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및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1.5.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및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1.5.10

‘기존 정책 틀’ 유지한다는 文

서울 부동시장에 미칠 여파는

“규제완화는 불에 기름 같아”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공공주도의 부동산 공급 정책의 기존 틀을 유지하고 투기 차단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개발·재건축 드라이브에 빨간불이 켜졌다. 오 시장의 민간 재개발·재건축 드라이브로 서울지역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임기 중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공공주도 주택공급 확대를 통해 실수요자 보호하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면서, 투기를 근절하는 기존 정책의 틀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날로 심각해지는 자산 불평등 개선을 위해 부동산 투기를 철저히 차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첫째 주(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0.09%로 전주(0.08%) 대비 상승폭이 커졌다. 4.7 보궐선거 직후인 지난달 둘째 주 0.07%로 반등해 이번 주까지 4주 연속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강남3구 등 재건축 수요가 많은 지역의 상승률이 높았다. 여의도가 있는 영등포구는 0.15%, 목동이 있는 양천구는 0.12%, 상계동이 있는 노원구는 0.21%나 올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지난 4월 보궐선거 이후 서울 집값 상승이 두드러졌다”며 “오세훈 서울시장과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람숲길 개장식에서 공사 현장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1.5.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람숲길 개장식에서 공사 현장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1.5.6

문 대통령이 공공위주의 주택공급과 부동산 투기 억제를 강조하면서 오 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민간 재개발·재건축 드라이브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의 취임 이후 서울에선 노후 아파트·빌라 지역에서 재개발 기대심리로 거래량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지난 9일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주택 매입하는 ‘갭투자’ 비율은 지난달 서울지역 전체 부동산 관련 자금조달계획에서 52.0%를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갭투자 비중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50%를 넘긴 적이 없고, 지난 3월에 33.2%까지 꺾였던 것을 보면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기대심리가 투자 및 투기로 이어진다는 주장에는 무게감이 실린다. 또한 오 시장의 투기 세력 엄단을 위해 취한 규제 조치가 오히려 재건축의 기대감을 키워 시장 가격을 높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오 시장은 이런 시장의 흐름에 지난달 29일 ‘스피드 주택공급’보다는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부터 잡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부동산평가 전문업체 리얼하우스 김병기 팀장은 “서울은 오 시장이 당선된 이후 재개발·재건축으로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지만 더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 그만큼 기대심리가 반영돼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오 시장이 집값을 잡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 동참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지적이다.

김 팀장은 “부동산 시장은 한번 분위기가 형성되면 잘 변하지 않는다”며 “이미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인 상황에서 재개발·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건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