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인천=김미정 기자] 사고현장 건널목 신호등 없는 상태에서 어린이들이 길을 건너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5.14
[천지일보 인천=김미정 기자] 사고현장 건널목 신호등 없는 상태에서 어린이들이 길을 건너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5.14

시민들, 분향소 방문해 눈물

교통안전체계 미흡성 지적

신호등·점멸등 등 설치 호소

[천지일보 인천=김미정·류지민 기자] “아이들이 많이 지나가는 곳에 사고가 나다니 그저 마음이 아플 뿐이에요. 저도 눈물이 나는데 유족들은 얼마나 더 마음이 찢어질지 상상이 가지 않네요.”

인천시 서구 마전동에 사는 이현주(29)씨는 아파트단지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 꽃을 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1일 오전 9시 20분께 인천시 서구 마전동에 있는 아파트단지 인근 차도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그날 사고로 아이는 골절상을 입고 아이의 엄마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고가 일어난 후 아파트단지 인근에는 주민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꽃이나 막걸리, 맥주 등을 올려놓는 시민들은 숙연한 모습으로 명복을 빌며 지나갔다.

분향소를 방문한 하주현(가명, 30대)씨는 “사고 소식을 들으니 옆에 있던 아이는 얼마나 충격이 클지 마음이 심란해진다”며 “지자체에서 이와 관련해 더 신속한 사전 조치를 했으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천지일보 인천=김미정 기자] 한 시민이 아파트단지 앞에 설치된 분향소를 보며 지나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1.5.14
[천지일보 인천=김미정 기자] 한 시민이 아파트단지 앞에 설치된 분향소를 보며 지나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1.5.14

이번 사고와 관련해 아파트 인근 주민들은 뒤늦은 조치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용명(남, 63) 아파트자치회장은 “사고를 당한 사람이 생기고 나니까 신호체계를 설치하겠다는 등의 조치를 했다”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행동에 한탄했다.

이어 “서구청장, 서구경찰서 관계자 등이 현장을 방문해 주민에게 불편 없는, 사고가 나지 않는 시스템을 갖추는 지원을 해주기로 약속했다”며 “그 시스템이 온전히 잡히기까지는 안심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노용명씨는 “사고 이후로 아파트든지 근처에 작은 분향소를 설치했고 사고 방지 차원에서 오는 일요일까지 놓을 예정”이라며 “이렇게 명복을 비는 곳을 만드는 것이 망자에게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지나가는 주민들도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심겨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고가 일어난 곳은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이다. 이 스쿨존은 신호등조차 없는 마땅한 교통체계가 없는 곳이다. 이번뿐만 아니라 사고가 날 뻔하기도 하는 등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했다.

스쿨존 근처의 학원을 다니는 김현우(가명, 12)군은 “약 2달 전 즈음 친구들과 만나서 놀려고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차에 치인 적 있었다”며 “당시 운전했던 아저씨는 괜찮냐는 말만 하고 가버렸다”고 전했다.

신호등조차 없는 스쿨존에 대해 주민들은 사고가 일어나기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신호등을 설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난 11일 사고가 일어난 이후로는 그 필요성을 강조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마전동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박현숙(50대, 여)씨는 “이곳은 신호등이나 방지책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파트 사거리인데 내려오는 차들이 많다”며 “신호등 설치가 필요하다고 계속 얘기를 했지만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며 위험성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을 지적했다.

박씨는 “하루아침에 금방 가버리니 가슴이 아프다”며 “이제 와서 설치해준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신호등이라도 설치해서 불상사가 없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남겼다.

이와 관련해 노용명씨는 신호등보다는 점멸등 설치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씨는 “신호등도 좋지만 점멸등을 설치하는 게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의견을 남겼다.

스쿨존은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어서 운전할 때도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사고가 나는 등 아이들의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신호체계를 어떻게 잡아갈 것인지 주목된다.

[천지일보 인천=김미정 기자] 아파트단지 앞에 있는 분향소. ⓒ천지일보 2021.5.14
[천지일보 인천=김미정 기자] 아파트단지 앞에 있는 분향소. ⓒ천지일보 202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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