “여전히 매일 수백명이 코로나19로 죽어가며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들도 증가하고 있다”며 “올바른 일을 하라”고 지침 개정을 촉구했다. 보니 카스티요 NNU 위원장도 “과학에 근거한 지침이 아니다”라며 “일선 근로자들과 일반 대중의 건강을 해치고 유색인종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NNU는 또 CDC가 백신을 맞은 후에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돌파 감염’에 대한 모니터링을 중단하고 입원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경우에만 조사하기로 한 결정을 비판했다.

카스티요 위원장은 “지금은 보호 조치를 완화할 때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1세기 만에 가장 치명적인 전염병의 한복판에서 CDC가 이런 지침을 낸 데 대해 분개한다”고 말했다.

CDC는 이번 갑작스러운 지침이 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확실히 과학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이날 CNN에서 “모두가 이 지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는 줄 안다”며 “그러나 16개월 후에는 모든 것을 개방할 예정인데 앞서 과학에 기반을 둔 이 토대(마스크 지침 해제)를 마련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월렌스키 국장은 자신의 건강과 다른 사람들의 복지에 대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정말로 묻고 있는 것은 자율시행제도의 관점에서 스스로에게 정직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백신을 접종하면 코로나19로부터 보호되고, 하지 않으면 보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CDC는 근무지 등을 포함한 좀 더 구체적인 지침을 곧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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