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평택항 부두에서 화물 컨테이너 적재 작업을 하던 20대 근로자가 사고로 숨진 가운데 유족과 시민단체 등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평택안성지부, 경기공동행동 등으로 구성된 '고 이선호 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6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신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요구했다. 사진은 사고가 난 개방형 컨테이너. (출처: 연합뉴스)
지난달 평택항 부두에서 화물 컨테이너 적재 작업을 하던 20대 근로자가 사고로 숨진 가운데 유족과 시민단체 등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평택안성지부, 경기공동행동 등으로 구성된 '고 이선호 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6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신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요구했다. 사진은 사고가 난 개방형 컨테이너. (출처: 연합뉴스)

평택항 컨테이너 작업 중 숨져

유족 진상규명 촉구·사과 요구

“회사, 책임자 지시 없다 발뺌”

산재 사망사고 관련 청원 제기

사고 당일 처음으로 업무 투입

안전관리자 없고 안전모 미착용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지난달 22일 평택항 하역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무게 300㎏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목숨을 잃은 고(故) 이선호씨(23)의 친누나로 추정되는 네티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회사 측의 진심 어린 사과를 촉구했다.

자신을 이씨의 둘째 누나라고 밝힌 네티즌 A씨는 지난 6일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씨의 사고 관련 기사에 “이거 내 동생 이야기”라며 댓글을 달았다.

A씨는 “(지난달) 22일 오전까지만 해도 조카들 보고 싶다고 영상 통화하고, 나는 애기들 케어하느라 정신없어서 나중에 또 통화하자고 끊은 게 마지막 통화가 될 줄 몰랐다”며 밝혔다.

이어 “자기 용돈 자기가 벌어서 부모님 손 안 벌리려고 알바했던 건데, 알바하면서 그날도 시험 공부한다고 노트북이며 책 다 챙겨가서 공부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떠날 줄 꿈에도 상상도 못 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적었다.

또 A씨는 이씨가 장애가 있는 큰 누나를 옆에서 많이 챙겼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이씨의 큰 누나는 작년 말 유방암 판정을 받아 몸이 불편한 상태로, 가족들은 그가 충격을 받을까 아직 남동생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

그는 숨진 이씨가 일했던 하청업체의 원청회사 책임자가 작업을 지시한 적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A씨는 “(원청회사가) 안전모 안 쓴 동생을 탓하고 있는데, 썼어도 300㎏ 넘는 무게가 넘어졌으면…”이라며 “우리 동생 악소리도 못 내고 그 자리서 즉사했다”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회사에 날을 세웠다.

이어 “마칠 때가 돼 집에 가려고 했던 애를 책임자가 불러서 지시했는데, 그때 목격자 증인도 있는데 왜 발뺌하는지,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 건지(모르겠다)”라며 “아직 발인도 못 하고 2주 넘게 빈소에서 부모님하고 동생 친구들하고 신랑이 향 안꺼지게 밤새가며 지켜주고 있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했다.

고 이선호씨 누나 추정 네티즌이 작성한 댓글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천지일보 2021.5.7
고 이선호씨 누나 추정 네티즌이 작성한 댓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천지일보 2021.5.7

같은 날 청와대 청원게시판에서도 ‘300㎏ 컨테이너에 깔려 돌아가신 이씨의 안타까운 죽음’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서 청원인은 “지금 많은 청년 또는 중장년이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다가 사망하고 있다”며 “우리는 현장에서 장비에 대한 관리소홀,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산재로 인한 사망에 대한 보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원인은 또 “자신의 대학등록금을 마련해보고자 일하다 2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컨테이너에 깔려 죽은 이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더욱 취재하고 알리며 우리는 산재에 대해 돌아보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이날 오후 10시 기준 5만 8297명의 동의를 얻었다.

300㎏ 컨테이너에 깔려 숨진 이씨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청와대 청원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천지일보 2021.5.7
300㎏ 컨테이너에 깔려 숨진 이씨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청와대 청원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천지일보 2021.5.7

이씨는 지난달 22일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에서 FRC(날개를 접었다 폈다하는 개방형 컨테이너) 나무 합판 조각을 정리하던 중 무게 300㎏에 달하는 FRC 날개에 깔려 숨졌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 등이 배정돼야 하지만 사고 현장에 안전관리자는 없었고, 이씨는 안전모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씨는 사고 당일 처음으로 해당 업무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이전에는 동식물 검역 업무를 담당했다.

이에 민주노총 평택안성지부, 경기공동행동 등으로 구성된 ‘고 이선호 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평택항 컨테이너 터미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났음에도 사고 조사나 진상규명이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안전관리 미흡, 원청의 무리한 작업 지시 등을 문제삼고 조속한 원인 규명과 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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