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균우 왕인문학회 회장 소설가
같은 무렵의 이야기다. 당시 교감선생님이었던 이영하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우리 집에 세계 아동문학 전집 150권이 있는데 그것을 학교에 기증하면 어떻겠느냐고 여쭤보았다. 우리 아이들이 보던 책인데 아이들이 커서 소용이 없는 것이고, 단칸 셋방에서 짐도 되는 것이었다.

“아, 그거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환영을 하기에 서울에서부터 150여 권이나 되는 책을 한꺼번에 손으로 들고 학교로 가지고 왔으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도서계 선생님께 도서대장에 올리라고 하세요.”
그래서 도서계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도서실에 납품을 했다. 이후 이 교감선생님은 전출을 하시고 다른 교감선생님이 부임했다.

그 후 수십 일이 지난 것으로 기억된다. 교장실에서 버저가 울려서 올라갔더니 교장, 교감 두 분이 앉아 계신다.

“선생님 도서를 기증하시겠다는 의도는 대단히 좋은 일인데 아무래도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도서 담당 선생님이 도서대장에 올리고 결재를 올렸던 모양이다.

“지금 학교 실정을 보면 도서실시설도 그렇고 책 대장에는 수천 권이 있으나 분실을 해서 실제로는 몇백 권밖에 안 되는데 만약에 감사를 받으면 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한다. 그러니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구나’ 속으로 투덜거렸지만 재하자 유구무언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도서실에 있던 책을 특수 학급 교실로 옮겨 놓았다.

그때 나는 특수학급 담임을 내놓고 있었는데 자격을 가지고 있는 분이 부임했기 때문에 특수학급 담임을 면하게 됐던 것이다. 그래서 그 후 내가 특수학급을 떠난 1년 동안 직접 책을 챙기지 못해서 즉 담당교사가 문단속을 잘 하지 않아서 녹음기 등도 분실되고 책도 그동안 하나둘 없어져서 53권으로 책이 줄었다. 아쉽기도 하고 특수반 담당선생님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그때는 마침 교장이 다시 오셨기에 새 교장선생님께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책들을 도서실에 놓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전출할 때 기증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이유인 즉 참교사회를 들먹이며 그 사람들 때문에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좋은 일을 하는데 그 단체가 무슨 관계가 있는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역시 똑같은 사람들이구나’ 속으로만 생각하면서 홧김에 책을 태워버리고 말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하숙집으로 가지고 가 보관했다가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사촌동생에게 줘버리고 말았다.

무사안일인가 아니면 혹시 질투심인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참았다. 그런 사람들이 관리자가 되어 교육계를 지배하고 있으니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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