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가 울산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농성을 진행한 지 22일째인 지난달 28일 “산재보험 제도의 목적을 훼손한 강순희 이사장은 직접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제공: 금속노조) ⓒ천지일보 2021.5.8
금속노조가 울산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농성을 진행한 지 22일째인 지난달 28일 “산재보험 제도의 목적을 훼손한 강순희 이사장은 직접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제공: 금속노조) ⓒ천지일보 2021.5.8

산재처리 평균4~6개월 소요
“7일 내 결정법 이미 사문화”
“산재노동자 이중 삼중 고통”
공단 “제도개선에 노력할 것”

[천지일보=김가현 기자] 금속노조가 근로복지공단과 강순희 이사장,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산업재해 처리지연’에 대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금속노조는 노동자 1만 5662명이 공익감사 청구인으로 이름을 올려 지난 6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고 위법·부당 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바로잡아 줄 것을 강력 요청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신속한 산재보상’이라는 산재보험 제도의 목적을 훼손시키고 법적인 산재처리 기간 미준수 등 산재 처리지연 위법행위에 대한 고발장도 제출했다.

근로복지공단이 발표한 ‘2020년 업무상질병 심의 및 판정 업무 현황’에 따르면 업무상질병 산재처리 기간은 평균 172.4일이 소요됐고, 전체 질병 중 약 70%에 달하는 근골격계질병 관련 산재처리 기간은 평균 121.4일이 소요됐다.

금속노조는 “산재처리 기간이 평균 4달에서 6달씩 지연되고 있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반박했다. 산재보험 사업 운영 전반을 규정하고 있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시행규칙에 따르면 공단은 산재노동자가 요양급여 신청 시 7일 이내 지급 여부를 결정해 알려야 한다. 또 업무상질병의 산재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심의를 의뢰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만 10일을 더 연장할 수 있어 최대 30일내 심의를 마쳐야 한다.

금속노조는 “공단이 판정위원회 심의에 앞서 진행하는 재해조사가 지난해 평균 63.8일 소요됐다고 밝혔는데, 이렇게 재해조사가 길어지는 이유는 보험가입자 의견 제출 기간을 무한정 연장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법적으로 10일 이내 의견을 제출받아 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사업주가 의견을 낼 때까지 짧으면 3주, 길면 두 달이 넘도록 공단 담당자가 제출기간을 연장시켜주고 있다는 것이다.

금속노조가 울산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투쟁농성을 이어온 지 한 달째인 지난 6일 산재처리 지연 대책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노조는 이날 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에 대한 공익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 (제공: 금속노조) ⓒ천지일보 2021.5.8
금속노조가 울산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투쟁농성을 이어온 지 한 달째인 지난 6일 산재처리 지연 대책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노조는 이날 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에 대한 공익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 (제공: 금속노조) ⓒ천지일보 2021.5.8

노조는 “판정위원회가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20일 이내 심의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판정위원회가 심의에서 결정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46.2일이었다. 산재처리 조사 기간과 심의 기간을 멋대로 늘린다면 법은 필요 없다”며 규탄했다.

노조는 이러한 산재처리 지연 대책을 촉구하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투쟁한 지 6개월, 울산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농성을 진행한 지 한 달이 지나고 있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공단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단 관계자는 “산재처리가 노동자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것을 인지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다만 공단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유관기관과 협력이나 노사 협의제도 등 필수적인 합의 조건에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현실”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앞으로 산재조사 방식의 효율화를 위해 판정위원을 거치지 않는 질병기준 확대, 인력충원을 위한 기재부·고용부와의 대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업무상질병으로 산재를 신청한 산재노동자는 1만 4천명에 이른다.

노조는 정부와 고용노동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문재인 정권은 노동자들의 치료받을 권리가 짓밟히는 불법·부당 행위의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또 고용노동부 역시 산재보험을 관리 감독할 최종 책임이 있음에도 ‘산재처리는 공단 소관’이라는 무책임한 태도로 방관하며 산재노동자를 절망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공공기관이 인력부족·업무과다 등의 이유로 산재처리를 지연하는 동안 노동자는 해고 위협, 생계 곤란, 가정불화, 질병 악화 등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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