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상의 '원령희초첩' 7, 8면 처리 후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1.5.17
이인상의 '원령희초첩' 7, 8면 처리 후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1.5.17

화가 한시각 ‘포대화상’ 등
회화 3건 보존처리 완료해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문화재의 가치를 그 무엇이 비할 수 있을까. 비록 국보나 보물이 아니어도 하나하나의 작품은 우리 역사와 정신이 깃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보물 등에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의 경우 관리 소홀로 훼손이 더 심한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에서 간송문화재단이 소장하는 비지정 문화재에 대한 보존 처리를 완료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정부 지원사업의 첫 수확물

17일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에 따르면,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비지정 문화재 보존처리 및 예방적 관리’ 사업이 이뤄졌다. 이는 역사적·인문학적 가치가 높은 비지정 문화재를 다량으로 보유한 기관을 대상으로 보존처리 등에 필요한 예산을 연차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특히 (재)간송미술문화재단에 대한 이번 지원은 그 노력의 첫 번째 수확물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한시각(韓時覺, 1621~?) 필 포대화상(布袋和尙)’ 등 총 3건 79점의 비지정 문화재를 보존처리하고, 120점의 서화·도자류에 대해서는 훼손을 예방하는 작업을 최근 완료했다.

‘포대화상’은 조선 중기의 화가 한시각이 남긴 포대도(布袋圖, 포대를 메고 다니는 고승을 그린 그림) 중 현존하는 5건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작품이자,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이다. 1655(효종 6)년 을미통신사 수행 당시, 일본 측 요청으로 ‘사행록(使行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소중한 문화재다.

‘원령희초첩’은 시(詩)·서(書)·화(畵)에 능해 ‘삼절(三絶)’이라 불렸던 이인상의 뛰어난 글씨와 사의(寫意)적인 화풍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운미난첩’은 근대 시기 한국화단에 큰 영향을 미친 민영익이 1895년 을미사변 이후 중국 상해에 망명한 후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다. 망명 당시 중국의 서화가들과 교유하며 묵란화(墨蘭畵)를 자기만의 시선으로 해석한 이른바 ‘운미란(芸楣蘭)’ 72점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운미’는 민영익의 호를 말하는데, 민영익은 난초를 그릴 때 짙은 먹을 써서 줄기를 고르게, 잎의 끝을 뭉툭하게 처리하는 등 독창적인 표현을 했기 때문에 ‘운미란’으로 불렸다.

세 작품에 대한 보존처리는 인문학적 조사와 과학적 조사·분석결과 등을 종합해 수립된 보존처리계획에 따라 이뤄졌다. 3건 모두 제작 당시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추정돼 본래의 장황을 재사용했으며, 결손된 부분은 유물의 바탕재와 최대한 유사한 재료를 사용해 보존처리했다.

민영익 필 '운미난첩' 1면 처리 후 (제공:문화재청) ⓒ천지일보 2021.5.17
민영익 필 '운미난첩' 1면 처리 후 (제공:문화재청) ⓒ천지일보 2021.5.17

◆“체계적 관리 이어갈 것”

또한 서화류는 건식처리와 응급처리를 주로 했고 도자류는 손상된 보관상자를 수리·제작했다. 내부 충진재를 새로 제작한 솜포로 교체해 물리적 손상으로부터 문화재를 보호하는 예방적 조치를 했다.

문화재청과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는 조선 후기 서화 수장가였던 김광국(金光國, 1727~1797)의 ‘석농화원(石農畵苑)’ 중 일부로 알려진 ‘해동명화집(海東名畵集)’ 1건 60점과 초간본으로 추정되는 권우(權遇, 1363~1419)의 ‘매헌집(梅軒集)’ 5책 1권에 대한 보존처리와 인문학적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 그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고 국가적 자산, 세계적 유산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한편 간송 전형필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뛰어난 문화를 입증할 수 있는 문화재들을 수집, 보존해 문화 전통을 계승하고자 했다. 현재 간송미술관에는 그림, 글씨, 도자 등 문화재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하고 방대한 유물들이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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