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국제 매체 AP통신과 알자지라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이 파괴되고 있다.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군이 사람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린 지 약 1시간 만에 발생했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건물이 하마스 소유의 군사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타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국제 매체 AP통신과 알자지라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이 파괴되고 있다.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군이 사람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린 지 약 1시간 만에 발생했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건물이 하마스 소유의 군사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타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일주일째 무력충돌… 159명 사망

양측 “결사항전”에 해법 안보여

세계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4월 들어 긴장 급속히 고조

팔 주민 차별·사원 급습 영향

[천지일보=이솜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일주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사태가 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민간인 인명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5일(현지시간) TV 연설에서 “필요한 한 오랫동안 가자지구에 대한 공세를 계속할 것”이라고 약속했고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최고지도자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주 가자 지구에서는 어린이 41명을 포함해 적어도 149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목숨을 잃고 약 950명이 부상을 입었다. 요르단강 서안에서는 이스라엘군이 적어도 13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알 샤티 난민촌에서 14일 밤 발생한 공습으로 13명이 숨졌으며 이 중 8명은 어린이였다고 한다. 1만명의 가자지구 주민들은 은신처를 찾기 위해 집을 떠났다고 유엔은 전했다.

이스라엘에서는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 어린이 2명과 군인 2명을 포함해 약 1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악화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마흐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각각 통화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안에서의 폭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이스라엘의 ‘방어할 권리’를 재확인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또 아바스 수반과는 “아이들을 포함한 무고한 민간인들이 계속되는 폭력사태 속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우려를 나눴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휴전 중재 노력은 영향이 없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가 끝난 지 몇 시간 후 페이스북에 “이스라엘의 안보가 보장될 때까지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국, 이집트, 카타르 관리들은 분쟁 중단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하디 암르 미국 국무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담당 부차관보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과 이틀간 회담을 갖기 위해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계속 발사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AP통신과 알자지라의 사무실이 있는 가자지구의 건물을 파괴했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건물이 하마스 소유의 군사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타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요르단강 서안에서는 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은 선언하면서 약 70만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추방당한 ‘나크바의 날’을 맞아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 영국, 프랑스, 스위스, 캐나다, 중동 등 곳곳에서도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열렸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출처: 뉴시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출처: 뉴시스)

◆켜켜이 쌓인 긴장, 한순간에 터지다

이 같은 규모의 분쟁은 2014년의 50일 전쟁 이후 7년, 팔레스타인의 반이스라엘 저항운동인 인티파다 이후 16년 만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에도 예루살렘에는 큰 소요가 없었다. 두 달 전만 해도 이스라엘 군부 내 가장 큰 위협은 1609㎞이나 떨어진 이란이나 레바논 북쪽 국경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가자지구는 코로나19 유행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하마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팔레스타인 주요 정파들은 15년 만에 예정된 팔레스타인 의회 선거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봉쇄로 실업률이 50%에 달했던 가자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이 전쟁보다 경제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하마스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4월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주 가자지구에서 첫 로켓이 발사되기 27일 전 이스라엘 경찰관 일행이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성지인 알 아크사에 진입해 신자들에게 기도를 전파하는 확성기의 케이블을 끊었다. 이날은 이슬람교의 성월 라다만 첫 날인 4월 13일로, 동시에 이스라엘의 현충일이었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 사원 아래에 있는 장벽에서 연설을 하고 있었고, 관리들은 연설이 사원의 기도 소리에 묻힐까 확성기의 케이블을 끊은 것이다. 요르단 정부가 감독하고 있는 이슬람 사원 지도부는 대통령의 연설 도중 기도문을 방송하지 말라는 이스라엘의 요청을 무시했다고 사원 측은 밝혔다.

예루살렘의 거물인 셰이크 에크리마 사브리는 “이 사건이 전환점이었다”며 “그들의 행동은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회고했다. 이스라엘 의회의 전 국회의장이자 세계유대주의기구 의장인 에이브람 버그는 “이번 사태는 가자지구의 수년간에 걸친 봉쇄와 제한, 서안지구 점령, 이스라엘 내 아랍인에 대한 차별의 결과”라며 “(계기가 되는) 탄환은 다 갖춰져 있었다. 그러나 방아쇠가 필요했다. 그 한 방은 아크사 사원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갈수록 강경해지는 극우파를 달래야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진정시킬 동기가 없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일주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사태가 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부하타브 집안의 여성 2명과 자녀 8명의 장례식에 참석해 애도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출처: 뉴시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일주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사태가 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부하타브 집안의 여성 2명과 자녀 8명의 장례식에 참석해 애도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출처: 뉴시스)

확성기 사건 전에는 이스라엘 경찰이 인파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젊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라마단 기간 동안 밤에 모이는 다마스쿠스 게이트 광장을 폐쇄하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1967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점령했다가 나중에 병합된 동예루살렘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 대부분은 이스라엘 국민이 아니다.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은 시민권을 신청하면 이스라엘 점령에 대한 합법성이 부여될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시민권 신청을 하지 않는다. 이에 시민권이 없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건축허가 제한으로 도시를 떠나거나 불법 주택을 지을 수밖에 없어 철거명령에 취약하다. 이처럼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거의 없는 공동공간인 광장을 폐쇄하자 이들이 평생 느껴온 차별 의식이 폭발한 것이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분노는 광장 봉쇄뿐 아니라 셰이크 자라 정착촌에서 팔레스타인 6가구를 강제 퇴거한다는 법원의 명령에 가속화됐다. 이에 대한 시위가 4월 내내 열렸다.

4월 29일 아바스 수반은 굴욕적인 결과를 우려해 팔레스타인 선거를 취소했고, 이는 그를 약해 보이게 했다. 하마스는 기회를 포착하고 예루살렘의 수호자로 이미지를 바꾸기 시작했다. 전쟁이 시작되기 6일 전인 5월 4일. 하마스는 “셰이크 자라 지역에서 우리 민족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이례적으로 마지막 경고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이후 가장 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는데 지난 7일 아크사 사원에 대한 경찰의 습격이다.

5월 10일 셰이크 자라 강제 퇴거에 대한 최종 심리와 1967년 동예루살렘 점령을 축하하는 유대인들의 ‘예루살렘의 날’이 맞물렸다. 모든 갈등이 몰린 순간이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막판에 긴장 완화를 위해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지만 너무 작고 늦었다고 NYT는 평가했다.

이날 오후 6시, 가자지구에서 로켓포가 발사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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