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비트코인 국내 거래 가격이 5천만원대 까지 내려간 23일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거래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비트코인 국내 거래 가격이 5천만원대 까지 내려간 23일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거래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중기부 등 502억 간접투자

“정부, 가상화폐 인식 바꿔야”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가상화폐에 대해 ‘도박’ ‘잘못된 길’이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밝혔던 정부와 공공기관이 최근 4년 동안 가상화폐 관련 펀드에 500억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가상화폐 규제 기조를 밝힌 정부가 ‘모순적 행동’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와 KDB산업은행 등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은 2017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가상화폐 관련 투자상품에 총 502억 1500만원을 투자했다. 각 기관이 직접 투자하는 방식보다는 펀드를 통해 업비트·빗썸 등 가상화폐 거래소에 투자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기관별로 중기부가 343억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했고, 산업은행 117억 7000만원, 국민연금공단 34억 6600만원, 우정사업본부 4억 9000만원, 기업은행 1억 89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중기부의 경우 2017년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될 즈음 193억을 투자했다. 이후 2018년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해 ‘도박’ ‘불법’이라고 규정하자 투자액을 28억원으로 크게 줄였다. 그러나 2019년 다시 92억원, 2020년 6억원, 올해 1~3월에 24억원을 투자하며 규모를 다시 늘렸다.

중기부는 모태출자펀드를 통해 4개 기업에 343억원을 투자했다며 해당 펀드의 투자, 관리 등 업무는 관련 법에 따라 벤처캐피탈(창업투자회사 등)인 업무집행조합원이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정부 부처가 모태펀드에 자금을 지원하면 모태펀드가 각종 벤처펀드를 만들어 밴처캐피탈이 운용·관리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산업은행,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기업은행 등도 모두 펀드에 자금을 대고 이 펀드 운용사가 가상화폐 거래소에 투자하는 간접투자 방식으로 진행됐다.

간접투자라 해도 정부의 돈으로 가상화폐 거래소에 투자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의원은 “가상화폐가 ‘도박’이라면 정부와 공공기관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투자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며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는 이상 같은 모순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까지 가상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가상화폐에 사람들이 많이 투자한다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 해줘야 한다”고 말해 2030세대에게 반발을 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가상자산은 가격 등락폭이 심해서 리스크가 큰 자산으로 투자자 판단이 제일 중요하다”며 “가격 등락폭이 타 투자자산에 비해 굉장히 크고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반드시 인지하고 투자해달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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