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데로트=신화/뉴시스]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에서 이스라엘 포병이 가자 지구로 포격하고 있다.
[스데로트=신화/뉴시스]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에서 이스라엘 포병이 가자 지구로 포격하고 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간의 전투가 나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 지상군이 14일(현지시간) 아침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면서 내전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대포, 탱크 등을 포함해 최소 3개 여단의 병력을 실전에 대비시켜 지상 침공을 할 예정이다.

이번 공격이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한 것인지는 즉각 밝혀지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중령 조나단 콘리쿠스는 “가자에 공군과 지상군이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외부에서 포격을 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지상 작전이 많은 사상자를 낼 가능성이 높으며 병력 배치가 위협에 지나지 않을지는 불분명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전투는 2014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벌어진 ‘50일 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당시 가자지구 내에서만 사망자가 2200여명이 발생했다.

NYT는 “7년 만에 최악의 사태인 이번 분쟁은 더 빠르고 파괴적이며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전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들은 3일 동안 약 1800발의 로켓을 발사했다.

가자 보건당국에 따르면 전날까지 28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109명이 이번 분쟁 중 사망했으며 621명이 부상을 당하고 건물, 사무실, 집 등이 파괴됐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민간인 6명과 군인 1명이 하마스 로켓에 맞아 숨졌다.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에서 이스라엘 공습 후 주민들이 다친 아이를 이송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에서 이스라엘 공습 후 주민들이 다친 아이를 이송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유대인-아랍 주민들 사이의 폭력 사태도 심각하다. 분노한 젊은이들이 차를 돌팔매질하고 모스크 회당에 불을 지르고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 NYT는 현재의 상황이 2000년 9월에 일어난 팔레스타인 2차 인티파다(민중봉기) 이래 볼 수 없었던 규모라고 전했다.

분쟁이 격화하자 내전의 우려도 나왔다. 이번 주에 일어난 끔찍한 폭력 사태는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이 이끄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에게 내전의 망령을 불러일으켰다. 리블린 대통령은 “우리는 우리의 존재에 위험이 될 수 있는 내전을 야기하지 않고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격변의 중심지로 떠오른 중부도시 로드를 방문했다. 이곳은 아랍계 주민들이 다수 살고 있는데, 지난 2~3일간 아랍 젊은이들이 회당과 차를 불태우고 돌을 던지며 유대인 주민들이 반격하는 등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13일에는 한 유대인이 유대교 회당에 걸어가다가 칼에 찔려 숨진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로드에 이스라엘군을 배치하고,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수천명의 무장 경찰을 불러들였다. 또 오후 8시 이후 통행금지령을 내렸으나 별 효과는 없었다. 마을 인구 8만명 중 약 30%를 차지하는 아랍계 주민들은 돌을 던지고, 방화를 계속 했으며 유대인 극단주의자들은 아랍 자동차 등을 불태웠다. 밤이 되자 대규모 무장 유대인들을 태운 흰색 승합차가 마을에 도착하면서 폭력사태가 확대될 조짐이 보였다.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만행과 이스라엘 우익 정착민 단체의 도발적인 행동, 유대인 지도자들의 내전 논의는 로드 내 소요의 진정한 원인으로부터 주의를 딴 데로 돌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시위대는 셰이크 자라 정착촌의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 퇴거를 항의하기 위해 최근 시위를 벌여왔다.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하마스, 이슬라믹지하드 등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가자지구에 3만여발의 로켓과 박격포 발사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으며 거대한 무기고를 축적해 왔다고 밝혔다. 이 로켓들은 또한 텔아비브와 예루살렘까지 도달하며 사거리도 전보다 더 길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지상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가자지구 국경지역에 탱크와 군대를 배치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자금 지원을 받는 아이언 돔 미사일 방어시스템이 로켓 요격에 있어 90%의 효과가 있다고 했지만, 100개 이상의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하는 하마스의 새로운 전술을 완전히는 막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전쟁에서 하마스가 50일간 죽인 이스라엘 민간인 6명은 지난 3일 동안 죽인 민간인 수와 같다.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도시 칸 유니스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건물이 폭발되고 있다. (출처: 뉴시스)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도시 칸 유니스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건물이 폭발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팔레스타인인들에게 13일은 라마단 종료일로 새 옷을 입고, 기도하고, 식사를 위해 가족이 모이는 날이었다. 예루살렘에는 수만명의 무슬림이 알 아크사 사원에 모여들었고 일부는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모습이 담긴 현수막을 흔들었다.

그러나 가자지구에서는 미사일 공격과 장례식, 공포로 침울한 하루였다. 유족들은 사망자를 매장했고 다른 가족들은 최근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옆에 기도 매트를 깔았으며 주민들은 여전히 머리 위를 맴돌고 있는 이스라엘 무인기의 공격을 받았다.

미국과 이집트 외교관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회담을 시작하기 위해 이스라엘로 향하고 있다. 이집트 중재자들이 2014년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이번에는 빠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낙관론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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