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 이어 與 내부 사면론 제기
청와대는 “검토한 적 없다” 선 긋기
반도체 패권전쟁 심화시 또 제기될듯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여권 내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청와대는 현재 사면론에는 철저히 선을 긋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반도체 패권전쟁이 심화할 경우, 사면론은 언제든지 공론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6일 이 부회장의 사면론에 대해 “취임하면 경제계 상황을 잘 정리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우리가 미래 먹거리의 가장 핵심 키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 문제, 글로벌 밸류체인 내에서 이른바 대한민국에서 그래도 경쟁력 있는 삼성그룹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지 배려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 하는 말이 나오는 건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사면은 대통령이라는 국가 최고 책임자에게 부여된 아주 특별한 권한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대통령께서 그런 결심을 하실 때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시지 않겠나”라고 했다.
앞서 청와대는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이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한 데 대해 “현재까지 검토한 바 없으며 현재로서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도 사면론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지난 4일 BBS 라디오에서 “코로나 상황에서 경제가 매우 불안하고 반도체 위기를 온 국민이 극복하기 위해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필요성을 국민도 요구하고 있고, 정부가 적극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반도체 투자를 할 수 있는 회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정도”라며 “그런데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이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여당 내에선 이 의원 외에도 양향자·안규백 의원 등이 사면론에 힘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신중론 역시 만만치 않다. 차기 대선주자인 이낙연 의원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서 말씀을 자제하겠다”며 “정부도 필요한 검토를 언젠가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원욱 의원의 사면론 제기에도 “현재로서 대답은 이전과 마찬가지”라며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사면론은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반도체 문제가 의제로 오를 경우, 사면론은 재점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 부회장의 사면론이 이명박·전 대통령의 사면론과 연동돼 있다는 점에서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국민적 여론도 고려해야 하는 탓에 이래저래 고민이 커지는 기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