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씨(22)의 아버지 손현씨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의 위로를 받은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1.5.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씨(22)의 아버지 손현씨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의 위로를 받은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1.5.9

“의혹해명, 유족에 도리 아니란 생각… 경찰수사 협조중”

“신발, 밑창닳고 토사물까지 묻어 쓰레기와 같이 버린것”

“집안 유력인사 일절 존재 안해, 폰 바뀐 경위 기억못해”

“새벽 고인 부모에 연락 송구스러워 직접 한강 찾은 것”

“친구만 6번 고강도 경찰조사… 도넘는 억측 삼가 달라”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서울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22)씨의 사망사건과 관련해 실종 직전 고인과 함께 술을 마셨던 손씨의 친구 A씨 측이 첫 공식 입장을 내고 그간 제기돼온 16가지의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A씨 측 법률대리인 정병원 법무법인(유한)원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17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A씨 가족들의 입장을 전했다.

그는 그간 A씨 또는 그 가족의 입장이 나오지 않았던 것과 관련해 “A씨 부모님은 과음을 한 아들의 행위에 대해 부모로서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고, 아무리 만취했더라도 같이 술 마신 친구를 끝까지 챙기지 못한 아들에 대한 변명조차 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또한 “고인이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억울하다고 해명하는 것은 유족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아직은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의 슬픔을 위로해야 할 때이며, (지금은) 최대한 경찰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친구 A씨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하나씩 설명했다. 먼저 실종 발생 당일 A씨가 신고 있었던 신발을 버린 이유에 대해선 “낡고 밑창이 닳아 떨어져 있었으며, 토사물까지 묻어 있어 A씨의 어머니가 모아두었던 쓰레기와 같이 버리게 됐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고 손정민씨를 추모하는 의사 가운과 편지가 놓여 있다. ⓒ천지일보 2021.5.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고 손정민씨를 추모하는 의사 가운과 편지가 놓여 있다. ⓒ천지일보 2021.5.10

A씨의 가족 중 유력 인사가 있어서 이번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다는 의혹에 대해선 “A씨 가족 또는 친척 중 수사기관, 법조계, 언론계, 정재계 등에 속한 소위 유력 인사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A씨 부친 직업도 유력 인사와 거리가 멀고, 모친 또한 결혼 후 지금까지 줄곧 전업주부”라고 전했다.

그간 구체적인 경위를 밝히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정 변호사는 “진실을 숨긴 게 아니라, (어떤 상황이었는지)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A씨가 만취로 인한 ‘블랙아웃’으로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게 별로 없었기에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는 과거에도 수차례 만취 상태에서 기억을 잃은 경험이 있었음에도 한 차례도 사고나 다툼이 발생된 적이 없었던 점, 이번 사건에서도 A씨의 신체, 의류나 소지품, 가족과의 당시 통화 내용 등 어디에도 불미스러운 사고의 흔적이 없었기에 A씨가 사고를 일으키지 않았으리라고 당연히 믿고 있다”고 했다.

A씨가 정 변호사를 통해 밝힌 당시 기억에 따르면 A씨는 다른 친구와 함께 밤 10시까지 술을 마신 뒤 손씨에게 연락했고, 손씨는 집 근처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시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A씨는 청주 2병을 마신 상태였다.

A씨는 손씨와 대학 입학 후 두 차례 여행을 다녔을 정도로 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둘은 같은 독서실도 다녔다. 한강공원에서 만난 A씨와 손씨는 함께 술(9병 구매)을 마셨고 A씨는 당시 어떤 술을 어느 정도 마셨는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A씨의 기억과 경찰 조사 등을 종합하면 A씨는 손씨의 실종 당일 새벽 3시 37분께 모친에게 전화를 걸었고, 부친이 대신 받아 1분 57분간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부친의 기억에 따르면 A씨는 ‘손씨가 술에 취해 깨우기 힘들다’는 취지의 말을 했고 부친도 “친구(손씨)를 잘 깨워 집에 보내고 너도 빨리 택시타고 돌아와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민간 잠수부들이 고(故) 손정민씨 친구 A씨의 휴대폰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종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친구 A씨의 휴대전화는 ‘아이폰8 스페이스그레이’ 기종인 것으로 전해진다. ⓒ천지일보 2021.5.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민간 잠수부들이 고(故) 손정민씨 친구 A씨의 휴대폰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종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친구 A씨의 휴대전화는 ‘아이폰8 스페이스그레이’ 기종인 것으로 전해진다. ⓒ천지일보 2021.5.10

