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이야기] 고종의 두 모습<6>
[역사이야기] 고종의 두 모습<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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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 역사 칼럼니스트/ `임진왜란과 호남사람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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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년 7월 15일에 64세의 안종덕은 상소를 이어갔다.

“폐하는 정사를 하는 과정에서 여러 신하들이 어진가 어질지 못한가를 환히 꿰뚫었고, 착한 것을 좋아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착한 사람이 벼슬길에 나오기는 어렵고 악한 사람이 승진하기는 쉬웠습니다. ‘착한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등용하지 못했고 악한 사람을 미워하면서도 내쫓지 못한 것’은 바로 춘추시대 곽(郭) 나라가 망한 까닭이니, 이것은 남이 권해서 될 일이 아니라 폐하 자신이 힘써야 할 일입니다.”

여기서 “곽나라가 망한 까닭”이란 ‘관자(管子)’에 나오는 일화이다.

춘추시대의 패자(霸者) 제환공(齊桓公)이 멸망한 곽나라를 방문했다. 그는 그곳 노인에게 “곽나라는 어찌하여 망하게 되었는가?”라고 물었다. 노인은 “군주가 선량한 사람을 좋아하고 사악한 사람을 싫어했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다.

노인의 말을 의아하게 생각한 제환공이 다시 물었다. “당신의 말이 맞는다면, 그는 현명한 군주인데 어찌하여 망했단 말인가?”

노인이 대답했다. “곽나라 군주는 선량한 사람을 좋아했지만 그들을 등용하지 못했고, 사악한 사람을 싫어했지만 그들을 제거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라가 망한 것입니다.”

이처럼 안종덕은 고종에게 곽나라 군주처럼 되지 말라고 간언했다.

선량한 자를 좋아하면서 그들을 등용하지 못했고, 악한 자를 싫어하면서 그들을 내치지 못해 망국을 초래했다는 교훈은 국가나 기업의 지도자가 되새길 말이다. 인사가 만사이다. 그런데 때로는 망사(亡事)가 된다.

안종덕의 상소는 이어진다.

“외교의 경우에는 더구나 신의가 중요합니다. 항간의 보통 사람들도 신의가 없이는 교제를 하지 못하는데 더구나 나라와 나라 간에 교제를 하는 경우야 더욱 그렇습니다. 지금 세계가 어지러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 대한제국은 피폐하여 무력과 재력을 가지고서는 물론 겨루어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오직 지켜야 할 것은 신의뿐인데, 신의란 스스로 세우는 것입니다.

돌아보건대, 우리는 삼천리 강토와 500년 왕업을 가지고 가만히 앉아 독립 자주권을 잃고 있으며, 세력을 믿고 달래며 위협하는 자들의 말을 고분고분 듣고 있습니다. 날마다 치욕을 당하지만 감히 막지 못하고 강요가 끊임없건만 감히 거절하지 못합니다. 이러다가는 장차 국내 정사와 대외 실무가 모두 남에게 넘어가 나라가 나라 구실을 못하게 될 것이니, 어찌 통탄스럽지 않겠습니까?

이 근원을 따져 보면 신의가 서지 못한 데 있습니다. 관자(管子)가 말하기를, ‘권세 높은 사람이 재능에 관계없이 높은 벼슬을 차지하면 백성들이 본업을 저버리고 외세를 구한다’라고 하였는데, 오늘날을 놓고 보면 이 말이 이미 증명되지 않았습니까? 이것은 진실로 폐하께서 깊이 살펴야 할 일입니다.

한편 지금 나라가 가난하기 그지없지만 탁지부의 연간 수입이 그래도 6, 7천만 민(緡)은 됩니다. 우선 내장원을 없애어 탁지부에 소속시키는 동시에 각궁(各宮)과 내수사(內需司), 훈부(勳府) 등의 저축까지 합하면 거의 수억만 민은 될 것입니다. 안에서 재물을 저축하면서 무익한 소비를 없애야 합니다. 재물이 풍부해야 군사를 강하게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라의 형편이 이처럼 위태로운 지경에 이른 것은 누구의 잘못 때문이겠습니까?.”

안종덕은 고종이 정치를 제대로 해 부국강병하길 간언한다. 과연 고종은 안종덕의 상소를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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