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불교 중앙총부 정문 ⓒ천지일보(뉴스천지)

곳곳에 부처가 있으니 하는 일마다 불공
소태산 대종사가 1916년 깨달음 얻고 창시

[박준성, 최유라 기자] 삶 자체가 봉사활동인 원불교는 봉사정신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을 최고의 수행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자신의 정욕을 줄이고 타인을 위해 낮아지는 모습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불교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교단 내 봉사단체인 ‘봉공회’를 통해 원불교 사상을 소개한다.

◆ 해마다 증가하는 원불교 교세

2008년(원기 93년) 원불교 전국 교세 현황은 해외를 포함해 전무출신 1911명, 교당 570개, 기관교당 51개, 기관 185개, 제가교도 27만 1705명으로 집계됐다.

전무출신은 원불교에 출가한 성직자며 재가교도는 원불교에 정식으로 절차를 밟아 입교한 사람 수다. 기관교당은 기관에서 교화(전도와 비슷한 말)를 목적으로 설치한 법당이다.

여기서 기관교당은 훈련(30개), 교육(24개), 문화(16개), 복지(73개), 산업기관(42개)으로 나누어져 있다.

지난 1987년부터 2008년까지 7년간 교세 평균 증가율을 보면 전무출신은 1.7%, 교당은 0.9%, 기관교당은 9.1%, 기관은 6.4%로 증가했다.

교화산업으로는 2008년 12월 기준 국내 16개 교구(특별교구, 평양교구, 원산교구 포함) 505개 교당, 국회에는 19개국에 5개 교구 65개 교당 및 선교소를 설치하고 활발한 교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원불교는 국내 교화를 넘어 세계적으로 많은 성장세를 타고 있다. 오는 10월 2일에는 미국 뉴욕주 컬럼비아 카운티 클래버랙에서 원불교 미주 총 부인 ‘원다르마센터’가 법인으로 등록돼 봉불식을 갖고, 세계주세교단 건설의 디딤돌을 마련한다.

▲ 봉공회 원불교인 30여 명은 돌아가면서 서울역 근처 노숙인을 위해 매주 수·금요일 조미료 없이 정성껏 만든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봉사는 선행 아닌 의무

▲ 원봉공회 오예원 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 흑석동 사무실에서 원불교 나눔 단체인 원봉공회(圓奉公會)를 이끌어가는 오예원 회장을 만났다.

자상한 어머니의 눈빛으로 사람을 대하는 오 회장은 “원봉공회는 종교와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어디서든 불러만 준다면 가서 사랑과 정성을 나누고 싶다”며 “원불교인의 삶 그 자체가 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와 너, 우리 모두가 하나임을 알기에 가족 같은 마음으로, 낮은 마음으로 다가서려 한다”고 말했다.

원봉공회는 지역 교화 및 봉사활동을 위해 원불교가 교단 차원에서 만든 단체다. ‘인류의 빈곤·무지·질병·재해·전쟁으로부터 모든 사람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1977년 정식 발족했으며, 현재는 전국적으로 지역 원봉공회를 두고 수많은 인원이 활동하고 있다.

원불교는 “곳곳에 다 부처가 계시니 하는 일마다 불공”이라는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事事佛供)’을 주요 교리로 삼는다. 세상 모든 곳에 불성을 가지지 않은 것이 없다는 뜻으로 생활을 충실히 하면서 불도를 닦으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원봉공회는 원불교 교단 소속의, 순전히 원불교 교도들로만 이뤄진 봉사단체다. 13개 교구별로 교구봉공회가 있으며, 전국 수백 개의 교당마다 교당봉공회가 있다.

교구별 봉공회의 연합체가 중앙봉공회이고 주로 나라 밖 지원 활동이나 수재피해 등 국가 적 행사에 대한 지원활동을 펼친다.

원불교에서 봉사는 선행이 아니라 의무다. 원불교는 세상 만물은 은혜의 관계 속에 있다고 가르친다. 하늘과 땅과 이웃과 부모의 은혜로 내가 존재하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봉사하는 방식이 무아봉공(無我俸公)이다.

나를 없애고 공익을 받들라는 의미다. 원불교는 또 인과응보를 강조하기에 ̒인과의 법칙에 따라 복이 거저 오는 법이란 없다’고 말한다.

오 회장은 “대산 종사님의 사대봉공(출가, 재가, 국가, 세계)의 뜻을 받들어 전국에서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봉공인들의 마음과 힘을 하나로 모아 하루 속히 원만 평등한 세계를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무아봉공의 정신으로 만들어진 원봉공회는 우리 사회의 작은 빛이 되어 소리 없이 어렵고 지처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찾아가 감사와 보은의 씨앗을 뿌리고 싶다.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기쁨이자 봉공인들의 진정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대통령단체표창을 수상한 원봉공회 이외에도 원불교는 공익복지부를 두어 다양하게 특화된 봉사활동을 펼친다. 은혜심기운동본부가 대표적이다.

이곳에선 심장병이나 소아암 아이들을 지원하고 헌혈, 장기이식 대행 업무를 맡아서 하는 새생명운동, 결식아동이나 소년소녀가장을 일반 가정과 짝 지워 주는 은혜의 결연운동, 의료봉사활동, 재해재난민 지원 활동 등을 펼친다.

