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공자가 정나라에서 머물다가 떠나 진나라로 옮겨 간 지도 벌써 3년이 되었다. 진나라와 초나라는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드디어 초가 전쟁을 일으켰다. 오나라까지 합세해 진나라로 쳐들어왔다. 진나라는 두 나라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공자는 그런 사태가 불안해 귀국을 결심했다. 고향으로 돌아가자 고향에는 의욕이 넘치는 젊은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공자의 일행이 진나라를 떠나 포를 지나게 되었다.

때마침 공숙 씨가 포에서 위나라에 반기를 들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공자는 공숙 군사들에게 당장 포위가 되어 버렸다. 공자의 제자 중에 공양유는 머리가 좋고 용기도 있는 대장부였다. 그는 자신의 수레 5대를 끌고 공자 일행에 끼어 있었는데 그때 앞으로 나섰다.

“저는 이전에 선생님을 따라 광 땅에서도 갇힌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도 또 같은 경우에 부닥쳤습니다. 이것은 천명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선생님과 함께 난을 당해 고생하느니보다 차라리 싸워서 깨끗이 죽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적을 향해 나아갔다. 그 당당한 기세에 상대의 군사들은 겁을 먹고 공자에게 조건을 제시했다. 위나라로 가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면 보내 주겠소. 공자는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일행은 동문을 나서자 역시 위나라로 향했다.

제자 자로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공자 앞으로 나왔다. “그렇게 되면 약속을 어기는 행동이 아닙니까?” 공자가 답했다. “협박을 받고 응했을 뿐이다. 신도 그것을 진정한 약속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위나라의 영공은 공자가 온다는 말을 듣고 기뻐하여 교외까지 마중을 나가서 그에게 물었다. “나는 반기를 든 공숙 일당을 토벌하고 싶은데 어떨까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들은 내 생각에 반대를 하고 있소이다.

그러나 포는 우리나라에 있어 진, 초의 침략을 막을 수 있는 요새이니 그들을 없애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오.” “포의 사람들은 모두가 토벌군에 가담을 할 것입니다. 토벌군이라 해도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좋은 말을 해 주었소.” 영공은 매우 만족한 듯했으나 말뿐이었고 토벌은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영공은 이미 노년에 접어들어 나라 일에 게을리 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공자를 등용하려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공자는 한숨을 내쉬며 “어느 나라라도 좋다. 내게 정치를 맡겨만 준다면 1년 안에 기초를 만들고 3년 안에 훌륭한 국가로 만들어 보이련만” 하고는 말끝을 흐렸다.

공자 일행은 섭에서 채로 향했다. 도중 개울이 있는 곳에서 키다리와 뚱뚱보의 두 사내가 나란히 밭을 갈고 있는 광경이 목격되었다.

“은자(隱者) 같군.” 공자가 중얼거리며 자로에게 마차가 물을 건너 갈 수 있는 곳을 물어 오라고 일렀다. 자로가 그들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자 키다리가 반문했다. “고삐를 잡고 있는 저 사내는 누군가?” “공자라고 합니다.” “아, 그 노나라의 공자 말인가?” “그렇습니다.” “공자라면 남에게 묻지 않아도 훤히 알텐데 뭘 그러나?” 옆의 뚱뚱보가 참견을 했다.

“그럼 당신은 누군가?” “중유(자로의 본명)라고 합니다.” “공자의 제자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이것 보시오. 세상의 형편은 이 개울의 흐름과 같은 거요. 이 도도한 개울의 흐름을 사람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오?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고 일일이 남에게 잔소리를 늘어놓고 다니느니보다는 차라리 우리들처럼 깨끗이 세상 그 자체를 피하는 편이 나을 거요.” 그렇게 말하면서 두 사내는 일손을 멈추지 않았다.

자로는 공자에게 돌아와서 두 사내의 말을 전했다. 공자가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새나 짐승을 상대로 살 수도 없지 않은가. 내가 이렇게 하고 있는 것도 세상에 길이 없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어느 날이었다. 자로가 공자의 일행과 떨어져 찾아 헤매고 있을 때였다. 길에서 대바구니를 짊어진 노인을 만났다. “우리 선생님을 못 보셨나요?” 노인이 반문했다. “선생이라고? 땀 흘려 일하지도 않고 변변히 곡식의 구별도 못하는 인간이 선생이란 말인가?” 노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대바구니를 내려놓고 풀을 베기 시작했다. 일행을 찾게 된 자로가 공자에게 노인 이야기를 했다. “그도 은자로군.” 자로가 곧장 노인을 만난 장소로 달려갔으나 그의 모습은 어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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