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12월 19일 대구 남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예수교회) 대구교회 건물에 코로나19 종식을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천지일보DB
지난 2020년 12월 19일 대구 남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예수교회) 대구교회 건물에 코로나19 종식을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천지일보DB

미국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보고서

한국정부 대면예배 금지 조치 주목

신천지 신도 차별 혐오 사례도 언급
외교부 등 정부 관계자와 의견 교환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미국 국무부가 최근 발행한 ‘2020 국제종교자유 보고서’ 한국 편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한국 정부의 정책과 관련한 종교활동 제한 및 갈등 사례 등이 소개됐다.

보고서에서 국무부는 한국 정부가 지난해 2월 코로나19 발병 이후 공공 안전과 보건을 위해 예비를 포함한 집회 인원을 제한하고, 때때로 대면 예배를 완전 금지하기도 했다고 먼저 개괄적으로 한국 상황을 명시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한국의 종교단체와 종교 지도자들이 이 제한을 수용했고, 공개적으로 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 결과 국내외 언론이 바이러스 확산 통제에 대한 정부의 성공적인 대처를 보도했고, 갤럽 여론조사결과를 인용해 응답자의 82%가 정부의 대응을 긍정으로 평가했다고도 언급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정부의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종교적인 차별과 일부 종교와의 갈등에 대해서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미국 국무부는 신앙인들의 종교의자유 보장 문제와 관련해 우리 외교부와 법무부 등에 의견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정부가 감염법 위반 혐의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교회)에 대한 압수수색과 구속에 나선 것과 관련한 내용을 전하면서,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원인으로 신천지를 지목한 후 신천지 신도들이 비난과 차별을 경험했다는 사실도 명시했다. 미국 국무부는 매년 전 세계 종교적 자유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신천지 관련 코로나 사건 일지. ⓒ천지일보 2021.2.17
신천지 관련 코로나 사건 일지. ⓒ천지일보DB

국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정부가 신천지교회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에 나선 경위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구속부터 석방까지의 과정을 정리해 소개했다.

본지가 보고서 원문을 번역한 결과 국무부는 “(한국) 정부는 신천지교회가 신도 명단과 교회시설 위치 등을 정확하게 제공하지 못해 코로나19를 막으려는 노력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교회 지도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며 “(정부는) 지난 8월 이 총회장을 체포한 뒤 11월에 보석으로 석방했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시몬지파 서대문교회에서 방역 작업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소재 신천지교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0.2.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시몬지파 서대문교회에서 방역 작업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소재 신천지교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0.2.21

특히 신천지교회 신도들이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된 후 사회로부터 강한 비난과 차별을 경험했다는 점에 대해 주목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일어났을 당시 역학조사 중 신천지 신도가 동선을 속인 사실이 있었다고 파악되면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이후 교단에 대한 전례 없는 전수 조사가 실시됐고, 전국 각곳의 신천지교회 위치가 실시간으로 상세하게 공개됐다.

서울시는 교단의 법인 등록 취소로 행정상 불이익을 줬고, 경기도는 이 총회장의 거처를 급습하기도 했다. 사회는 집단감염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일제히 신천지에 돌리며 마치 바이러스가 아닌 신천지 박멸을 목표로 하는 듯 분노를 쏟아냈다. 급기야 압수수색과 구속 등 강력한 법적 조치까지 잇따라 진행됐다.

국무부는 “신천지교회 대표와 신도들은 대구교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학교와 직장 등에서 차별과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밝혔다”며 “또한 신천지교회 관계자들은 이 총회장에 대한 기소와 구금이 ‘근거 없는 교회 박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신천지예수교회 입장발표. (출처: 신천지예수교회 유튜브 화면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신천지예수교회 입장발표. 당시 신천지 측은 “보건당국에 넘긴 대구교회 신도 전체 명단이 유출돼 지역사회에서 신천지 신도를 향한 강제휴직, 차별, 모욕, 심지어 퇴직 압박까지 있어서는 안 될 일들 벌어지고 있다”며  “신천지 예수교회 신도들에 대한 혐오와 근거 없는 비난을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출처: 신천지예수교회 유튜브 화면캡처)

또 “주요 신문들은 신천지교회를 가리켜 그림자 집단 비주류 종파 이단 등의 비판적인 표현으로 묘사했다”며 ”신천지교회 측은 개신교 단체들이 지난 수십년간 자신들의 교인들이 개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천지를 적대감으로 대했다고 말했다”고 정리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미국 대사관 직원들은 신천지 신도들의 종교의 자유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 한국정부 관계자들과 의견을 교환했다고 국무부는 설명했다.

이 외에도 국무부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이자 사랑제일교회 담임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지난해 광복절 대규모 집회 개최를 둘러싼 정부와 갈등, 18개 개신교 교회가 대면 예배 금지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가 법원이 공중보건의 혜택을 이유로 기각한 사례를 소개했다.

선교단체인 ‘순교자의 소리’가 작년 6월 서해안에서 플라스틱 용기에 쌀과 성경 등을 북한에 띄워 보내려다 경찰과 주민에게 제지당하는 등 대북전단 관련 보도와 북한이 이 같은 활동을 강하게 비판한 일, 국회가 작년 12월 대북전단금지법을 처리한 사례도 전했다.

뿐만 아니라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서 시민사회 단체가 대체복무제법 시행으로 이전 시스템보다 분명 개선됐지만 여전히 결함이 있다고 평가한다며 일반 군 복무에 비해 긴 기간의 불균형을 지적하는 여호와의 증인의 목소리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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