이 외에도 원불교 안에는 이밖에 양로원‧고아원‧요양원 등의 시설을 관리 운영하는 삼동회, 장애인 복지관과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유린보은 동산 등의 사회복지법인이 있다.

원불교 여성회나 남성회도 봉사활동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여성회는 독자적으로 북한 분유 식용유를 보내거나 아프리카 남미 등 제3세계 구호활동도 한다.

남성 교도 모임인 청운회는 자체적으로 복지시설을 운영한다. 원불교 교단 자체가 거의 봉사활동을 위해 존재하는 셈이다.

◆ 원불교, 불교의 한 교파로 오해

▲ 원불교 일원상 ⓒ천지일보(뉴스천지)
원불교를 처음 대하는 사람은 ‘불교와 다릅니까?’ ‘원불교도 불교지요?’라는 질문을 흔히 한다. 원불교인 이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이다.

원불교라는 교명 자체가 바로 ‘원’자만 떼면 ‘불교’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원불교가 불교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사실, 원불교의 사상적 바탕에는 불교적 색채가 강하게 내재돼 있고 불교의 교리 또한 자연스럽게 유입돼 있기도 하다.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는 대각(큰 깨달음) 후 모든 종교의 경전을 두루 열람하다가 금강경(金剛經)을 보고 “석가모니불은 진실로 성인들 중의 성인이라, 내가 스승의 지도 없이 도를 얻었으나 발심한 동기로부터 도 얻은 경로를 돌아본다면 과거 부처님의 행적과 말씀에 부합되는 바가 많으므로 나의 연원(淵源)을 부처님에게 정하고 장차 회상(會上)을 열 때에도 불법으로 주체를 삼아 완전무결한 큰 회상을 이 세상에 건설하리라”고 했다.

이처럼 불교는 원불교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인연이 있다. 때문에 원불교는 불교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양 종단을 자세히 알기 위해 원불교와 불교의 공통점과 다른 점을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공통점은 첫째로 ‘생멸 없는 도’와 ‘인과보응’ 되는 이치를 밝히고 있다.

다음은 마음공부를 위주로 하는 종교이며, 성품의 원리와 바람직한 수행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다른 점으로 첫째 교조가 다르다. 불교는 석가모니이며, 원불교는 소태산 박중민 대종사다.

경전 또한 불교는 역사가 오래된 만큼 8만 4000개의 경전이 있고 각 파마다 그중의 일부를 소의경전으로 삼고 있는데 비해 원불교는 교조가 친히 저술한 정전(正典)과 대종사의 말씀을 수록한 대종경(大宗經) 등 7대 원불교 전서(全書)를 한 권으로 묶은 교서를 갖고 있다.

또 불교는 출가‧재가‧교도의 구분이 엄격하고 주로 산에 사찰을 짓고 직업을 갖지 않으며 승려의 결혼도 제한하는 등의 제도를 가지고 있는 반면, 원불교는 출가‧재가‧교도 모두 공부와 사업면에서 똑같은 평가와 대우를 받는다.

처지에 따라 직업도 가지며 결혼도 각자의 원에 맡기는 등 출가와 재가의 구분을 특별히 다르게 하고 있지 않다.

▲ 소태산 대종사
◆ 원불교 창립배경 ‘자력갱신’

원불교는 소태산 대종사(박중빈, 1891~1943)가 26세(1916년) 때 큰 깨달음을 얻고 창시된 우리나라 토속종교다.

조선말은 당시 백성들이 밥 한 끼 제대로 챙겨먹기 힘들 만큼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백성은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데 들어가는 돈은 모으지 않고 도덕적 기준 없이 방탕한 삶을 살고 있었다.

대종사는 이러한 백성의 분별력 없는 모습을 보고 ‘자력갱신’의 정신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는 백성에게 검소하게 살면 반드시 돈을 모을 수 있다고 권면했다. 또한 가난해도 쌀 한 숟가락씩 매일 모으면 많은 쌀을 모을 수 있음을 실천으로 옮겨 눈으로 확인하게 하는 데도 일조했다.

여기서 쌀을 한 숟가락씩 모은 운동이 후에 우리나라 발전의 바탕을 이룬 ‘새마을운동’이다.

대종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한 단계 나아가 직접 벼를 심어 논농사 짓기를 권면했다. 대종사와 백성이 모두 발 벗고 나와 영광지역 근처에 터를 잡고 바닷물을 막아 땅을 개간했다.

농지는 무려 8만 5950여㎡(2만 6000평)가 조성됐다. 영광지역은 대종사가 탄생한 곳이자 원불교가 발원된 곳이기에 상당히 중요한 장소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했고 자신감을 회복했다.

또 저녁이 되면 대종사는 ‘공동인재양성’을 위해 교육에 주력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식이다. 시간이 지나자 백성은 사리분별을 하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를 감사히 여긴 백성이 대종사 앞에 모여 그의 가르침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대종사는 사람의 정신과 몸이 모두 건전하고 온전하게 발전시킨다는 ‘영육쌍전(靈肉雙全)’의 가르침을 본격적으로 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학문으로만 존재하는 종교가 아닌 민족의 혼을 일깨워 자신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종교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올해는 원불교가 출현한 지 96년이다. 곧 원기 100년을 맞이하는 원불교는 여전히 정신과 몸을 하나로 모아 실천종교로서 본을 보이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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