같은 날 새벽 4시 15분께 A씨 가족이 거주하는 아파트 화재 신고로 잠에서 깬 A씨 모친은 새벽 4시가 넘어도 아들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4시 27분께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A씨는 손씨와 만났을 당시 휴대전화 배터리가 1%였고, 한강공원 인근에서 충전기로 일부를 충전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다만 얼마나 충전됐는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이 옆으로 누워 있던 느낌’ ‘나무를 손으로 잡았던 느낌’ ‘손씨를 깨우려고 했던 것’ 등 일부 단편적인 것만 기억했다. A씨가 손씨의 휴대전화를 소지하게 된 경위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손씨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기억도 없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A씨가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를 소지했다는 걸 알게 된 사람은 A씨 모친이었다”면서 “A씨는 자신이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이외에도 블루투스 이어전화를 잃어버렸는데 그 경위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휴대전화를 분실한 후 다른 휴대전화로 바꾼 이유에 대해선 “잃어버린 휴대전화 수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분실신고를 하지 않았기에 기존 휴대전화 번호를 변경하지 않았다”면서 “휴대전화가 없는 상태라 연락이 어려운 점 때문에 어머니 명의로 새로운 휴대전화를 일시적으로 개통했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실종 당일 새벽 4시 30분께 택시를 타고 귀가한 A씨는 구체적인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고, A씨 부친은 손씨가 한강공원에서 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싶어 직접 찾아가게 됐다. A씨 부친은 전날 밤 술을 마신 상태였기에 모친이 운전해 함께 갔다.

A씨 가족이 손씨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고 한강을 찾은 이유에 대해선 “A씨 아버지와 고인의 부모님은 서로 친분이 없었고, A씨 어머니와 고인의 어머니가 친분이 있기는 하나 다소 예의를 갖춰야 하는 사이라 새벽에 편하게 전화하기는 어려운 사이였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손씨는 보이지 않았고 혹시 손씨가 집에 들어갔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A씨 모친은 손씨 모친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로 인해 손씨 실종 사실을 손씨 부모가 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A씨는 한강공원에서 손씨 모친에게 손씨의 휴대전화를 전달했고, 손씨의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를 마쳤다. 이제 우리가 나왔으니 집에 돌아가시라”며 A씨 가족을 돌려보냈다고 정 변호사는 전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민간 잠수부들이 고(故) 손정민씨 친구 A씨의 휴대폰 수색 작업 중 휴대폰 한 대를 발견하고 있다. 실종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친구 A씨의 휴대전화는 ‘아이폰8 스페이스그레이’ 기종인 것으로 전해진다. ⓒ천지일보 2021.5.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민간 잠수부들이 고(故) 손정민씨 친구 A씨의 휴대폰 수색 작업 중 휴대폰 한 대를 발견하고 있다. 실종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친구 A씨의 휴대전화는 ‘아이폰8 스페이스그레이’ 기종인 것으로 전해진다. ⓒ천지일보 2021.5.10

A씨 가족이 변호사를 선임한 이유에 대해 정 변호사는 “절친한 친구가 실종된 충격과 걱정, 자신이 끝까지 챙기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매우 큰 상태였는데, 어떠한 감정적인 동요가 생길지, 어떤 극단적이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지, 혹시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지 않을지 등을 (A씨 부모는) 부모로서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리적으로 안정시키고 자책감으로 인한 충동적인 행동을 막으며 안전하게 보호해줄 수 있는 방안을 (변호사를 선임해) 상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 변호사는 “경찰의 수사결과를 보고 A씨와 A씨 가족을 판단하셔도 늦지 않으실 것”이라며 “부디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도를 넘는 억측과 명예훼손은 삼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어 “수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질 경우, 부디 A씨와 A씨 가족들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A씨 측에 따르면 A씨는 경찰의 최면 조사, 프로파일러 면담 등을 포함해 총 6번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또한 경찰은 A씨 부친에 대해 2차례 참고인 조사, A씨 모친에 대해 1차례 참고인 조사도 마쳤다.

이외에도 ▲A씨 의류, 노트북, 가방, 아이패드 임의제출 ▲A씨 어머니 차량 블랙박스와 휴대전화 임의제출 ▲A씨 아버지 휴대전화 임의제출 등을 통해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A씨 측은 전했다.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22)씨의 친구 A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경찰의 수색작업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이뤄지고 있다. ⓒ천지일보 2021.5.10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22)씨의 친구 A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경찰의 수색작업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이뤄지고 있다. ⓒ천지일보 2021.5.10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