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등록금 인하 공감대
한미 FTA·추경 예산 편성은 대립각
야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어”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이명박 대통령과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27일 청와대에서 민생현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반쪽 회담’에 그쳤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가계부채와 저축은행 사태, 대학 등록금 인하와 관련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과 추가경정 예산 편성은 기존 입장차만 확인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도 접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무늬만 영수회담’이라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된다.

양측은 가계부채가 향후 경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저축은행 비리 사태에 대해선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하지만 추가경정 예산 편성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국가 재정법상 추경 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했다.

양측이 이번 회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현안은 반값 등록금이었다. 양측은 대학 등록금을 인하해야 하고, 대학 구조조정도 병행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세부적인 시행 방안을 놓고선 입장이 갈렸다.

손 대표는 내년부터 50%로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 대통령은 단계적인 인하 방안을 제시해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쟁점 현안이었던 한미 FTA를 놓고 이 대통령은 “국가 장래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손 대표는 “정부가 재협상을 통해 국회에 제출한 비준동의안으로 양국 간 이익균형이 크게 상실됐다”며 ‘재(再)재협상’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회담 결과와 관련해 민주당은 ‘민심 전달’에, 청와대는 ‘소통’에 의의를 뒀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현장의 목소리와 대안을 잘 전달했고, 이를 바탕으로 내일부터라도 민생대책이 쏟아지면 이보다 더 큰 성과가 어디 있겠느냐”고 평가했다.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은 “고착된 대립을 탈피해 대화 정치가 시작됐고, 난제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만나서 논의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둔다”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달리 다른 야당은 일제히 회담 결과를 평가 절하했다. “손 대표의 어설픈 협상 행보(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라곤 아침밥뿐(진보신당 강상구 대변인)”이라며 ‘만남’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천지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통령은 현실 인식이 안이하고,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삼지 않는다는 증거가 이번 회담의 결과로 입증됐다”면서 “회담의 필요성에 대해 앞으로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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