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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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여러분, 한 번 도와주세요!”

지난주 국민의 힘 태영호 국회의원(서울 강남갑)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례적인 호소문을 올렸다. 프로복싱 WBA(세계복싱협회) 여자 슈퍼페더급 챔피언인 최현미(31)에 대한 관심을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요지는 자신과 같이 탈북자인 최현미가 오는 5월 15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WBC(세계복싱평의회) 챔피언 테리 하퍼(25·영국)와 통합 챔피언전을 갖는데 국내 언론에서 보도를 잘 하지 않아 안타깝다는 것이다.

태 의원은 최현미의 아버지로부터 전화를 받고 탈북민이라 국내에서 후원받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최현미는 11세부터 평양에서 복싱을 시작해 14세에 탈북에 성공, 4년 뒤 WBA 챔피언에 올랐다. 지난 13년간 페더급, 슈퍼페더급에서 챔피언 방어전을 17번 성공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한 여성 복서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북한 출신이라는 차별과 편견을 이겨내고 당당히 성공한 선수였다.

수년 전 방송 특집에서 매일 훈련이 끝나면 그의 아버지가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의 고기를 구입해 집에서 손수 구워주며 딸의 영향을 보충시켜주고 해외 원정경기를 위해 직접 모금운동을 펼치는 모습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복싱을 하겠다며 한국을 떠나기로 했다. 그동안 독일, 일본 등에서 여러 차례 귀화요청을 받았지만 한국에서 활동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 거절했다. 한국 국적을 그대로 유지하고 미국으로 활동무대를 옮긴 것은 좀 더 안정된 경제적 기반 위에서 복싱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태 의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최현미가 미국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고 돌아왔는데도 아는 이들이 별로 없었다. 태 의원은 그의 아버지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딸의 승리를 언론에 알려 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자신이 그만 깜박하는 바람에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전했다.

사실 문재인 정부들어서 그에 대한 지원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2017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1년간 3천만원 받던 지원금이 중단됐다. 최씨측은 스폰서를 해주던 기업들도 주위 눈치를 보는 지 지원을 꺼리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챔피언으로서 1년에 2번 정도 경기를 가져야 하지만 지난 4년간은 1년에 1번 치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WBA-WBC 통합 챔피언 매치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높은 것에 비해 한국에선 별로 흥미가 없는 상황이다. 태 의원이 페이스북에 이러한 사실을 알리기 전까지 그의 챔피언 매치를 다루는 언론 매체가 거의 없었다. 태 의원의 호소가 통했는 지 신문과 방송, 인터넷 매체 등에서 최의 타이틀 매치를 앞두고 보도하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지금 온 나라가 영화 ‘미나리’의 성공에 환호하고 있다”며 “영국에서 태극기가 휘날리는 것을 보려고 이 순간에도 쉼 없이 홀로 땀방울을 흘리는 최현미에게도 자그마한 관심을 보여주기를 부탁드린다”고 관심과 지원을 간곡하게 부탁했다.

세계프로복싱 챔피언 최현미는 만약 북한에서 선수로 성장했다면 ‘체육 영웅’으로 극진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의 품으로 안기며 무엇보다도 치열하게 운동에 매진하며 성공신화를 이뤄냈다. 탈북자뿐 아니라 국내서도 희소가치가 있는 여자복싱 챔피언 최현미에 대해 따뜻한 관심과 지원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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