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수많은 민족문화 유산이 있다. 태극기 무궁화 아리랑 팔만대장경 등 민족의 숨결과 혼과 정신이 담겨 있으며,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유산이 수없이 많다.

이러한 문화유산은 우리 또는 우리나라를 상징하고, 민족정신문화의 정체성을 대표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구전(口傳)으로 우리와 함께해온 가락이 있다. 바로 ‘아리랑’이다.

그런데 이 아리랑이 요즘 중국에서 자기네 무형문화재로 등재가 됐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뜻있는 많은 사람들에겐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 분위기를 인식해서인지 당국은 ‘중국 내에서만 효력이 있다’고 애써 그 의미를 축소시키려 하고 있다.
중국은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나라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조선족’이며, 중국은 자국의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전통 민요라는 점을 들어 무형문화재 등재의 합리성을 주장하고 있으며, 소수민족에 대한 융화책의 일환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중국 무형문화재에 아리랑을 등재시킨 것이 우리를 긴장시키는 이유는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기 위해 2002년부터 공식적인 국책사업으로 벌이고 있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의 한 부분이라는 점이다.

또 다른 이유는 나라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문화재들이 때가 되어 속속 귀환하며, 이 민족의 정체성이 밝히 드러나고 있는 아주 중요하고 의미 있는 시점에 찬물을 끼얹는 하나의 사건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아주 먼 옛날 옛적부터 지역마다 지방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말과 속담이 있고, 곡조와 함께 흥얼거리듯 하면서 끊어지지 않고 전해지는 가락이 있는 민족이다.

그중에서 우리도 모르게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인식하고 있는 가락이 바로 이 ‘아리랑’인 것이다. 이 아리랑은 진도아리랑 정선아리랑 밀양아리랑 등 지방마다 각기 특색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의 삶과 질곡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우리 자신이다.

우리 민족은 이 아리랑과 함께 웃고 울며 하나가 되었으며, 이 아리랑과 함께 살아왔다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아리랑을 소중히 여겨야 할 진짜 중요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오늘날 우리가 이 아리랑을 즐겨 부르면서 깨달아야 할 것은 질곡의 역사를 살아온 민족의 애환을 추억하는 과거지향적 의미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정서에는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이라는 문학적 문화적 정서가 있는 것처럼, 이 아리랑의 흥얼거림과 가락에도 모든 고난과 애환을 이기고 얻게 되는 환희와 기쁨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예언적 의미가 오히려 강하다는 데 주목해야 할 것이다. 즉, 우리 민족의 미래가 이 아리랑의 곡조와 가사 말에 고스란히 숨겨져 오늘까지 이어져왔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리랑의 예언대로 이루어졌을 때, 이 아리랑은 이루어진 현실을 증명하고 또 내 자신을 증거하는 하나의 표증이 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라도 우리와 함께해 오고, 영원히 함께할 이 아리랑의 역사적 문화적 문학적 가치를 재정립해 공유하고 선전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 아리랑은 우리 고유의 문화이며 살아 있는 우리의 유산임을 우리보다 이미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800만의 한민족 디아스포라(Diaspora, 이산(離散)을 뜻하는 그리스어)는 이 아리랑으로 한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고, 또 이 아리랑으로 전 세계에 모국을 알리고 있으며, 결국 전 세계는 한민족에 동화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즈음에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점은 분명히 있다. 요즘 아시아를 넘어 전 유럽을 발칵 뒤집고 있는 한류가 있다. 바로 ‘케이 팝(K-POP, 한국대중가요)’이다. 팝과 퓨전화된 대중문화 속에서 벗어나 외국대중음악에 대한 역발상으로 일궈 낸 실로 자랑할만한 우리 대중음악의 쾌거다.

반면에 국내에는 수많은 오케스트라(관현악단)가 있다. 하지만 이처럼 의미 있고 전 세계가 공감하는 클래식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우리 고유의 가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곡이라야 인정받는다는 패배주의적 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지적하고 싶다.

인류가 애태웠고 목말라 했던 모든 것들이 우리로 하여금 해갈이 되는 징조가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젠 우리의 생각과 정신과 사상과 혼과 정서가 담긴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을 부끄러워 말고 다듬고 정리해서 세계인의 마음을 부요케 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